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서비스원' 설립 방향,
    시장논리의 요양서비스 문제 개선해야
    [기고①] 공공성 강화와 노동조건 개선 방안 필요
        2018년 09월 13일 05:0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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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육과 요양(시설/재가), 장애활동지원, 사회복지 등 사회서비스 노동자들의 요구를 반영해 제대로 된 사회서비스원을 설립, 운영하라는 취지에서 전국공공운수노조 사회서비스 공동사업단과 함께 관련 노조 및 단체의 릴레이 기고를 게재한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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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노동절 제대로 된 사회서비스공단 설립 촉구하는 요양보호사 노동자들(사진=공공운수노조)

    시장화된 요양서비스 개선하고
    통합서비스 구축을 위한 사회서비스원 설립 필요하다

    노인장기요양제도가 2008년에 도입된 후 서비스를 받는 어르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 요양보호사의 숫자가 비약적으로 증가했다. 현재 현직에서 일하는 요양보호사가 41만 명이고, 기관수는 3만 개를 초과했으며, 서비스를 이용하는 어르신은 70만 명을 넘는다. 대략 10배 정도의 수적 증가가 있었다.

    그러나 양적인 증가와 대조적으로 제도의 질적인 성장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요양원과 요양병원 화재 등 대형사고, 빈번한 어르신 낙상사고, 의료사고 등의 안전사고, 어르신 인권의 문제, 요양보호사의 열악한 노동조건으로 인한 각종 질병 유발 등 어르신과 요양보호사의 안전과 노인장기요양서비스의 질은 전혀 나아지질 않고 있다.

    노인장기요양제도는 노인장기요양보험 재정으로 운영하는 공공서비스이다. 공적 재원으로 운영되지만 민간이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러한 서비스 전달체계로는 노인장기요양서비스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 지난 10년간 노인장기요양제도는 서비스를 민간에게 맡기고 정부는 관리·감독만을 하고자 했다. 그러나 정부는 인력 부족 등의 이유로 실질적으로 관리 감독을 방치했고, 노인장기요양서비스는 온전히 ‘업자’들의 시장논리에 의해 운영되었다.

    공공서비스의 우선적인 가치는 모두에게 좋고 필요한 서비스와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다. 공공서비스가 제대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서비스로부터 소외받는 사람이 없어야 하고, 노동자는 적정임금을 받으며 원활한 근무환경에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시장에 맡겨진 노인장기요양제도는 여러 가지 폐해를 낳았다. 요양보호사들은 고용이 불안정한 상태에서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면서 각종 질환에 시달리며 온갖 갑질을 견뎌야 했다. 한편 서비스 이용자인 어르신은 요양보호사의 교체가 잦아 안정적인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했고, 각종 안전사고로부터 보호받지 못했다. 이윤 추구를 우선시하는 시장의 논리는 요양보호사의 노동조건을 악화시키고, 어르신의 안전을 위협했다.

    지자체에서 위탁한 요양원에서 근무하는 요양보호사는 “우리 요양원은 지자체에서 민간에 위탁했음에도 최저임금법 위반으로 체불임금이 있고 원장의 갑질이 도를 넘어 스트레스가 심각하고 인력도 부족해 몸이 성한 곳이 없을 정도이다.”라고 말한다. 상대적으로 조건이 좋다는 지자체 위탁시설조차 매우 열악한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은 고스란히 어르신의 안전을 위협한다. 최근에 요양원에서는 어르신의 결핵감염, 잠복결핵이 평균치 이상으로 증가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좋은 일자리 창출과 사회서비스의 공공성 강화를 목적으로 ‘사회서비스원’을 만들겠다고 했다. 현재 사회서비스원 설립 법률안이 발의된 상황이다. 그러나 현재 추진되고 있는 사회서비스원에 대하여 구체적인 실행방안이 아직 제시되지 않고 있다. 아직 법안도 통과되지 않았고 지자체 차원에서 시범사업을 논의하고 있을 뿐이다.

    서울시, 대구시 등에서 추진하고 있는 사회서비스원 시범사업 또한 구체적이지 않고 형식적이다. 요양보호사의 노동조건, 서비스 향상 방안은커녕 사회서비스원에서 어떤 서비스를 제공할지조차 결정하지 못하고 있으며, 기존 수가체계에서 사회서비스원을 운영하겠다고 한다.

    사회서비스원의 설립 취지는 노인장기요양서비스가 공공서비스로서 좋은 돌봄과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다. 서비스 제공 주체만 변경한다고 해서 사회서비스원의 목적이 달성될 리 만무하다. 사회서비스원은 시장 논리에 좌지우지되는 노인장기요양제도의 고질적인 문제점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아울러 올바른 노인장기요양서비스 제공의 선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

    따라서 불균형 서비스를 지양하고 소외받는 사람이 없도록 요양원, 방문요양, 주야간보호, 단기보호 서비스가 유기적으로 연계된 통합서비스 인프라의 구축이 필요하다. 그리고 지역사회가 어르신 돌봄을 공동으로 책임지는 커뮤니티 케어의 실현을 위한 정책이 제시돼야 하며, 좋은 일자리 창출에 부합하는 임금가이드라인(근속호봉체계)이 마련돼야 한다. 더불어 고용관계가 불안정한 시간제 일자리를 월급제로 전환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사진=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돌봄지부

    이미 시장화된 노인장기요양제도는 관리·감독만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할 정도로 문제가 심각하다. 현재 민간이 제공하는 서비스는 또 다른 소외와 방임을 낳는다. 요양 시장은 어르신을 이윤의 대상을 보고 요양보호사를 착취의 수단으로 본다. 사회서비스원 설립을 비롯한 공공성 강화만이 노인장기요양제도가 사유화 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다. 사회서비스원은 공공성 강화의 수단으로서 뿐만 아니라 돌봄이 필요한 모두에게 적정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통합서비스 체계 구축, 커뮤니티케어를 실현하기 위한 교두보이다. 아울러 요양보호사의 노동권 보장의 매개로서 노동존중과 어르신의 존엄을 함께 실현할 수 있는 매개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우후죽순 늘어나고 있는 노인장기요양 기관들의 과당경쟁으로 요양보호사, 어르신의 고통은 가중되고 있다. 매일 어르신의 안전사고, 인권문제가 발생하고 있고 요양보호사는 언제 잘릴지 모르는 불안 속에서 업무로 인한 질병조차도 숨기고 마음을 졸이며 일을 하고 있다.

    정부가 사회서비스원을 전시 행정으로 사고하는 것이 아니라면, 단기 실적을 위한 포장 도구로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면, 공공성 강화와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하루빨리 제시해야 한다. 그리고 당사자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어른신과 요양보호사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사회서비스원을 조속히 설립하여야 한다.

    필자소개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돌봄지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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