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웨덴, 너마저···
    반난민 극우 민주당 약진
    2018 스웨덴 총선, 극우정당 비약
        2018년 09월 10일 10:49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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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웨덴에 안식년을 맞아 연구교수로 나가 있는 김진석 서울여대 사회복지과 교수가 일요일 치러진 스웨덴 총선 결과에 대한 소감과 선거 과정에 대한 몇몇 사진 풍경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렸다. 동의를 얻어 블로그 글을 레디당에 게재한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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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어가며: “여기서 왜 스웨덴 총선이 나와?”

    9월 9일(현지시간) 일요일인 오늘 스웨덴의 2018 총선이 마무리되었다.

    이민정책, 노인정책, 일자리 및 고용정책, 나토 가입과 스웩시트(Sweden-Exit: 스웨덴의 EU 탈퇴를 일컫는 말) 등 외교정책, 교육정책, 치안 등이 주요한 쟁점이었던 이번 선거는 모든 선거가 그렇듯이(?) 스웨덴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선거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무엇보다도 북구 국가들 중에서도 선도적으로 적극적인 이민정책 및 난민수용 정책을 펼쳤던 스웨덴의 과감한 시도가 한편으로는 북구 국가의 맏형다운 행보라는 칭찬을 들었지만, 막상 스웨덴 내부에서는 스웨덴이 당면하고 있는 고용, 경기침체, 재정불안, 치안 등의 문제를 일으킨 주범이 사민당 정부가 수행해온 무모한 이민정책이라는 비판을 직면해야했다.(인구가 약 1천만 명 정도인 스웨덴은 유럽연합에서 인구 대비 난민수용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이다.-편집자)

    이 과정에서 반난민 등 국수주의적인 입장을 표방하고 있는 극우정당 성격의 민주당의 성적표가 관심 대상이었다. 민주당은 지난 2014년 선거에서도 비약적인 성장을 기록했고, 이번 선거 결과에서도 의회 내 극우 민주당의 자리와 비중이 어느 정도가 될지가 국내외의 주요한 관심거리이었다.

    “여기서 왜 스웨덴 총선이 나와?”

    사실 나의 평소 행적을 고려하면 좀 뜬금없는 포스팅일 수도 있지만 뜻하지 않게 가까이서 스웨덴 선거를 지켜본 기록을 아래에 정리해본다. 이번 선거 결과를 보면서 세 군데서 터져 나오는 긴 (안도의) 한숨 소리를 기록해보려고 한다.

    “휴~ 2등 자리는 지킬 수 있겠군.”

    지난 2014년 선거에 이어 올해도 2위 자리를 지키는데 성공(?)한 보수당(Moderata Samlingspartiet: M)이 내뱉은 안도의 한숨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현재, 아직 개표가 마무리된 것은 아니지만 보수당은 근소한 차이로 2위 자리를 지키고 있고, 결과적으로 지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2위 자리를 지킨 보수당에 대한 관심은 여기까지다.

    사진설명: 아이를 안고 스톡홀름 주택가 산책로에 붙어있는 선거벽보를 지켜보고 있는 시민. 보수당, 녹색당, 사민당의 벽보가 보인다. 이하 사진은 필자

    사실상 이번 선거의 가장 큰 관전 포인트 가운데 하나는 이번 선거에서 제3당이 확실해 보이는 스웨덴 민주당(Sverigedemocratena, SD)(극우정당)이 어디까지 부상할 것인가에 있었다.

    적녹연정(Rödgröna), 즉 사민당(Socialdemokratiska, S), 좌파당(Vänsterpartiet: V), 녹색당(Miljöpartiet de gröna, MP)으로 구성된 현 집권세력과 보수당을 중심으로 기민당(Kristdemokraterna: KD), 중앙당(Centerpartiet: C), 자유당(Liberalerna: L)이 연합한 소위  “스웨덴을 위한 동맹(alliansen)”, 양대 세력의 견제 속에서도 지난 2014년 이미 제3당의 위치를 차지한 바 있는 극우 민주당이 과연 제2당의 위치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인가?(‘네오(新)나치 운동’에 뿌리를 두고 있는 스웨덴민주당은 지난 2010년 처음으로 의회에 진출한 뒤 2014년 총선에서 12.9%의 지지율은 얻은 데 이어 이번 총선에서는 더 높은 득표율을 보일 것이 확실하다-편집자)

    이 물음은 이번 스웨덴 선거 내내 언론의 관심을 끌어온 바 있다. 투표가 마무리된 순간에 발표된 일부 조사결과에서는 민주당이 보수당을 근소한 차이로 제치고 제2당이 될 것이라는 다소 충격적인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민주당은 극우적인 이민자 정책을 최우선 정책 아젠다로 제출하고 이번 선거에 임했다. 민주당에 대해 스웨덴 정치 지형을 양분하고 있는 좌우 두 개의 거대 정치세력들은 선거결과와 무관하게 극우 성격의 민주당과는 연정을 하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하는 등 거의 따돌림에 가까운 견제를 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지난 2014년 선거에 비해 의회 내에서 덩치를 1.5배로까지 키울 전망이다. 선거 결과의 윤곽이 나온 후 민주당 당수인 이미 오케손(Jimmie Åkesson)은 지지자들 앞에서 이렇게 외쳤다.

    “우리는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될 것입니다.(Vi kommer få ett oerhört inflytande.)”

    사진설명: 스톡홀름 시내 광장에 자리 잡은 선거 운동 부스들. 극우 스웨덴민주당(SD)의 깃발이 드높이 날리고 있다

    “휴~ 의회에 자리를 지킬 수는 있겠군.”

    이번 스웨덴 선거에서 개표결과가 거의 다 드러날 때까지도 한 개 정당은 숨조차 제대로 쉬기 어려운 지경이었다. 스웨덴의 선거제도는 총선에서 4% 이상의 득표를 해야 의회에 의석이 보장된다. 그리고 이번 선거에서 4%를 가까스레 지켜낸 정당이 있었으니 바로 녹색당이다. 아직 개표가 마무리된 것은 아니지만 이번 선거에서 녹색당은 의회 내에 자리를 지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극우당과는 반대로 몸집이 2/3 이하로 줄어들 전망이다.

    “휴~ 정부는 지킬 수 있겠군.”

    마지막 안도의 한숨은 집권 연정력인 적녹연정, 특히 그 중심에 있는 사민당과 수상인 스테판 뢰펜(Stefan Löfven)의 입에서 흘러나온다. 스웨덴 내 사민당에 대한 압도적인 지지는 이미 지난 추억이 된 지 오래이지만 이번 선거는 지난 2014년에 비해서 또다시 뒷걸음질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30%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최대 지지율을 얻어 원내 제1당 지위를 유지한 것을 다행이라 해야 할까?

    사진설명: 스톡홀름 시내 광장의 벤치에서 이른 아침 신문을 읽고 있는 노인. 아직 문을 열지 않은 사민당 선거운동 부스의 홍보물에는 더 많은 일자리와 청년을 위한 주택의 보장을 통해 “모두”가 더 강해질 것이라는 사민당의 구호가 적혀있다.

    선거를 마치고 개표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적녹연정과 스웨덴을 위한 동맹 양대 세력의 의석수가 거의 비슷한 양상이 유지되자 동맹 측의 대표주자인 보수당 당수 울프 크리스테손은 스테판 뢰펜이 수상 자리를 내려놔야한다고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나섰다. 적녹연정과 동맹 간의 지지율 차이가 불과 0.3% 수준을 왔다 갔다 하는 상황이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하지만 스테판 뢰펜 수상은 개표 결과가 막바지에 이를 때까지도 적녹연정이 근소한 차이로 앞서나가는 상황이 지속되자 수상자리를 내놓을 생각이 없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하였다.

    마무리

    아직 결론은 나지 않았다. 해외투표 결과가 집계되어야 하고, 이와 같이 근소한 차이에서는 해외투표가 결과를 뒤집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막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연정에 의한 정부의 구성이라는 스웨덴 정치의 특성상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되어 새로운 정부가 구성되는 가능성도 여전히 열려있다. 선거 전에야 모두 극우 민주당을 왕따시키는 분위기였지만 정치라는 것이 또 언제 그랬냐는 듯이 두 손 불끈 부여잡고 ‘우리는 원래부터 하나였어’라고 외칠 수 있는 것 아닌가? 지나치게 비관적인 전망일 수도 있지만 어느 한 세력이 극우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연정을 꾸리는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다.

    후기1

    거리를 오가며 이곳의 선거 과정을 지켜보며 부러웠던 점 몇 가지를 남기고자 한다. 대규모 선거유세 같은 것을 보지는 못했지만 마을 축제나 퀴어 축제 등과 같이 다양한 현장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는 정치와 정치인들의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인상적인 장면 가운데 하나는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에서 매년 열리는 Stockholm Pride 다양성 축제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거리행진에 스테판 뢰펜 수상을 비롯한 사민당, 녹색당, 페미니티스당 등이 당 깃발을 앞세우고 참여하는 모습이었다 (아래 사진).

    사진설명: 유로프라이드 스톡홀름 퍼레이드에 등장한 페미니스트정당.

    사진설명: 유로프라이드 스톡홀름 퍼레이드에 등장한 페미니스트정당. 저마다 즐거운 표정으로 퍼레이드에 참여하고 있다. 선거결과 이들은 의회진입에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ㅠ.ㅠ

    사진설명: 유로프라이드 스톡홀름퍼레이드의 행진에 참여한 뢰펜 총리(뒷 무리 중 맨 앞 열의 오른쪽 하늘색 셔츠). 그나저나 경호원들은 동서를 막론하고 간지가 흐른다…

    후기 2

    선거라는 공간을 적극 활용하는 스웨덴의 시민교육은 정말이지 부러워 죽을 지경이었다. 거리의 선거홍보 부스에는 어김없이 학생들이 노트와 펜을 들고 각 정당의 선거운동원들을 에워싸고 있었다. 물론 학교에서 과제를 내주었으니 찾아왔겠지만 진지한 표정으로 홍보물을 들여다보고, 선거운동원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은 여전히 50% 가까이에 이르는 정당 가입율이 어떻게 가능한 것인지 보여주는 현장이었다. 이 나라의 정당대표가 20대, 30대에 나올 수 있는 배경에도 역시 초등학교부터 이루어지는 시민교육과 정치교육에 기반한 것이리라.

    사진설명: 스톡홀름 시내 광장의 선거운동 부스를 장악하고 있는 학생들. 선거운동원들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사뭇 진지하다. 부럽…

    사진설명: 스톡홀름 시내 광장의 선거운동 부스를 장악하고 있는 학생들. 좌측부터 보수당(M), 녹색당(MP), 좌파당(V), 민주당(SD)이 자리잡고 있다.

    필자소개
    서울여대 교수. 사회복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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