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별 분산형전원 계획이 필요하다
    [에정칼럼]재생에너지 비중: 제주 37.8%, 서울 0.9%
        2018년 09월 03일 09:29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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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핵발전과 석탄화력발전과 같은 대규모로 집적된 발전단지에서 초고압 송전망을 통해 전력다소비 지역으로 전력을 공급하는 시스템은 주민수용성과 환경문제 등으로 한계에 봉착했다. 핵발전소의 일상적인 위험과 포화상태에 이른 핵폐기물,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배출하는 미세먼지와 온실가스의 문제점을 모르는 사람은 이제 없을 것이다. 핵발전소와 석탄화력발전소에 생산된 전기를 국토의 끝에서 끝으로 보내기 위해서 세워지는 초고압 송전탑 때문에 고통을 겪었던 수많은 사람들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수십 년 동안 수많은 지역주민과 환경단체, 전문가들의 노력으로 이제는 정부 계획에서도 ‘분산형 전원’이라는 용어를 발견할 수 있게 되었다. 정부는 분산형 전원을 대규모 집중형 전원과는 달리 소규모로 전력소비지역 부근에 분산하여 배치 가능한 전원으로 정의하고 있다. 분산형 전원에는 신재생에너지와 집단에너지, 자가용 발전설비, 전기저장장치, 전기자동차 충·방전시스템이 포함된다. 이 중에서도 추가적인 송전선로 건설이 불필요한 40MW 이하의 소규모 발전설비와 500MW 이하의 수요지 인근 발전설비가 세부 적용 기준이다.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는 2030년 전체 발전량 대비 분산형 전원의 발전량 비중을 18.4%까지 높이겠다고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 중에서도 사업용 설비의 증가가 분산형 전원 보급전망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자가용 신재생에너지설비도 소폭 증가하지만, 상용자가설비와 집단에너지는 현재 수준을 유지하는 정도이다.

    정부의 분산형 전원 보급 전망은 재생에너지의 분산적인 특성과 지역별, 설비별 특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2030년 전체 신재생발전량(사업용) 중 분산형 전원의 발전량 비중은 47.1%로 절반 이상이 설비규모 40㎿를 초과한 재생에너지설비로 보급될 전망이다. 분산형 전원 비중이 2017년 35.6%에서 2022년 46.8%, 2026년 46.7%, 2030년 47.1%로 증가하지만, 소규모 분산형 전원으로서 재생에너지 역할로는 부족하다고 판단된다.

    무엇보다 분산형 전원이 소규모로 전력소비지역 부근에 분산하여 배치 가능한 전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지역별 전력소비를 고려한 분산형 전원 현황 분석과 계획이 필요하다. 하지만 정부가 공식적으로 발표한 통계와 계획을 확인할 수 없다. 현재로서 확인 가능한 지역별 전력소비량과 재생에너지발전량 비중을 보면, 제주의 경우가 전력소비량 대비 재생에너지발전량 비중이 37.8%로 가장 크고, 전남(33.6%), 경북(19.2%), 충남(15.9%)의 순이다. 반면에 광역지자체 중 전력소비량이 가장 많은 경기의 경우는 1.9%, 두 번째로 전력소비량이 많은 서울은 0.9%에 불과하다.

    특정지역에 집중되고 있는 재생에너지설비는 재생에너지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 특히 제주의 풍력발전과 전남의 태양광발전으로 인한 갈등과 재생에너지의 변동성, 전력계통 연계 등 기술적인 문제가 사회적인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또한 지역 분산적인 특징이 이러한 문제들을 특정 지역만의 문제가 아닌 전국적인 문제로 확대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분산형 전원 계획은 기존의 전력계획과는 달라야 한다. 기존의 계획이 지역적인 고려 없는 대규모 공급계획이었다면, 분산형 전원 계획은 지역의 전력수급과 전력계통 현황 및 특성을 고려하면서 소규모 분산형 전원의 믹스를 결정하는 것이어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기존의 대규모 중앙집중형 공급계획 방식으로 소규모 분산형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지역별 분산형 전원의 현황부터 제대로 정비해 공개해주길 바란다. 중앙정부가 지역별 분산형 전원 계획을 수립하는 데에 한계가 있다면, 각 광역지자체가 지역에너지계획 수립 시 지역별 분산형 전원 현황을 토대로 분산형전원 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하고, 중앙정부는 큰 틀의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지자체의 권한과 역량을 강화하는 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요할 것이다.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이 수립될 예정이다. 잠정적인 6대 정책방향(안)에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통합 스마트 에너지 시스템 구축과 국민참여·분권형 에너지 거버넌스 구현이 적시돼 있다. 단계적 에너지분권 방안을 고려하면서 친환경 분산형 에너지믹스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계획이 제시되길 바란다.

    필자소개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상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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