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판결도 무법천지
건설현장에서는 무용지물
건설노동자들, ‘포괄임금제’지침 폐기 촉구 청와대 노숙농성 돌입
    2018년 09월 05일 05:19 오후

Print Friendly

건설노동자들이 정부에 포괄임금 지침 폐기를 촉구하며 5일부터 청와대 노숙농성에 돌입한다. “건설노동자에게 포괄임금 지침을 적용해선 안 된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온 지 2년이 지났지만 정부는 현재까지도 해당 지침을 유지하고 있다.

건설노조는 이날 오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건설사의 눈치만 보며 포괄임금 규제 지침 발표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며 “건설현장 포괄임금 지침 폐기를 위해 오늘부터 청와대 앞 노숙농성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건설노조 기자회견(사진=유하라)

포괄임금제란, 실제 노동시간에 상관없이 기본임금에 각종 수당을 포함해 일정액을 지급하는 임금체계다. 이 때문에 법정 노동시간인 하루 8시간을 초과하거나 휴일에 근무를 하더라도 포괄임금 체계 하에선 초과근로수당이나 휴일수당을 받을 수가 없다. 노동계에선 포괄임금제가 “노동자에게 공짜노동을 강요한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건설노동자들 역시 포괄임금제로 인해 주휴수당을 받지 못해 일요일이나 공휴일에도 쉬지 않고 일해야 하는 상황이다. 건설노조는 “이번 현장이 끝나면 언제 다시 일할 수 있을지 모르는 고용불안에 시달리기 때문에 일당을 포기하면서까지 마냥 쉴 수 없기 때문에 건설노동자들에겐 일요일도, 공휴일도 없다”며 “근로기준법에는 노동자들이 정기적으로 쉴 수 있도록 주휴일이 명시되어 있지만 무법천지 건설현장에서는 그림의 떡일 뿐”이라고 토로했다.

대법원 역시 포괄임금제를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다. 2010년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감시·단속적 노동 등과 같이 근로시간의 산정이 어려운 경우가 아니라면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시간에 따른 임금지급을 원칙으로 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지난 2016년에도 건설노동자는 노동시간 산정이 어려운 경우가 아니라며 포괄임금을 적용해선 안 된다고 판결한 바 있다.

그러나 고용노동부는 대법원의 이러한 판결이 나온 후에도 2011년에 정한 건설노동자 포괄임금 지침을 폐기하지 않고 유지하고 있다. 노조는 정부가 오히려 포괄임금을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영철 건설노조 위원장 직무대행은 “문재인 정부는 출범 당시 법 개정 전에 정부가 할 수 있는 행정지침을 통해서 바꾸겠다고 했다. 그러나 하지 않고 있다”며 “우리 건설노동자들을 또 다시 길거리로 내몬 것은 문재인 정부”라고 비판했다.

이영철 건설노조 부위원장도 “노동부가 제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아 건설노동자들이 장시간·저임금에 고통 받고 있다”며 “행정지침을 폐기하고 사용자 단체와 건설노조가 앞으로 주휴수당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논의하는 특별교섭을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법원이 이미 위법한 사실을 판결한 만큼 노동부는 사용자편에 서서 폐지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한다면 오늘 노숙농성을 시작으로 빠른 시일 내에 전국적 총파업 투쟁을 조직하겠다”고 경고했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