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권, "'대북문제'로 새 판짜기에 나서나"
        2006년 05월 10일 11:58 오전

    Print Friendly, PDF & Email

    노무현 대통령이 9일 또 화두를 던졌다. 대북문제와 관련해서다. 노 대통령은 앞으로 북한에 많이 양보하겠다고 했다. 또 언제, 어디서, 무슨 얘기를 해도 좋으니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만나자고 했다. 예전과 달리 어떤 단서도 붙이지 않았다. 

    노대통령 대북 발언과 지방 선거 이후

    이 화두에는 내달 방북하는 김대중 전 대통령도 연관돼 있다. 노 대통령은 김 전 대통령을 특사로 여기는 듯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김 전 대통령은 정치적 영향력은 여전히 상당하다. 당장 한나라당은 대통령의 발언은 선거용이라고 공박하고 나섰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노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선거 이후와 관련해 시사하는 것이 더 크다고 말한다. 민주/반민주 구도가 소멸하고 여당과 한나라당의 정책적 차별성이 사실상 사라진 지금, 양당이 그나마 입장차를 보이는 유일한 ‘재료’가 대북문제라는 것이다.

    이들은 대북문제의 국내 정치적 효과에 주목한다. 김 전 대통령을 고리로 호남 민심을 끌어올 수 있고, ‘평화개혁 세력 대단결’이란 명분으로 개혁적 성향의 유권자를 묶어세우는 명분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이른바 전통적 지지층의 복원이다. 이건 지금 여당의 화두이기도 하다.

    열린우리당, 한나라당 아무런 정책 차이가 없다

    중앙선관위는 8일 열린우리당 등 5개 정당에 ’20개 정책 현안 질의’를 보내 조사한 ‘정당별 기본 입장’을 공개했다. 이 자료에 보면 20개 정책 현안 중 12개 항목에서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거의 같은 입장을 취했다. 양당이 상반된 입장을 취한 것은 고작 2개 항목에 불과했다.

    주요 국정 현안과 관련해서는 정책 친화성이 특히 두드러진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9일 관훈토론에서 "한미 FTA 체결 추진은 문제점이 많긴 하지만 노 대통령이 잘 한 일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평택미군기지 이전 반대 시위와 관련해서도 "미군기지 이전문제가 생존권 차원의 주민들 이야기가 아니라 반미단체, 미군철수를 원하는 단체들의 시위로 변질됐다"면서 "잘못된 시위에 대해서는 막았어야 하며, 정부가 법 집행의지를 확실히 보인다면 이런 문제를 더 완벽히 해결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한다"고 정부와 동일한 인식을 내비쳤다.

    우원식 열린우리당 의원은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서민을 위하느냐 기득권 세력을 위하느냐 하는 기본적 입장 차이가 있다"면서도 "그러나 이런 차이가 정책으로 표현되지는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차별화의 마지막 재료?

    대북문제에 대한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입장차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먼저 북핵문제의 해법을 둘러싼 입장차이다. 열린우리당은 한미공조의 강화를 주장하면서도 대화를 통한 해결을 보다 강조하는 입장이라면 한나라당은 대북 압박을 보다 강조하고 있다.

    남북경제협력과 관련해서는 열린우리당이 경제협력과 북핵 문제 등 다른 현안의 연계를 반대하고 있지만, 한나라당은 ‘상호주의’ 원칙을 내세우며 경제협력과 북핵문제, 북한 인권 문제 등을 연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서도 여당은 북한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여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한나라당은 강하게 압박해야 한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당장 노 대통령의 9일 발언에 대해 한나라당은 강도높게 비판하고 있다. 

    이계진 대변인은 "정부가 북한에 더 양보할 게 있는지 되묻고 싶다. 국군포로는 올려보내고 납북자는 생존 조차 확인 거부되고 있다"며 "식량도 비료도 원하는 대로 혹은 자진해서 주면서 북핵 문제를 포함한 안보 현안에 대해서는 못 들은 척, 못 본 척 해결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북문제로 전통적 지지층 결집 노리나?

    우리 정치에서 대북 문제는 ‘DJ-호남-개혁층’의 연상효과를 갖는다. 대북문제를 둘러싸고 ‘평화개혁세력 / 수구냉전세력’의 구도를 만들면 전통적 지지층을 회복할 수 있다는 계산을 해봄직하다. 실제 최근 광주에서 열린우리당의 지지율이 소폭이나마 상승한 데는 김 전 대통령의 6월 방북이 일정하게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노 대통령은 9일 김 전 대통령의 내달 방북 사실을 거론하면서 "미국과 주변국가들과의 여러 가지 관계가 있어 정부가 선뜻선뜻 할 수 없는 일도 있는데 김대중 전 대통령이 길을 잘 열어주면 저도 슬그머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우원식 의원은 "대북 문제를 둘러싼 대립 구도 형성이 호남을 비롯한 평화개혁 세력을 하나로 묶어내는 정치적 효과를 갖는다는 것은 우리 정치의 상수"라며 "이는 지방선거 이전에도 이후에도 변함없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정택상 진보정치연구소 상임연구위원은 "한반도 주변의 복잡한 정세를 감안할 때 북핵 문제를 풀어가는 속도와 방식의 차이를 둘러싸고 남남 갈등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며 "각 정치 세력은 이런 갈등의 판세를 균점하게 될 것이고, 열린우리당은 이른바 전통적 개혁층을 자기의 세력권 아래 두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 연구위원은 또 "앞으로 한반도 평화의 주도세력이라는 간판을 두고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이 선명성 경쟁을 하게 될 것"이라며 "열린우리당은 스스로를 중도적이고 실용적인 평화세력으로 규정하면서 민주노동당을 대책 없는 반대세력으로 몰아붙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평택은 열린우리당의 미래다?

    열린우리당의 이런 시도는 성공할 것인가.

    어느 한반도문제 전문가는 "열린우리당이 한반도 평화 문제에 대해 주도권을 행사하려면 한미동맹 강화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받아들이면서 한반도 평화를 말하는 자가당착을 풀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평택 문제와 관련해 정부와 여당은 무능력하고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며 "여당이 한반도 문제의 해결 주체로서 등장하기보다는 일정한 정치적 지분을 획득하는 데서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필자소개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