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각반대 파업 중 노동자 음독 사망
    By tathata
        2006년 05월 10일 05:0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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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스회사 매각을 반대하며 파업에 참가한 한 노동자가 지난 5일 음독자살을 기도하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9일 사망하는 일이 일어났다.

    경기도 고양시에 소재한 (주)명성운수는 최근 회사매각을 계획하고 있어 노조는 이를 반대하는 파업을 지난 4월 29일부터 벌여왔다. 한국노총 자동차노련 소속의 명성운수노조는 “회사를 인수하는 사업주는 부실기업을 인수한 후 노동자를 계약직으로 전환하기로 유명한 사업주”라며 “회사는 매각계획을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명성운수는 퇴직금 수령 동의서를 직원들에게 발부하는 등 본격적인 매각절차에 돌입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노조 파업이 진행되는 가운데 지난 5일 조남일 조합원(55)은 파업집회를 마치고 오전에 집으로 귀가하여 제초제를 마셨다.

    노조와 주변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조씨는 자살을 결심하기 전날인 지난 4일 파업집회에서 같은 회사의 조합원에게 “마이크를 내게 넘겨주면 할 말이 참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유난히 오랫동안 손자를 꼭 안아주는 등 평소보다 더 애틋한 행동을 보이며, 가족들에게 “내가 (퇴직금수령)동의서를 쓰면 어떻게 회사를 다닐 수 있겠냐?”며 고민을 털어놓았다.

    이튿날인 5일 파업을 마치고 귀가한 조 씨는 식구들이 다 나간 집에서 홀로 극약을 마신 후, 고통에 신음하다 아들에게 전화해 “약을 마셨다, 살려달라”고 외쳤다. 이후에 조 씨는 병원으로 후송되어 치료를 받던 중 지난 9일 숨을 거뒀다. 그는 병원에서 의식이 돌아온 당시 “회사가 매각돼 사표를 써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매각으로 인한 고용불안이 자살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파악되고 있다. 조 씨의 유서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조 씨의 가족은 최근 아들이 다니던 직장에서 권고사직을, 부인이 정리해고를 당해 재정적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는 터여서 그마저 회사를 다니지 못할 경우 생계를 위협받는 상황에 놓여 있었다. 게다가 아파트 매매 잔금 2억원의 채무까지 떠안고 있어 가계의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난 상황이었다. 그는 명성운수 회사에 오기 전에 부천의 소신여객이라는 회사에서 15년간 운수노동자로 일해 왔다.

    한편, 자동차노련의 조준영 조직부국장은 “노동조합 열사장에 준하는 장례식을 준비하고 있으며, 유족보상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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