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도 규제완화의 대상
가명정보, 동의 없이 영리적 사용 허용
참여연대 “정보기본권 훼손하는 데이터자본 논리”
    2018년 08월 31일 06:11 오후

Print Friendly

문재인 대통령이 이름을 가린 개인의 정보를 ‘당사자 동의 없이’ 영리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개인의 진료기록 등 민감한 개인정보가 가명 처리만 된다면 내 의사와 무관하게 얼마든지 사고 팔릴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인터넷전문은행 은산분리 완화 정책 등 무분별한 규제완화 정책에 반대하는 시민사회와 진보정당은 “정보기본권 근간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특히 이러한 규제완화 정책을 놓고 여당 내에서도 이견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31일 오후 경기도 판교 스타트업캠퍼스에서 열린 관계부처 합동 ‘데이터 경제 활성화’ 규제혁신 현장방문 행사에 참석해 “데이터 경제가 세계적으로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면 우리도 그에 발맞춰 신속히 전략을 세워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면서 “데이터의 활용도는 높이되, 개인정보는 안전장치를 강화하여 훨씬 더 두텁게 보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데이터 규제혁신의 목표는 데이터의 개방과 공유를 확대해 활용도를 높여 신기술과 신산업,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창출하는 것”이라며 “개인정보 보호의 원칙을 분명하게 지키면서 안전한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규제를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데이터 경제 활성화’ 규제혁신 현장방문 행사

이날 발표된 정부의 규제혁신 방안 등에 따르면, 다른 정보와 결합하지 않고서는 특정 개인을 알아 볼 수 없도록 처리한 ‘가명정보’를 상업적 목적와 산업적 연구, 공익적 기록보존 목적에 한해 당사자의 동의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개인정보보호법을 개정하기로 했다.

하지만 가명정보라 하더라도 추가정보를 결합할 경우 해당 정보가 누구의 것인지 알아내는 재식별이 불가능한 것도 아니라 논란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우려에 정부는 개인정보 재식별 행위를 금지하고, 위반 시 형사처벌과 과징금을 부과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더욱이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안전장치를 더욱 두텁게 하겠다”면서도 재식별 행위를 막기 위한 어떠한 사전조치도 내놓지 않은 상황이다.

은산분리 완화 정책을 비롯해 규제혁신 5법에 반대해온 정의당은 개인정보보호 규제 완화 정책에도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이날 논평을 내고 “지금의 문재인 정부와 여당은 개인정보보호 정책에 대한 명확한 원칙도 없이 ‘규제완화, 혁신성장’이라는 환상에 빠져 무리한 규제완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보화시대에 정보주체의 자기결정권은 국민들의 기본권으로 보호받아야 한다. 따라서 개인정보의 활용에 대해서는 명확한 원칙과 개인정보보호 대책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 의원은 개인정보 규제완화 정책이 “‘은산분리 규제완화’, ‘규제혁신 5법’과 마찬가지로 비합리적, 비민주적으로 무리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정부는 4차산업혁명위원회 규제혁신 해커톤, 국회 4차산업혁명특위 등을 통해 사회적 합의를 도출했다고 밝혔지만, 국민들은 무분별한 개인정보 규제 완화로 자신의 정보가 상업적으로 이용되는 것에 절대 동의한 바 없다”고 지적했다.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사전대책이 거의 전무하다시피 상황에 대한 비판도 제기했다. 추 의원은 “여론을 의식한 듯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위상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내세웠지만, 구체적인 개선방안은 전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또한 “현행 법제와 분산된 감독기구로는 정부가 내세우는 안전장치 역시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힘든 상황임에도, 근본적인 문제로 지적됐던 개인정보 보호법제의 개선과 감독기구 일원화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없었다”고 했다.

“정보기본권 근간 훼손하는 데이터 자본의 논리”

참여연대 공익법센터도 논평을 내고 개인정보보호 규제완화 정책에 대해 “정보기본권 근간을 훼손하는 데이터 자본의 논리”라고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개인정보를 활용한 데이터 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개인정보 보호는 후퇴할 수밖에 없다”며 “활용 여부에 대한 (정보주체 당사자의) 선택권이 보장되지 않은 이상 그것을 안전하게 활용하든 위험하게 활용하든 기본권은 이미 침해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업들이 (정보주체 당사자의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활용하게 하고 더 많은 개인정보를 축적하고 결합해 유통시킨다면 국민의 정보기본권 침해는 회복 불가능한 것이 된다”고 우려했다.

특히 참여연대는 “개인정보 보호수준을 후퇴시키고 개인정보 활용을 손쉽게 하도록 허용하는 것만으로도 데이터를 보유한 산업자본이 앉은 자리에서 수 조원의 이익을 얻게 된다”며 “그런데도 청와대는 규제완화로 데이터자본에게 막대한 이익을 보장해주고 국민들은 그 대가로 일자리 몇 개나 조금의 서비스 혜택으로 만족하라는 것이다. 참담한 일이 아닐 수 없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