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관심하던 제가 아이러니하게도 정치의 필요성을 절감합니다
        2006년 05월 10일 10:2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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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 초, 봄 날씨라고는 믿기지 않는 뜨거운 하늘 아래, 한양대학교 본관 앞에서는 민주노동당 서울시장 김종철 예비후보, 민주노동당 성동구청장 김성기 예비후보, 민주노동당 서울시의회 비례대표 1번 이수정 후보와 한양대 학우들이 만 19세 유권자들에게 예비 공보물을 전달하는 행사에 함께 했습니다.

    오늘 오후 12시부터 약 한 시간가량 진행된 이번 행사는 ‘내 생에 첫 투표는 민주노동당에게’ 라는 슬로건을 걸고 진행되었습니다. 본관 계단 위에 선 우리 학우들을 찍고 있는 수많은 카메라들이 낯설었는지 처음에는 잘 정돈되지 않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이내 좋은 분위기 속에서 본행사가 시작될 수 있었습니다.

    만 19세에게 처음으로 주어지는 투표권에 대한 지지발언과, 우리 사회 안에 산재해 있는 여러 가지 모순과 사회 문제들을 가장 확실히 해결해낼 수 있는 진보정당에 대한 지지발언이 있었습니다. 이어 김종철 예비후보에게 우리 대학생들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에 대한 마음이 담긴 커다란 카드를 전했습니다. 김종철 후보는 이유 없이 치솟고만 있는 대학 등록금 문제 해결을 다짐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김종철 예비후보가 우리 학우들에게 예비 선거 공보물을 직접 전달하면서 약 30분간에 걸친 행사를 마무리했습니다.

    행사를 마치고도 자리를 떠나지 않고 학우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눈 김종철 예비후보, 그늘로 뛰어 들어갈 만한데 자리에 남아 좋은 모습을 보여준 학우여러분, 그리고 그 옆에서 수고하신 모든 분들께 지금이라도 시원한 물 한잔 드리고 싶습니다.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이번 선거는 투표 연령이 만 19세로 낮아져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투표권이 생기게 됩니다. 납세의 의무는 있고 참정권은 없는 어중간한 위치에 있던 저희들에게 드디어 투표권이 생긴 것입니다! ‘내가 원하는 세상’을 약속하는, 실현해줄 수 있는 후보자에게 미련 없이 한 표를 던질 수 있는 것, 정말 멋진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고등학교의 반장선거와는 다른, 개개인의 그 작은 한 표가 좀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한 걸음이 될 수 있는 선거. 또한 저에게 있어서는 처음으로 참정권을 행사하는 것이기에 의미가 깊습니다. ‘머리털 나고 처음’하는 이번 투표에서 가장 신중한 선택을 할 것입니다. 소중한 첫 투표이기 때문에 오랜 시간이 지나고 나서 다시 생각해보더라도 만족스러운 선택이었다고 자부하고 싶습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저는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정치에는 별로 관심 없는, 그 누구의 말도 들으려고 하지 않는 사람이었습니다. 매번 선거운동기간에 갑자기 나타나 그럴듯한 얼굴을 내밀고, 그럴듯한 말들로 표를 얻어가고서는 온갖 비리에 얽혀 뉴스에 다시 얼굴을 비추는 정치인들이 싫었고, 우리들 서민들의 생활이 개선되는 것과는 관계없이 흘러가는 정세를 보고는 ‘내 앞길이나 똑바로 보며 살아가자’라고 생각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다가 대학에 들어왔고,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 이 사회를 다시 한 번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이 사회는 그 전과 비교하여 크게 달라진 것은 없고, 몇몇 정치인들은 여전히 스캔들에 휘말리고, 국민생활은 나아진 것이 없습니다. 잘 사는 사람들은 세상의 온갖 좋은 것들을 누리고 사는 한편, 그들의 그림자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이 사회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노동자, 그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 그리고 빈민들. 사람으로 태어났으면 사람답게 살 수 있어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근근이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을 알고, 인간 이하의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의 현실을 보고, 정치에 무관심하던 저로서는 아이러니하게도 제대로 된 정치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되었습니다. 민중의 인간다운 삶을 선거운동기간 동안에만 고민하는 것이 아닌, 말로만 진보정치를 하는 것이 아닌, 사회적 약자들의 현실을 모르는 많은 사람들로부터 비난을 받더라도 그들의 고통을 이야기하고, 마음을 닫은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다가가 이야기하는 정치인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말이 아닌 행동으로, 탁상에서가 아닌 현장에서 진보정치를 실현하는 정치인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들만이 상처 입은 것으로도 모자라 곪아 있기까지 한 이 사회를 치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여론에 휩쓸리지 않고,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 유권자가 되겠습니다. 진심으로 나와 내 이웃과, 보이지 않는 곳에서 신음하는 사람들을 위한 정치를 할 수 있는 사람. 그 사람에게 기분 좋게 한 표를 던지겠습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들도 저와 같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서툴고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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