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 또 유해가스 유출
    반복되는 노동자의 죽음
    이산화탄소 유출사고로 20대 청년 사망··· 정당·단체들 삼성전자 규탄
        2018년 09월 07일 05:2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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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 기흥 반도체공장에서 이산화탄소가 유출돼 20대 청년노동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또 다시 벌어진 가운데, 삼성 측이 사고를 은폐하려한 정황까지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청년·시민사회·정치권 등 각계에서 이번 사고와 관련된 삼성전자의 책임자를 처벌하라는 요구가 나온다.

    지난 4일 오후 2시경 경기도 용인시 삼성전자 기흥 반도체공장에서 이산화탄소가 유출돼 24살 노동자 이 모 씨가 사망하고 김 모 씨(54), 주 모 씨(26) 등 2명이 의식불명에 빠졌다. 이들은 공장 지하 1층 기계실에 있는 소화설비용 이산화탄소 저장 탱크와 연결된 배관이 터지면서 사고를 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3명의 사상자 모두 협력업체 소속의 비정규직 노동자다.

    삼성전자에선 매해 유사한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 2013년 1월 불산 유출사고로 6명의 사상자가 나왔고, 같은 해 5월에도 3명이 다쳤다. 이듬해엔 이산화탄소가 유출되면서 1명이 사망, 2015년 황산 누출사고로 1명 부상을 입었다. 작년 5월에도 불산 유출사고로 3명이 다쳤다.

    특히 삼성전자는 사망자 이 씨가 이미 숨진 후인 오후 3시 48분경에 용인소방서에 신고했다. 사고가 벌어진 지 2시간이나 지난 후에나 신고한 것이라 늑장대응 비판까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은폐·축소 논란까지 일고 있다.

    청년단체들은 삼성전자가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사건을 은폐해왔다고 주장했다.

    청년전태일, 한국청년연대, 청년민중당은 7일 삼성전자 서초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전자가 사고예방 대책은커녕 사후조치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청년단체들은 “삼성전자는 과거 여러 번 비슷한 사고가 발생했음에도 현장에 관리감독자 한 명 없이 유지보수업무를 진행하도록 했다”며 “사고 발생 2시간 뒤 피해자가 사망하고 나서야 신고를 하고 사고 당시에 사업장 내 다른 사람들에게 대피방송을 하지 않았다”고 짚었다.

    사진=민중당 서울시당

    이들은 “이번 이산화탄소 유출사고는 지난 2014년에 발생한 사건과 유사하며 사고가 발생한 기흥공장에서도 2015년 유해가스 발생사고가 있었다”며 “삼성전자는 재발 대책은 제대로 마련하지 않은 채 사건을 은폐·축소해 사태를 수습해왔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과거에도 삼성전자가 유사한 사고를 발생시켰음에도 소방기본법과 산업안전법을 모두 위반했다”며 “삼성전자에 명확한 책임규명과 진상조사, 강력한 처벌이 없다면 향후에도 유사한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의당 청년이당당한나라 본부도 지난 5일 논평을 내고 “위험하고 힘든 일은 하청·협력업체에게 떠맡기고, 원청은 나몰라라 하는 ‘위험의 외주화’가 스물넷 청년노동자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다”고 비판했다.

    청년본부는 “삼성전자 측은 ‘소방관리 업무는 외주를 줄 수밖에 없다’는 안이한 입장만 반복할 게 아니라 안전사고를 막기 위한 재발방지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며 “이번 사고의 원인이 원청의 미비하고 허술한 안전조치 때문이 아닌지 밝혀내고 이에 대한 합당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도 삼성전자에서 벌어지는 반복되는 사고와 늑장대응 문제에 대해 이번만큼은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삼성은 매번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앞으로는 신속하게 신고하겠다고 했지만 변한 모습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면서 “철저하게 수사되어야 하고, 책임이 있다면 그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때만 넘기면 된다는 식의 기업태도가 앞으로도 계속 용인이 된다면 안전사고, 기업범죄 이런 것들의 고리를 끊을 수 없을 것”이라며 “기업의 안전관리 위반 범죄를 처벌하고, 징벌적인 손해배상을 물리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도입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도 7일 오전 KBS 라디오 ‘정준희의 최강시사’와 인터뷰에서 “2013년도에도 경기도 화성 사업장에서 불산 누출사고 때도 10시간이 지난 후에 신고를 했고, 2014년, 2015년에도 그랬다. 사람을 우선으로 하는 안전대책을 세우기보다는 회사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식의 대응을 해온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이번에 사망하신 분들이 모두 다 협력업체 직원이라는 점에서 생명 안전 관리 업무에 대한 무분별한 외주화, 도급화가 위험요소가 되고 있는 만큼 특단의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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