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정규직 교수들 농성,
    강사법 개선안 즉각 입법 요구
    관련 예산 확보 못할 경우 실효성 현저히 떨어질 우려도
        2018년 09월 04일 11:0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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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정규직 교수들이 4일 국회에 강사법 개선안 즉각 입법을 촉구하며 농성에 돌입했다.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은 이날 오후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사와 국회, 정부 모두가 합의한 강사법 개선법령안은 지체 없이 국회 입법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밝혔다.

    비정규교수노조 기자회견(사진=유하라)

    대학강사제도개선협의회(협의회)는 지난 5개월간 18차례의 논의 끝에 지난 3일 강사제도 개선을 위한 단일 합의안을 마련했다. 협의회는 국회 추천 전문위원과 대학 측 위원, 강사 등 비정규교수 측 위원, 교육부 담당 공무원 각 4인으로 구성됐다.

    대학시간강사제도는 1962년 처음 만들어져 지난 55년간 교수직의 비정규직화, 교수노동시장 분할과 배제 등을 반복했다. 이 제도로 인해 비정규직 교수들이 잇따라 목숨을 끊으면서 지난 2011년 이명박 정부에서 강사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강사법을 입법 발의했지만, 여야는 합의 하에 이 법안을 4차례 유예한 바 있다.

    이번에 협의회를 통해 도출된 합의안은 강사 재임용 절차 보장 기간을 3년으로 구체화하고 소청심사권 명시(재임용절차 거부 시 소청심사 가능), 강사 외 겸임·초빙교수 등의 비전임교원에 1년 이상의 계약기간과 신분보장 법률 명시, 책임시수 대신 최대 강의시수 기준 적용, 방학 중 임금 지급 법률 명시 등을 골자로 한다.

    노조는 노사와 정부, 국회가 합의한 개선안을 입법 발의하고 해당 상임위원회인 교육위원회에 오는 추석 전까지 통과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임순광 비정규교수노조 위원장은 “자그마치 28년이 걸렸다. ‘강사에게 교원 지위 부여’ 싸움을 하기까지 많은 희생자들이 있었다”며 “교육부, 국회, 노사의 역사적 합의안인 강사법 개선안이 만들어진 만큼 국회는 그동안 저지른 직무유기를 이제는 만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진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연대발언에서 “국회는 법안을 비정규 강사들의 생존권을 외면하고 정치논리에 의해서 법안을 4번이나 유예시켰다”며 “국회 처리 앞두고 있지만 여전히 어떻게 처리될지 걱정이다. 비정규직 당사자인 시간강사들이 이렇게 국회 앞에서 농성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말했다.

    홍성학 교수노조 위원장도 “강사법 문제는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인간 존엄의 가치 실현하는 것”이라며 “학생들에게 공정과 평등, 인권, 사회적 신분으로 차별해선 안 된다는 것을 가르쳐야 할 교육기관에서 차별하고 자행되고 있다. 강사법 개선안은 단순 강사법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적폐 해소하는 첫 출발”이라고 말했다.

    박배균 민교협 공동상임대표 또한 “턱없이 부족하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한 합의안이 도출됐다. 이마저도 통과가 안 되는 건 천인공로할 일”이라며 “합의안의 조속한 통과를 위해 끝까지 함께 싸우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더 중요한 문제는 예산 확보다. 교육부가 사립대 강사 강의역량 지원 사업과 시간강사 연구지원 사업 예산 등 6백억 원의 추가 예산을 내년 정부예산안으로 요청했으나 기획재정부가 이를 전액 삭감했다. 만약 국회마저 내년도 예산 확정 과정에서 관련 예산 확보 조치를 하지 않으면 개선안이 국회 문턱을 넘어도 실효성은 현저하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노조는 “국회가 관련 예산을 전혀 편성하지 않을 경우 대학자본 대부분이 극심한 교원 구조조정을 통해 지금처럼 교수직의 비정규직화와 강사 대량해고의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우려했다.

    임순광 위원장은 “비정규직 강사 처우개선을 위해 이명박 정권에서 만든 강사법은 예산 한 푼 배정되지 않은 말로만 처우개선 법안이었다. 이 때문에 대량해고 유발하고 정규직을 비정규직화하는 부작용이 속출했다”며 “국회는 이번 개선안이 올바르게 시행될 수 있도록 예산추계 붙여서 재정확보에 나서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허울뿐인 교원지위만 남게 된다”고 지적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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