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당, 호남 지지 미세상승 "널리널리 퍼져라"
        2006년 05월 09일 01:5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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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당이 선거를 앞두고 호남 민심을 되돌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정동영 의장, 김한길 원내대표는 8일 김대중 전 대통령을 방문한 데 이어 9일에는 하루 머물 일정으로 광주로 갔다. 강금실 서울시장 후보도 9일 김 전 대통령을 예방한다. 이에 앞서 강 후보는 김 전 대통령 시절 청와대 대변인을 지냈던 박선숙 전 환경부 차관을 공동선대위원장에 위촉했다. 호남 민심을 향한 여당의 구애는 성공할 것인가.

    "광주에서 여당 지지율이 오르고 있다. 왜?"

       
     

    여당 당직자들이 모처럼 웃고 있다. 광주의 정당 지지율 때문이다. 최근 광주에서 여당의 지지율이 민주당을 앞지르기 시작했다.

    미디어리서치의 지난달 30일 조사에 따르면 열린우리당은 34.8%로 민주당(25.6%)에 9%포인트 가까이 앞섰다. 같은 날 코리아리서치의 조사에서도 열린우리당은 33.2%로 민주당(31.9%)을 1.35%포인트 앞질렀다. 5월2일 코리아리서치센터의 조사 결과도 열린우리당 30.9%, 민주당 28.2%였다. 지난 총선 이후 근 2년간 여당은 이 지역에서 민주당을 앞지른 적이 없었다.

    일단 민주당의 공천비리가 여당에 반사이익을 준 것으로 보인다. 오병윤 민주노동당 광주시장 선거대책본부 하정호 본부장은 "조재환 사무총장의 공천헌금 4억 수수는 민주당 공천 문제의 빙산의 일각"이라며 "광주지역에서만 공천과 관련해 20여건이 계류되어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구태에 실망한 유권자가 일부 여당으로 쏠리고 있다는 것이다.

    "4월 국회 민생법안 밀어붙인 것 긍정적 작용"

       
     

    최근 여당이 호남쪽에 집중적으로 공을 들인 것도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민주노동당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그동안 민주당은 DJ와 참여정부의 ‘거리’에서 반사이익을 취해왔다"며 "DJ의 6월 방북과 호남에 대한 최근의 집중된 구애가 이들 지지자들 가운데 일부를 끌어온 것 같다"고 말했다.

    4월 임시국회에서 여당이 민생 법안 처리를 밀어붙인 것도 긍정적인 작용을 한 것으로 판단된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광주 지역 유권자는 개혁적 성향이 강하고 명분에 따라 움직이는 경향이 강하다"며 "민생 법안을 강행 처리하면서 당의 정체성을 명확히 드러낸 것이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물론 광주에서 여당의 이같은 상승세가 앞으로도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하정호 본부장은 "민주당의 공천헌금 파문 직후 크게 벌어졌던 양당간 지지율 격차가 다시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여당, 광주의 전략적 선택과 전국적 ‘파장’ 효과에 기대

    광주의 지지율 변화는 전체 지방선거 판세에 어떤 영향을 줄까.

    여당은 광주의 지지율 변화가 전남 지역의 지지율 변화를 불러오고, 이것이 다시 전국적 판세 변화의 밑불 역할을 하는 ‘파장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8일 이광재 열린우리당 전략기획위원장이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에서 "광주에서 열린우리당이 전세를 역전했다는 것이 가장 큰 변화"라고 기대감을 표현한 것도 이런 의미다.

    홍형식 소장도 "광주의 전략적 판단이 개혁층 결집의 명분과 계기가 될 수 있다"며 "수도권 유권자들이 움직인다면 전체 판세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대안 없는 여당에 더 이상 몰표는 없다"

    그러나 이른바 광주의 ‘전략적 선택’이 과연 이뤄질지, 또 그것이 이뤄지더라도 예전처럼 커다란 ‘파장’을 불러올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먼저 현재 광주의 지지율 변화를 ‘전략적 판단’의 단초로 이해하는 것은 섣부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당에는 이 지역 유권자들을 흡입할만한 정치적 대안이 없다는 것이다.

    하정호 본부장은 "광주 시민은 대안이 없기 때문에 여당을 지지하는 것이지 여당이 좋고 잘해서 지지하는 것이 아니다"며 "특히 김대중 대통령, 노무현 대통령처럼 호남 민심이 움직일만한 정치적 상징이 없는 상태에서 예전처럼 지지세가 폭발적으로 몰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형식 소장도 "여당이 개혁 입법 등 여러 활동의 성과를 대권 후보라는 정치적 대안으로 묶어내지 못하는 것은 굉장히 심각한 문제"라고 진단했다.

    호남 출신 유권자들의 표심도 예전처럼 일사분란하지 않은 경향을 보인다. 홍형식 소장은 "서울에 거주하는 호남 원적자들의 2세대는 탈지역주의적, 탈정치적 성향이 강하게 나타난다"며 "호남에서 전략적 판단이 이뤄진다고 해도 전체 판세에 미치는 파괴력이 예전같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역주의 청산이라는 ‘집토끼’도 잃을 수 있다"

    여당의 호남 공들이기가 또 다른 의미에서의 ‘집토끼’마저 잃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경고도 있다.

    민주노동당 관계자는 "열린우리당은 지역주의와 낡은 정치 청산을 창당목표로 내걸었다"며 "(최근의 호남 공들이기는) 결국 여당이 막판에 기댈 곳이 지역주의 밖에 없다는 사실을 스스로 증명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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