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논란 불러일으킨
    김성태의 ‘출산주도성장’
    출산장려금 2,000만원 등 1억 지원
        2018년 09월 06일 03:3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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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소득주도성장’을 폐기하고 ‘출산주도성장’ 정책을 펴야 한다고 제안했다. 여성이 아이를 낳고 키우는 데에 필요한 돈을 출산장려금·양육수당을 지급하자는 것이다. “여성의 출산을 국가성장의 도구로 여기고 있다”, “허무맹랑하고 여성들의 현실을 우롱하는 말”이라는 여야의 비판이 쏟아지지만, 일각에선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검토해볼 만한 대책”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5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출산주도성장 정책을 제시하며 “지난해 출산 마지노선이라는 출생아 수 40만명이 무너졌다. 저출산 문제는 국정 최우선 과제”라며 “아이를 낳도록 획기적인 정책 대전환을 해야 한다. 출산장려금 2천만원을 지급하고 이 아이가 성년에 이르기까지 국가가 1억원의 지원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공무원 증원을 위한 재정을 출산주도성장 정책에 투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선 ‘출산주도성장’ 정책이라는 표현 자체에 대한 반감은 상당하다. “지극히 개인적이고 자율적이어야 할 여성의 출산을 국가 성장의 도구쯤으로 여기고 있다”는 것이다.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에서 “자유한국당의 국가주의적 사고방식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고 이같이 비판했다.

    특히 저출산 문제가 노동, 주거, 복지나 가부장적 남성중심의 사회에서의 여성차별 구조 등 복합적 원인이 있다는 점에서, 김 원내대표의 ‘돈 지급’ 제안은 저출산 문제의 본질을 왜곡하고 성평등 의식의 부재를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박 원내대변인은 “결혼과 임신으로 직장에서 눈칫밥을 먹고, 법으로 보장된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 출산과 육아시기 경력단절을 겪고 다시 재취업에 성공하더라도 질 낮은 저임금 일자리에 만족해야 하는 것이 지금 대한민국 여성들의 현실”이라며 “당사자의 입장에서 해결책을 다 함께 고민해보는 진지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호진 정의당 대변인도 국회 브리핑에서 “지난 정부에서 수십조의 재원을 쏟아 부어도 출산 문제가 극복되지 않는 이유는 일자리가 없고, 살 집이 없고, 아이 돌볼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노동, 주거, 보육 문제가 종합적으로 해결되지 않으면 출산율은 점점 떨어질 것이 자명하다”며 “근시안적인 포퓰리즘으로 국민들을 호도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정의당 여성위원회도 논평을 내고 “여성들에게 돈만 주면 출산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고 생각하느냐”며 “최저임금 인상 및 복지 확대와 증세를 거부하면서 ‘돈 줄테니 아이 낳으라’고 독촉해봤자 여성들의 상황은 변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여성위는 “저출산 문제는 사회구조적 문제다. 일자리, 보육, 교육, 주택 등 사회 전반의 불평등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인구절벽 시대는 결코 풀리지 않는 숙제로 남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수민 바른미래당 원내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세금 퍼주기’, ‘포퓰리즘’을 운운하며 대안 없는 비판만 하던 자유한국당이 한 술 더 떠서 출산장려금을 2천만원씩 지급하자고 했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 역시 ‘세금 퍼주기’식의 단기적 처방이자, 포퓰리즘을 포퓰리즘으로 맞대응하는 수준 낮은 대응책”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민주당과 정의당 등의 비판에 대해 “민주당이 국가주의로 매도하는 섣부른 단견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이를 국가주의라고 매도하는 것은 문재인 정부의 국가주의 정책에 제발이 저린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양수 자유한국당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출산주도성장 정책에 대해 “정부의 각종 저출산 대책을 구조조정하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출산수당과 양육비용에 대한 현금지급은 오히려 출산한 여성에게 선택권과 자유를 주는 것”이라며 “출산과 양육에 관련한 다양한 서비스 산업 파생도 기대해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원내대변인은 “문재인 정부의 공무원 17만4천명 증원에 향후 330조원을 쓰려 하는 것과 비교해보면, 출산주도성장 정책의 효과성이 월등할 것이라는 생각은 누구라도 할 것”이라며 “민주당의 소득주도성장의 무분별한 최저임금 인상처럼, 국가가 사용자와 고용자의 사적 계약을 과도하게 개입하는 정책과는 차원을 달리한다”고도 했다.

    자유한국당은 그간 무상보육·급식이나 청년수당 등 국가의 재정지원을 바탕으로 하는 복지정책에 대해 강하게 반대해왔다. 양육의 경제적 부담을 덜고자 매월 10만원씩 지급하는 아동수당 정책 시행시기를 늦춘 것도, 모든 아동에게 보편적 지급하기로 한 방안을 선별적 지급으로 바꾼 것도 자유한국당이다.

    이에 대해 김태년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6일 오전 정책조정회의에서 “아동수당도 반대했던 자유한국당에서 뜬금없이 20년간 매월 33만원씩 총 1억 원을 주자고 하니까 당연히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며 “김성태 원내대표의 제안이 진심이라면 아동수당 100% 지급부터 약속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출산주도성장이라는 표현의 문제나 제안의 진정성과는 별개로 정책 자체는 “검토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는 평가도 있다.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람이 형편없다고 그의 말까지 모두 폐기할 필요는 없다”며 “아이(부모)에게 직접 수당을 지급하는 방식, 나쁘지 않다. 민주당은 천박한 인식이라고 공격하고 있고, 출산을 기피하는 다른 사회적 조건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하지만, 이런 제안은 차후에 양당 간에 건설적 대안을 촉발할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출산률을 높이기 위해, 그리고 늘어가는 비혼자들이 혼인할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데 어떤 대안을 갖고 있느냐”며 “지금 진행되는 서울 부동산 폭등은 결혼 기피, 출산기피의 가장 중요한 원인 중의 하나가 아니냐”고 반문했다.

    출산장려금이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 근본적 대책이 될 순 없지만 아동수당처럼 여러 복지정책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출산주도성장이라고 이름을 붙였지만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일환으로 수용을 검토해볼 만한 대책이라는 것이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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