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에 대한 진실 혹은 거짓
    2006년 05월 09일 05:22 오후

Print Friendly

한국을 방문한 16세의 프로골퍼 미셸 위의 인기가 하늘을 찌를 듯 하다. 미셸 위가 참가한 남성골프대회의 공식 명칭은 사라진 채 “미셸 위 초청 골프대회”라고 불리는가 하면 “고국의 골프 대중화에 기여했다”는 식의 찬사가 끊이지 않는다. 가히 ‘미셸 위 신드롬’이라고 불릴 만하다.

하지만 굳이 국내 골프인구는 79만 명에 불과하다는 수치를 들이대지 않더라도 골프는 여전히 소수만이 향유하는 ‘그들만의 스포츠’다. 골프 스캔들로 결국 물러난 이해찬 전 총리의 사례나 8일 고 김도현 소령의 영결식이 있던 공군 부대 내 골프장에서 라운딩을 가져 물의를 빚은 육군 예비역 장성들의 사례를 봐도 알 수 있다.

골프 예찬론자들은 골프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스포츠’이자 ‘사교예절’이라고 주장하지만 골프의 실상을 살펴보면 과연 그런지 의문이 든다. 

골프가 국제적인 스포츠?

   
   ⓒ연합뉴스

미국에서 발행되는 골프잡지인 <골프 다이제스트>에 따르면 2005년 현재 전세계 골프장은 3만2천여 개에 달하는데 그중 절반 가량이 미국에 있다. 인구수 대비 골프장이 가장 많은 나라는 골프가 시작된 것으로 알려진 스코틀랜드이며, 뉴질랜드, 호주, 아일랜드, 북아일랜드, 캐나다, 웨일즈, 미국, 스웨덴, 잉글랜드의 순이다. 10개 국가 중 스웨덴을 제외한 9개 국가가 영어권 국가임을 알 수 있다.

이같은 편중은 타이거 우즈, 데이비스 러브3세(이상 미국), 비제이 싱(피지),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 어니 엘스(남아공), 로라 데이비스(영국), 그렉 노먼, 캐리 웹(이상 호주) 등 유명 프로골퍼의 국적만 봐도 드러난다.

1990년대 중반부터 이 대열에 들어선 나라가 바로 한국이다. 박세리, 미셸 위 등 여성 프로골퍼로 봐도 그렇고 올해만 22개가 개장되는 골프장의 수로 봐도 그렇다. 지난해 8월말 현재 전국의 골프장은 건설중이거나 아직 착공하지 않은 곳까지 합쳐 모두 295개나 된다. 전국이 골프장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뿐 아니라 제3세계에서도 골프장은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1980년대 중반에 처음으로 골프장이 생긴 중국에서는 지난해 골프장이 200개로 늘어났다. 일본에서는 골프장이 2천여 개나 된다.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국가들은 해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곳곳에 골프장을 건설하고 있다.

국제적 골프반대운동 확산

한국 언론에는 잘 보도되지 않았지만 그동안 동남아시아를 비롯한 제3세계의 환경단체들은 무분별한 골프장 확산이 가져온 환경파괴를 막기 위해 골프반대운동(Anti-Golf Movement)을 펼쳐왔다.

‘인간이 만들어낸 최악의 스포츠’라고 불리는 골프의 폐해는 지하수 고갈, 독성 농약·비료로 인한 토양 오염 등 환경파괴에서부터 경기보조원을 비롯한 골프장 노동자들의 건강문제, 지역 공동체의 붕괴에 이르기까지 매우 광범위하다.

18홀짜리 골프장을 유지하려면 일년에 3~4톤 분량의 살충제, 제초제 등을 뿌려야 한다. 발암물질이 함유된 맹독성 농약은 골프장에 근무하는 노동자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골프 예찬론자들이 언급하는 “친환경적 골프”라는 말은 성립 자체가 불가능한 역설(패러독스)이다.

지난 1993년에 시작된 전지구적 골프반대운동(GAGM)은 ‘골프반대선언문’을 채택, △모든 골프장 개발의 즉각적인 중지 △기존 골프장의 공원화 △골프산업의 불법·탈법 행위 수사 △골프장과 골프관광에 대한 광고 및 판촉활동 금지 법제화 △골프장과 골프관광에 해외개발원조 사용 금지 등을 촉구한 바 있다.

한국사회를 휩쓸고 간 미셸 위 신드롬을 바라보며 이제 보다 ‘근본적인 대안’이 필요한 때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필자소개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