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총리의 담화는 립서비스?
        2006년 05월 12일 04:5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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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명숙 총리가 평택 문제를 대화를 통해 풀겠다고 밝힘에 따라 정부측이 제시할 대화의 내용과 형식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정부의 구체적 움직임은 아직 감지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14일 시위를 무마하기 위해 한 총리가 정부의 기존 입장을 보기좋게 나열한 것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정부의 기존 입장이란 ‘보상문제’에 한해 ‘주민들과만’ 대화를 하겠다는 것이다.

    총리실 관계자 "대화 시기 형식 윗선 논의 중"

    정부에서 주한미군 기지 이전 문제를 전담하고 있는 국무조정실 산하 주한미군대책기획단 관계자는 "한 총리가 말한 대화와 관련해 윗선에서 그 시기와 형식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러나 아직 구체적인 지침을 받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까지 정부에서 주민들과 대화를 열심히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며 "한 총리의 말은 이런 노력을 앞으로 좀 더 실질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앞으로의 ‘대화’가 기존의 ‘대화’와 어떻게 다를 것인지는 명쾌하게 설명하지 못했다. 

    정부는 12일 민주노동당이 제안한 ‘평택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3자 테이블’ 제안을 거부했다. 민주노동당은 "만나서 어떤 얘기라도 하자"고 제안했으나 정부는 "주민들과 보상문제에 대해서만 이야기할 수 있다"며 대화에 참여하지 않았다. 대화를 기대하고 국회에서 대기하고 있던 민주노동당과 지역 주민, 시민단체 관계자 등은 발길을 돌려야 했다.

    정부, 민주노동당 3자 테이블 제안 거부

    천영세 민주노동당 의원은 "대화를 강조하면서 정작 대화 테이블에는 참여하지 않으니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14일의 대규모 집회를 무마하기 위한 발언이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이승헌 민주노동당 대외협력실장은 "보상문제에 한해 마을 주민과만 얘기할 수 있다는 정부의 입장은 요지부동"이라고 말했다.

    한 총리가 발표한 담화문의 내용도 꼼꼼이 뜯어보면 대화의 범위에 대해 일정하게 선을 긋고 있다. 한 총리는 "대화와 타협으로 이 난제를 풀도록 노력하겠다"고 하면서도 주한기지 이전사업의 불가피성을 여러 번 강조했다. 미군기지의 평택 이전을 전제로, 주민들을 설득하는 ‘절차’를 좀 더 성의있게 밟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승헌 실장은 "한 총리가 문제의 본질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보상문제만 얘기해서는 앞으로도 답이 없다는 얘기다. 천영세 의원도 "미군과 협상한 것을 보면 어느 쪽이건 사정이 생기면 시기와 장소를 바꿀 수 있도록 되어 있다"며 "미군기지의 평택 이전을 원점에서 재검토하지 않은 채 단지 ”절차적’ 정당성을 좀 더 보완한다고 문제가 풀리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노대통령 강경 입장 총리 운신 폭 제한

    무엇보다 평택문제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의 강경한 입장이 한 총리의 운신 폭을 근본적으로 제한하고 있다. 노 대통령은 7일 해외순방에 앞서 평택사태와 관련해 "평화적 시위는 보장하되 불법시위와 폭력행위에 대해서는 결코 용납하지 말고 법과 원칙에 따라 엄격히 대처하라"고 강조한 바 있다.

    한 총리의 ‘대화’ 강조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입장 변화가 드러나지 않으면서 14일 대규모 시위를 둘러싼 긴장의 수위도 올라가고 있다. 범대위측은 평화적인 집회의 보장을 요구하고 있으나 정부는 아직 묵묵부답이다. 천영세 의원은 "정부가 진심으로 이번 사태를 대화로 풀 의지가 있다면 14일의 평화집회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한 총리가 14일 집회 이후 본격적인 대화에 나설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민주노동당 한 관계자는 "한 총리가 기존과는 다른 내용과 형식의 대화를 설혹 고려하고 있더라도 준비하는 데 최소한의 시일이 걸릴 것"이라며 "14일 이후에야 대화의 움직임이 가시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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