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 의사노조 설립 "휴가 등 노동조건 개선 요구"
    By tathata
        2006년 05월 12일 04:27 오후

    Print Friendly

    병원의 레지던트 과정에 있는 전공의로 구성된 의사노조가 늦어도 이달 안으로 노동부 신고를 끝내고 공식 출범할 것으로 보인다.

    대한전공의협의회(회장 이혁, 이하 대전협)는 지난 4월에 노조 설립 총회를 개최한데 이어 현재 설립 신고 절차만 남겨놓고 있다. 대전협은 전국 240여개 병원에 1만5천여명의 전공의 회원을 가진 조직으로, 설립신고서가 노동부에 제출되면 사상 첫 의사노조가 생기게 된다.

    그간 전공의협회의 노조 설립 논의가 진행돼 왔으나, 이번처럼 노조 설립총회를 개최하고 노조 가입신청서를 배포하는 등 구체적인 행보를 보인 것은 처음이다.

    "연 10일 휴가 보장, 이틀 연속 당직 금지" 요구

    이혁 대전협 회장은 “지난해 병원협회와 연 10일 휴가 보장, 48시간 연속 당직 금지 등에 합의했음에도 불구하고 병원협회는 이를 지키지 않았다”며 “노조 설립으로 법적 지위를 얻어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전협은 전공의들이 주당 많게는 126시간에서 적게는 80시간 동안 일해 과다한 업무와 스트레스로 인해 의료사고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밝혔다. 진료업무의 전문화에도 불구하고 급여는 200~250만원선에서 머무르고 있는 것도 이들의 불만이다.

    이 회장은 “전공의들은 항상 과로한 상태에서 환자를 진료하고 있어 의료사고 위험성이 높고 환자들에 대한 친절도도 낮을 수밖에 없다”며 “주 근로시간을 80시간으로 제한하고, 일한만큼 보수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학생과 의사의 ‘중간’ ‥조직력은 미지수

    전공의는 의사자격증을 취득하고 병원에서 수련과정을 밟고 있는 ‘특수한’ 위치에 놓여 있어 이같은 지위가 노조의 성격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전공의 과정 4년이 지나면 개인 병원 개업을 통해 고수익을 보장받는 전문의가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공의 노조가 얼마만큼 조직력을 갖고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미지수다.

    이에 대해 이 회장은 “귀족노조라는 평가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매년 3,500명에 육박하는 의사가 생겨나는 등 의료환경이 급속도로 변화되고 있어 보상을 예전처럼 누리지 못하고 있다”며 “병원측이 더 이상 학생과 의사라는 이중적인 신분잣대를 적용해 전공의에 대한 열악한 근로환경을 제공하지 못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협이 주요하게 내걸고 있는 요구사항 가운데는 ‘의료공공성’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진보진영에서 강조하는 행위별 수가제 폐지, 비급여의 완전 급여화, 의료시장 개방 저지와는 다른 시각에서 접근하고 있다. 대전협은 전공의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확대되어 이들의 근로조건과 임금을 개선하는 것이 국민건강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의과대학생 · 전공의 지원이 의료공공성"

    이 회장은 “의대 과정 6년과 수련의, 전공의 과정 5년 기간 동안 정부는 내실 있는 수련교육기간을 책임져 주면서 재원을 마련해 줘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의사의 희생에 바탕하고 있는 현 의료수가 제도를 개선해 의료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즉, 의과대 학생과 전공의 지원, 의료수가 인상을 통해 ‘의료 공공성’을 실현시켜야 한다는 주장으로 진보진영의 요구와는 거리가 먼 셈이다.

    대전협은 상급단체를 가지지 않고 독자적인 전문가 노조 모델을 창출할 것을 밝히고 있다. 이 회장은 “민주노총에 들어가서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간호사들이 중심이 되어 결성된 보건의료노조와 함께 전공의노조는 사용자단체에 해당하는 병원협회를 상대로 교섭을 진행하게 되어 전공의노조와 병원의료노조의 ‘연대’가 이뤄질 수 있을 지도 주목된다.

    이에 대해 이 회장은 “보건의료노조와 협력할 수 있는 부분은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주호 보건의료노조 정책실장도 “힘을 합하면 상당한 파괴력이 있을 것”이라고 하면서도 “이들이 전문의사라는 직업적 특성을 강조하게 되면 연대의 조건이 쉽게 만들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협은 지난 2004년 병원의료 노조 파업과 관련 “명분 없는 파업을 즉각 중단하라”는 성명서를 발표한 바 있다.

    필자소개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