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 국가안보국, 수천만명 통화기록 수집 파문
        2006년 05월 12일 10:18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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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 국가안보국(NSA)이 AT&T, 버라이즌, 벨사우스 등의 통신회사의 협조를 얻어 미국인 수천만 명의 통화기록을 비밀리에 수집해왔다고 <유에스에이투데이>지가 11일(현지시간)자로 보도했다. 영장없는 비밀도청에 대한 논란이 거듭돼온 가운데 예상을 뛰어넘는 광범위한 통화기록 수집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신문은 국가안보국의 프로그램에 정통한 익명의 취재원 다수로부터 국가안보국이 미국 전역의 가정과 기업체 등에서 평범한 미국인들이 건 통화기록을 수집해왔음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통화기록 수집은 도청이나 통화내용 녹음과는 다르지만 국가안보국은 통화패턴 분석을 통해 테러행위를 탐지하기 위해 통화기록 데이터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헤이든 지명자 관여됐을 가능성 높아

       
     

    “미국 국경 안에서 이뤄진 모든 통화의 데이터베이스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 국가안보국은 9.11 테러 직후 3대 통신회사와 계약을 맺고 이들 회사 고객들의 통화기록을 넘겨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8일 부시 대통령으로부터 중앙정보국(CIA) 국장으로 지명된 마이클 헤이든 공군 대장은 1999년부터 지난해 4월까지 국가안보국 국장으로 재직한 바 있어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통화기록 수집이 사실이었는지와 헤이든이 이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여부를 놓고 논란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헤이든 지명자는 11일 갖기로 한 주요 일정을 갑작스럽게 취소해 <유에스에이>의 보도에 따른 대책을 수립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범죄혐의자가 아닌 평범한 미국인들이 가족이나 친구, 동료, 거래처 등에 건 유무선 통화기록이 샅샅이 기록되고 있다는 것은 그동안 백악관이 인정한 국가안보국의 도청범위를 훨씬 넘어서는 것이다. 부시 대통령은 국가안보국이 테러리스트와 관련있는 것으로 의심되는 사람들의 국제통화와 국제전자우편에 대해 영장없이 도청하는 것을 허용했다고 밝힌 바 있다. 영장없는 도청 논란에 대해 부시 대통령은 송수신자 가운데 한쪽은 반드시 미국 바깥에 있는 국제통화에 한정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번에 드러난 국내 통화기록 수집은 정보당국이 평범한 미국인들의 사생활을 감시해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통신회사들이 고객들의 이름, 주소 등과 같은 개인정보는 주지 않았지만 다른 데이터베이스와 교차 체크할 경우 누가 누구에게 통화를 했는지를 쉽게 알아낼 수 있다.

    부시 대통령, 확인도 부인도 안해

    국가안보국의 돈 웨버 대변인은 통화기록 수집에 대한 취재를 거부하면서 “국가안보국은 법적 책임을 신중히 검토하면서 법의 테두리 안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보도로 파문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부시 대통령까지 나섰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정부의 국제적 활동의 표적은 알카에다와 그 연계조직에 엄밀하게 한정돼 있고 △정부는 법원의 승인 없이 국내 통화를 감청하지 않으며 △자신이 허락한 첩보활동은 합법적이며 적절한 공화당과 민주당의 의원들에게 보고되고 있고 △평범한 미국인들의 사생활은 보호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부시 대통령도, 백악관의 다나 페리노 부대변인도 통화 도청에 대해서만 부인했을 뿐 통화기록 수집 여부에 대해서는 확인도, 부인도 하지 않았다.

    정보당국의 통화기록 수집 의혹은 올해초부터 제기되기 시작했다. 지난 1월에는 미국의 정보인권단체인 전자프론티어재단(EFF)이 AT&T사가 3억 건이 넘는 국내 및 국제전화 통화내역과 인터넷 데이터 전송기록을 국가안보국이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며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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