• 기대하라, 흥분하라, 환호하라
        2006년 05월 12일 05:3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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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역단체장에 출사표를 던진 민주노동당 후보 13명의 선거 구호가 모두 확정됐다. 13명의 후보가 선택한 구호를 놓고 보면 ‘서민파’ 시장도지사를 선언한 후보가 8명으로 가장 많다. 이중 5명은 순수한(?) 서민파를 선택했고, 3명은 노동자-서민을 강조했다.

    김석준 부산시장 후보와 김종철 서울시장 후보는 “서민행복 특별시”라는 구호를 채택했다. 민주노동당의 정책만이 서민의 행복을 보장한다는 내용과 함께 민주노동당의 정책이 다른 당과 다르다는 차별성을 강조했다. 김종철 후보는 여기에 “민주노동당 새얼굴”이라는 구호를 덧붙였다. 당의 차세대 주자임을 은근히 내비치고 있다.

    배창호 충북도지사 후보는 “서민이 웃는 충북”을, 이용길 충남도지사 후보는 “서민이 행복한 복지 충남”을, 이연재 후보는 “서민 행복도시 대구”를 상징 구호로 정했다.

    박웅두 전남도지사 후보와 박춘호 대전시장 후보는 서민뿐만 아니라 노동자와 농민을 추가했다. 박웅두 후보는 “노동자 농민 서민이 만드는 희망 전남”을, 박춘호 후보는 “노동자 서민이 행복한 대전”을 선택했다. 김성진 인천시장 후보는 ‘서민’대신 “일하는 사람들”이라는 표현을 선택했다. 민주노동당의 모토인 ‘일하는 사람들의 희망’에서 따온 것이다.

       
    ▲ 5월 11일 진보진영 공동선대본 발족식에서 함께한 김용한 경기도지사 후보, 김종철 서울시장 후보, 천영세 선대위원장, 김성진 인천시장 후보. ⓒ이치열
     

    ‘서민의 대변자’임을 내세워 지지층을 결집

    노옥희 울산시장 후보는 “노동자 시장 노옥희”를 중심 구호로 “교육시장 노옥희”와 “여성시장 노옥희”를 병용할 계획이다. 노동자 시장을 후보의 정체성으로 삼고. 현장교사와 울산시교육위원 출신이라는 점과 광역단체장 후보로는 드문 여성후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노 후보는 지방자치 실시 이후 울산시장에 도전한 최초의 여성 후보다. 이외에도 “노동자는 노옥희 부자는 한나라당”이라는 구호도 채용했다. 지역의 맹주인 한나라당과 대립각을 세워 선명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만든 구호다.

    평택을 중심으로 경기도의 미군기지 문제를 선거쟁점으로 만들겠다는 김용한 경기도지사 후보는 “평화통일 도지사, 차별 없는 경기도“를 구호로 선정했다. 4년 전 경기도지사로 출마했던 민주노동당 김준기 후보도 “미군기지철수”를 선거구호로 제시했었다.

    오병윤 광주시장 후보는 “빈곤과 차별 없는 광주, 진보 시장 오병윤”을 구호로 정했다. 후보자의 색깔을 명확하게 드러내 차별성을 가진다는 전략이다. 진보정당인 민주노동당 후보 중 ‘진보’를 선거구호로 선택한 것은 오 후보 뿐이다. 염경석 전북도지사 후보가 고른 구호는 “청정 전북 복지 전북, 전북을 바꾸는 행복한 선택”이다.

       
    ▲ 문성현 후보가 만든 패러디 홍보물

    가장 눈에 띠는 구호를 선택한 민주노동당 광역단체장 후보는 경남도지사로 출마한 문성현 당대표다 문 대표는 “제대로 된 경남 문성현이 만들겠습니다”를 구호로 정했다. 지금까지 경남도정이 무엇 하나 제대로 된 것이 없다는 주장을 담았다.

    지난 2002년 선거에서는 노동자의 결집을 주장하는 후보들이 많았다. 이는 주된 지지층의 표라도 확실하게 챙기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었다. 그러나 이후 2002년 대선과 2004년 총선을 거치면서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한 노동자표는 ‘고정표’라는 인식아래 지지계층을 확장하고자 하는 마음이 ‘서민’을 강조하는 것으로 표출되고 있다.

    오히려 4년 전 시민후보임을 강조하며 일반적인 득표 전략을 채택했던 울산에서 이번에는 민주노동당 후보 중 유일하게 ‘노동자성’을 강조하고 있다.

    기발한 홈페이지 주소 만들기 고심

    선거운동에서 인터넷의 역할이 중요해지면서 외우기 쉬운 홈페이지 주소를 만들기 위한 노력도 치열하다. 김종철 서울시장 후보는 ‘공공서울’을 만든다는 의미에서 숫자00과 서울을 합쳐 00.seoul.kr이라는 주소를 만들었다.

    문성현 후보는 ‘제대로 된’ 경남을 문성현이 만든다는 의미로 moonright.net라는 주소를 만들었다. 그러나 달빛을 뜻하는 moonlight로 착각하는 사람들도 있고 민주노동당 후보가 왜 ‘right(우파)’ 인지 궁금해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김석준 후보는 과거 출마시부터 사용한 ohmybusan.com을 계속 사용한다. 울산의 노옥희 후보는 nosam.or.kr을 홈페이지 주소로 사용한다. 전교조 출신인 노옥희 후보를 현장활동가들이 친근하게 ‘노샘’으로 부르는 것에서 착안한 것이다.

    13명의 후보 모두 홈페이지 제작은 완료한 상태지만 절반이 넘는 7명의 후보는 아직 적당한 주소를 찾지 못하고 고민하고 있는 중이다.

       
    ▲ <표> 2002년과 2006년 민주노동당 광역단체장 출마자들.
    2004년 6월 5일 시행된 재보선에서는 김선동 현 사무총장이 전남도지사에 출마해 39,776표(7.4%)로 3위를, 임수태 후보가 경남도시자에 두 번째 도전해 80,290표(10.9%)로 역시 3위를 기록했다.
     

    노동자 출신 후보 7명으로 제일 많아

    한편 후보들의 출신을 놓고 보면 13명의 후보 중 7명이 노동자 후보로 가장 많고 농민 후보가 1명, 그 외 진보정당운동과 사회운동 출신의 후보가 5명이다.

    문성현 후보는 금속산업연맹 위원장 출신이며, 배창호 후보는 사회보험노조 충북본부장 출신이다. 박춘호, 염경석, 이용길 후보는 해당 출마지역의 민주노총 지역본부장을 역임했다. 김석준 후보는 부산대 교수로 현재 교수노조 부산대지회 사무국장을 맡고 있다.

    노옥희 후보는 전교조 울산지부장과 민주노총 울산본부 수석부본부장을 지냈다. 노 후보는 지난 2002년 3기 울산시 교육위원에 당선돼 활동하다가 시장선거 출마를 위해 올해 3월 사퇴했다. 민주노동당 광역단체장 출마자 중에 유일한 여성이며 또 유일한 공직경험자이기도 하다.

    박웅두 후보는 1990년 대학 졸업 후 곧바로 농촌에 투신한 농민운동가이다. 2004년에는 전국농민회 정책위원장을 지낸 정책통이기도 하다.

    김종철 후보와 이연재 후보는 진보정당 운동을 통해 성장한 경력을 가지고 있으며, 김용한 후보와 김성진 후보는 지역에서 오랜 기간 평화통일운동에 헌신했다. 오병윤 후보는 광주전남연합을 중심으로 지역활동을 하다 민주노동당에 참여했다.

    한편 13명의 광역단체장 후보 중 9명이 전현직 시도당 위원장이다. 그리고 전체후보 중 경선을 통해 후보가 된 경우는 김종철, 오병윤, 노옥희 3명뿐이다. 나머지 후보들은 모두 당내 선출절차에 단독 출마했다. 4년 전 지방선거에 민주노동당의 광역후보가 7명이었던 것에 비하면 양적으로는 성장했지만, 내용적으로 보면 아직 민주노동당이 대중정치인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 드러난다.

    경북, 강원, 제주 3곳은 2002년에 이어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광연단체장 후보를 출마시키는데 실패했다. 여러 가지 요인이 겹쳤지만 역시 인물의 부족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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