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새울의 꿈
2006년 05월 12일 03:2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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쫓기고 내몰리며 살다보니
가락, 가락 울며 황새들도 떠나고
내내 황새우울 울화병의 날들이었다
저 간척의 논에
이 울화병의 몸에
절망의 허연 소금기를 빼느라
적어도 30년이 걸렸다
그러나 그것이 정녕
절망의 허연 소금기인 줄 아느냐
저 논에
내 몸과 마음의 염도를 맞추며
벼를 키우던 논물,
애간장이 녹아 흐르던
황새우울 눈물의 시간이었다
땀을 쏟은 만큼 벼이삭이 자라고
눈물을 흘린 꼭 그만큼 쌀이 나오더라
그리하여
이제 더 이상 흘릴 눈물이 없다
더 이상 물러설 간척의 땅도 없다
다만 내게도 꿈이 있다면,
죽기 전에 마지막 꿈이 하나 있다면
캠프 험프리스 저 활주로 위에
예전처럼 모내기를 하고 싶다
그 푸른 무논의 활주로에
마침내 황새들이 돌아와
두 날개 쭈욱 펴고
아주 천천히 날아오르는 것을 보고 싶다
이원규_1962년 경북 문경에서 출생, 계명대 경제학과에서 수학하였다. 1984년 <월간문학>에 「유배지의 풀꽃」을, 1989년 <실천문학>에 연작시 「빨치산 아내의 노래」를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시집으로 <빨치산 편지>, <지푸라기로 다가와 어느덧 섬이 된 그대에게>, <돌아보면 그가 있다>가 있다. 1998년 제16회 신동엽창작기금을 수혜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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