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미, 사리사욕 추구”…부시 “러, 민주주의 의문”
    2006년 05월 11일 04:2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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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가 점점 악화되고 있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양국 정상들이 상대국에 대해 비판적인 발언을 하는가 하면 국제사회에서 사사건건 충돌하고 있는 모습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의회에서 가진 연례 국정연설에서 “자신들의 사리사욕을 실현하려는 사람들”이 “인권과 민주주의를 위해 싸울 것을 주장하고 있다”며 미국을 우회적으로 그러나 강도높게 비판했다.

푸틴 대통령의 발언은 러시아가 국내에서는 민주주의와 인권을 억압하고 국외에서는 옛 소련 국가들에 대해 에너지 공급을 무기로 위협하고 있다고 공격한 딕 체니 미 부통령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푸틴, 군비증강 계획 밝혀

미국의 이중잣대를 꼬집은 푸틴 대통령은 이날 외부의 압력에 저항하기 위해 군을 현대화할 필요가 있다며 군비 증강 계획도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최근 러시아의 계속된 국방지출 확대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러시아에 비해 25배나 많은 국방비를 지출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신형 무기는 미국과의 전략적 균형을 유지하는 것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의 목표는 미국의 군사력을 양적으로 대등해지는 것이 아니라면서 3대 핵전력(대륙간 탄도 미사일, 잠수함 발사 탄도 미사일, 전략 폭격기)의 신뢰도와 실효성을 높이는데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향후 5년 내에 현대적인 장거리 전략 폭격기와 잠수함, 미사일 발사장치 등을 개발해 전략핵무기 전력을 극대화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도 천명했다.

아울러 부시 행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미사일방어에 대해서는 “러시아는 이미 이를 극복할 수단을 갖고 있다”고 자부하고 “힘의 전략적 균형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신형무기를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시, 러시아 때리기 동참

러시아가 군비증강 계획을 밝힌 것은 미국과의 관계가 악화되고 있는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푸틴 대통령의 이날 연설에 앞서 부시 대통령은 독일의 <빌트>지와의 인터뷰에서 “아버지(부시 전 대통령)는 러시아를 적이라고 했지만 오늘날 러시아는 미국의 적이 아니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러시아가 민주주의를 계속 수립해 나갈 것인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며 ‘러시아 때리기’에 동참했다.

또 부시 대통령은 “정치적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석유와 가스회사들이 이용되고 있다”며 “경제적 민족주의가 우려된다”고도 말했다.

미·러 관계에 정통한 전문가들은 대체로 현재 양국관계가 ‘불안정한 상황’이라는 데 동의하고 있다. 카네기 국제평화 재단의 앤드류 쿠친스 국장은 미 외교협회(CFR)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양국관계가 “다소 불안정하며 급격히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쿠친스는 리투아니아에서 시작된 체니 부통령의 러시아 비판이 카자흐스탄에서도 계속됐지만 석유가 풍부한 이 나라의 독재나 인권탄압에 대해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고 바로 며칠 전에는 인권침해로 유명한 아제르바이잔의 대통령이 미국에서 환대를 받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이는 러시아인들에게 부시 행정부의 이중잣대로 비쳐지고 있다고 말했다.

9.11 이후 한때 허니문…이후 계속 내리막

러시아와 미국은 지난 2001년 9.11 테러 이후 잠깐 동안 가까운 관계를 유지했다. 9.11 테러 직후 부시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테러응징에 연대를 처음으로 표시한 외국 정상이 바로 푸틴 대통령이었다. 러시아 정부는 아프가니스탄 침공을 위해 미군이 옛 소련 국가들에 진주하는 것을 용인했다. 러시아로서는 인접한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과 수니파 급진세력을 이 참에 제거하려는 숨은 의도가 있었다.

하지만 탈레반 정권이 무너지고 난 다음부터 양국 관계는 내리막길로 접어들었다. 미국의 일방적인 탄도탄요격미사일금지협정 탈퇴, 옛 바르샤바 조약기구 국가들까지 포함시키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확대는 러시아의 심기를 건드렸다. 러시아의 반대에도 부시 행정부는 이라크를 침공했고 우크라이나를 비롯한 러시아 주변국에서 러시아와 갈등을 빚어왔다.

미국은 푸틴 대통령이 석유회사 유코스의 회장 미하일 호도르코프스키를 제거하고 유코스를 국유화한 것도 못마땅한데 국제 유가 상승에 힘입어 러시아의 영향력이 점점 커져가는 것을 그냥 내버려 둘 수 없었다. 최근 미국의 러시아 압박은 이런 배경에서 나온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아직까지 양국 정상은 정면대결은 가급적 피하고 싶어하는 모습이지만 오는 7월 성페테르스부르그에서 열리는 G8(주요 8개국) 정상회담에서는 양국간 갈등이 표면화되는 자리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과거 서방선진7개국(G7) 정상회담에 초청을 받았던 러시아가 처음으로 의장국이 된 이번 G8 정상회담에서는 에너지, 민주주의, 인권, 이란핵 등 거의 모든 의제에서 미국과 러시아가 첨예한 의견대립으로 보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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