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조선’을 꿈꾸는
대한민국의 청소년들
[청년기자들] 전쟁터 같은 헬조선
    2018년 08월 31일 12:0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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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들이 다시 사랑할 수 있는 대한민국’, 이제부터라도 만들 수 있을까?

‘헬조선’이라는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탈조선’을 희망한다고 만 14세 청소년이 글을 올렸다. 아무 것도 모르지만 성인이 되어 일본이나 캐나다로 떠나고 싶다는 말을 남겼다. @헬조선 사이트(hellkorea.com)

만 15~39세 청년 설문응답자 중 36%가 ‘해외 이주’를 고려하고 있는 현실이라고 한다. ‘행복한 삶을 위해서’(34.3%)’가 가장 큰 이유로 꼽혔다. 동시에 13.4%의 응답자는 ‘더 나은 교육환경을 위해서’로 이유를 꼽았다. 역으로 ‘행복한 삶’과 ‘더 나은 교육환경’을 위해 대한민국을 떠나고 싶다는 청소년, 청년들의 응답은 대한민국에서는 ‘행복한 삶’도, ‘좋은 교육환경’도 기대하기 힘들다는 그들의 생각을 동시에 전하고 있다. 적어도 다른 나라에 가서 살면 더 나을 것 같다는 기대도 함께 포함되어 있다.

일찍이 2011년에 미국의 CNN은 ‘한국의 고등학교 3학년은 지옥의 해’라며 우리나라의 교육 현실을 조명한 적이 있다. 이와 더불어 CNN은 ‘한국의 가혹한 입시제도가 만든 ‘높은 부담감’은 청소년들의 ‘높은 자살율’로 이어졌다’는 평을 남겼었다.

CNN의 보도가 있고 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우리나라의 교육현실은 ‘더 나아지지 않았다’는 것이 세간의 평이다. 우리나라의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 꾸준히 청소년의 교육문제에 대해 여러 가지 대책이 제안되고 실행되었지만 아직도 청소년들은 우리나라 교육 체제 아래에서 신음하고 있다. 과연 청소년들은 지금 현상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할까? 왜 청소년들은 한국을 떠나고 싶어하는 것일까?

‘전쟁터’같은 헬조선, 청소년에게는 더 가혹하고 적나라했다

설문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대학생들 대다수가 자국의 고등학교를 ‘사활을 건 전장’으로 인식하고 있다. 다른 나라의 두 배에 가까운 응답률이다. @김희삼 ’4개국 대학생들의 가치관에 대한 조사’ 설문조사 자료, 한국개발연구원-광주과학기술원 자료

“친하게 지냈던 친구들마저도 시험기간만 되면 서로 요점정리 노트를 보여주지 않으려고 했어요. 다른 학생들보다 생활기록부 세부 특기사항(수시 학생부종합 전형에서 대학이 학생을 평가하는 기준 중 하나로 쓰인다.)을 하나라도 더 따내려면 선생님들한테 잘 보이기 위해서 엄청 노력해야 해요. 정말 말 그대로 학교에서 하루하루는 전쟁터 같아요. 모든 게 다 비교대상이에요. 저는 그런 사회에서 어쩌면 ‘탈영병’이었고요. 자퇴를 하고 나서 학교라는 조그마한 사회에서도 못 버티면서 어떻게 사회 생활을 할 것이냐는 누군가의 질문에 사실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하는지 난감했어요. 하지만 ‘모두 문제의식을 느껴도 이 사회에 적응을 해야만 한다’는 우리 사회의 압박이 ‘헬조선’을 만든 건 아닐까요?”

문준혁 전 정의당 예비당원협의체 ‘허들’ 위원장은 자신의 고등학교 생활을 다시 떠올리며 설문조사에 대한 생각을 말했다. 문준혁 전 위원장은 스스로 학생으로서 힘든 현실을 도피하려다가 청소년 운동을 하는 활동가가 되었다고 한다. 스스로 우울증에 걸렸을 만큼 그의 학교 생활은 그에게 힘들었다고 말했다. 학교에 ‘갇혀’ 살았다는 문준혁 전 위원장의 말은 그만큼 한국 사회에서 청소년들이 생각하는 ‘학교’가 어떤 곳인지를 잘 보여준다.

우리나라의 청소년들이 다른 나라 청소년들에 비해 유난히 ‘삭막한’ 학창시절을 보내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들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모두 우리나라의 가혹한 ‘입시 중심의 교육’이 원인이다. 밤 10시까지 진행되는 야간자율학습과 학생들의 연애(2010년 청소년인권단체 아수나로의 조사에 따르면 전국 81%의 중,고등학교들이 교내에서 학생들의 이성교제를 금지하고 있다.)마저 금지하는 반인권적인 교칙들은 모두 ‘좋은 면학 분위기’를 이유로 그대로 유지되고 있었다. 학생들의 인격보다 ‘좋은 면학 분위기’가 우선인 것이 우리나라 교육의 씁쓸한 현실인 것이다.

그렇지만 청소년들도 각박한 스스로의 처지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바로 ‘도태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이미 청소년들과 우리 사회 전체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의 부정적인 지표와 전망은 청소년들에게 ‘미래에 대한 불안함’을 주고 있고, 우리 사회의 ‘밑바닥’에 위치한 사람들이 마주해야 하는 부조리들은 청소년에게 ‘공포의 대상’이 되어버렸다. ‘지금 공부 안 하면 더울 때 더 덥게 일하고 추울 때 더 춥게 일한다’와 같은 말들이 교실 칠판 위에 붙어있는 우리나라의 현실은 지금 우리 사회가 청소년들에게 ‘무엇을 주입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솔직히 저는 매 순간순간, 한국을 탈출하고 싶어요. 우리나라가 바뀔 거라는 희망도 딱히 없어요. 전교 1등에게만 특별대우를 해주는 것 같은 학교 선생님부터 매번 부담을 주는 어른들까지 너무 스트레스에요. 우리나라를 탈출하는 것 빼고 이런 현실에서 벗어날 방법은 없는 것 같아요.”

광주 동명중학교 3학년에 다니고 있는 A씨의 말처럼 우리나라의 많은 청소년들이 스스로의 힘든 처지로부터 하루빨리 벗어나고 싶어한다. 한국을 벗어나는 것 빼고는 다른 삶의 선택지를 고를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 대한 청소년들의 혐오와 불신은 갈수록 커지고 있었고, ‘헬조선’에 대한 분노는 ‘탈조선’에 대한 선망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물론 그 중에서는 실제로 ‘탈조선’을 실천하는 청소년들도 더러 있었다.

한국을 떠나 ‘다른 세상’을 발견한 청년들,
‘당연하다고 주입되어온 것들’에 대해 의문을 던지다

파리 1대학의 철학과에 재학 중인 전진씨는 현재 페이스북에서 ‘불란서의 조선유학생’이라는 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다.@김중회

“여러분, 명품인간이 되십시오!”

전진씨는 고등학교 졸업식 때 고등학교의 교장이 외쳤던 이 말을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다.

시간이 지나 전진씨는 지금 파리 1대학의 철학과에서 공부하고 있다. 고등학교를 마치고 대학을 잠시 다니다가 유학 길에 올라 프랑스어를 배우고 지금 재학 중인 파리 1대학에 합격하기까지 수많은 과정이 전진씨를 스쳐갔다. 전진씨는 그간 스스로 걸어왔던 길은 정말 말 그대로 ‘탈조선’이었다고 생각한다. 전진씨는 더 이상 남들보다 더 비싼 ‘명품 인간’이 되어야 한다는 압박 사이에 스스로를 내버려두고 싶지 않았고, 하루빨리 이런 스스로의 처지로부터 벗어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 결과, 이제는 다행히 한국을 떠나 ‘경쟁에 승리해서 명품 인간’이 되어야 한다는 압박으로부터 해방되었다고 전진씨는 말한다.

“수업에 어려움을 겪는 다른 사람들을 도와주는 데에 거리낌이 없었던, 같은 과 친구들의 모습에 놀랐어요. 그 동안 승자와 패자가 나뉘는 게임에 익숙했던 저에게는 굉장히 충격적이었어요. ‘내가 먼저 남보다 우위에 서야 한다’는 압박도, 대학 내에서 승자와 패자가 나뉘어야 한다는 법칙도 존재하지 않았어요. 친구들과 얘기하면서 그걸 더 깊이 느꼈어요. 상대방과 나 자신이 함께 나아갈 수 있는 거죠. 상대방이 잘 된다고 해서 나한테 불이익이 오는 게 아니거든요. 다 같이 정해지지 않은 답을 찾아서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것, ‘생각하는 시민들’을 만드는 프랑스의 학교가 저에겐 인상적이었어요. 이 강의실에서는 적어도 학생들 모두 평등한 하나의 인간이었어요. 그리고 함께 공존하고 연대하는 사회를 다 같이 고민했죠. 한국에서는 경험하지 못했던 학교생활이었어요.”

그 누구도 ‘주어진 문제’ 자체에 대한 의심 없이 그저 누군가가 정해놓은 ‘모범답안’을 찾는 데에만 급급한 대한민국의 교육 현실은 전진씨가 프랑스에서의 교육을 체험하고 나서 발견한 한국 사회의 문제점이었다. 전진씨는 학창시절에는 의심 없이 받아들여야만 했던 ‘학생들 사이의 극단적인 경쟁’도, ‘사회가 패자들에게 안겨주는 박탈감’도 프랑스에 나와 보니 결코 당연한 것들이 아니었다고 말한다. 한국과는 ‘체질이 다른 교육 시스템’도 얼마든지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 전진씨의 주장이다.

“’왜?’라는 질문이 허락되지 않는 한국 사회에 대해 불만이 많았어요. 항상 문제제기를 하면 ‘당연한 것들이니’ 조용히 받아들이라는 주변의 강요만 있었어요.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그런 것 같아요. 그런데 이게 정말 맞는 걸까요?”

파리 7대학에서 ‘경제학과 사회과학’을 전공 중인 박승준씨는 그 동안 한국의 학교에서는 묵살되어 왔던 학생들의 ‘질문과 의심들’을 존중해주는 프랑스의 학교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박승준씨는 우리나라의 교육 환경이 개선되려면 먼저 ‘문제의식에 열린 사회’가 전제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문제 제기에 폐쇄적인 사회에서 ‘변화의 움직임’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사실 위에 등장한 프랑스 역시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랑제꼴 등을 둘러싼 교육의 격차 문제는 연일 미디어를 통해 조명되고 있고, 프랑스 사회에서 ‘금수저’와 ‘흙수저’가 만드는 사회의 불평등 가운데에는 청소년들이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랑스 사회가 우리나라와 연일 비교의 대상이 되는 이유는 ‘청소년들의 문제’가 얼마만큼 비중 있게 다뤄지느냐, 그리고 얼마나 청소년들이 ‘사회의 주체적인 시민’으로서 존중을 받는가에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청소년들의 문제제기를 단순히 ‘아직은 어린 아이들’의 이야기로만 치부하지 않는 프랑스로부터 배울 점이 있는 대목이다.

프랑스 사회에서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정치 혐오’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수의 청소년들이 정당에 가입하고 활동을 하는 등 프랑스에서는 청소년들이 정치를 통해 스스로 문제의식을 표출하는 것이 우리나라보다는 더 자리가 잡혀있다. 지난 5월, 마크롱 정부의 교육 서열화를 부추기는 새 교육 개혁안이 발표된 이후, 공산당을 비롯한 각 정당들은 고등학생들에게 새 개혁안을 비판하는 전단을 뿌리는가 하면, 일부 중, 고등학생들은 대학생들과 함께 각자의 학교에서 파업을 조직하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교육 개혁에 찬성하는 학생들은 찬성하는 학생들 나름대로 각자 문제에 대해 토론을 주도하기도 했다는 것이 현재 프랑스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이 전하는 이야기이다.

또한 프랑스 정부는 교육 정책에 학생들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는 제도도 마련하고 있다. 교육부 산하 교육고등위원회(Conseil supérieur de l’éducation)가 바로 그 예시 중 하나이다. 우리나라의 ‘노사정위원회’처럼 학생들을 비롯한 모든 교육의 당사자들이 모여 교육정책을 자문하고 있는 시스템이 프랑스에는 존재하는 것이다. 고등학생들을 대변하는 ‘고등학생조합총연맹(SGL. 이 단체의 전신은 한국 사회에서도 대규모 청소년 파업의 주체로 잘 알려진 UNL이다.)’도 97명 중 4명의 위원을 통해 발언권을 행사하고 있다. 학생들도 교육정책의 대상자이자 동시에 ‘피드백’을 주도하는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인정을 받는 것이다.

‘고등학생조합총연맹’의 대표는 텔레비전에 나와 정치인들과 토론을 벌이기도 하며 사회 전반에서 청소년들이 겪고 있는 문제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기도 한다. 청소년들이 프랑스의 교육 시스템 아래에서 겪고 있는 문제들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개인이 혼자 짊어져야만 하는 일이 아니라 이 사회가 같이 고민하고 책임져야 하는 일이라고 학생조합의 학생들은 입을 모아 이야기한다. 프랑스 교육이 ‘인종과 종교, 계급을 초월하는 보편적인 시민교육’의 가치를 이상으로 삼고 있는 것을 참고하면 꽤 인상적인 대목이다.

‘승자와 패자’의 틀 속에서 신음하는 우리 청소년들, 정말 이대로 괜찮은 걸까?

서울 시내 한 외국어고등학교의 교사로 일하고 있는 B씨는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삶의 패턴과 지금의 교육 시스템이 진짜로 괜찮은 건지 하나부터 열까지 의심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그들에게 남는 게 도대체 뭐가 있냐’고 B씨는 성토했다. B씨의 말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학교의 교육은 ‘시험’을 빼면 아무런 생명력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교육’은 그보다 더 큰 목표와 가치를 가지고 있지만 입시 앞에 ‘주객전도’가 되고 말았다. 모두 학생들의 시험 성적이나 입시 결과만을 우선으로 여기는 ‘성과만능주의’에 점철된 우리 사회에 책임이 있다고 설명했다.

“청소년기에 다양한 경험과 생각들과 마주해야 할 학생들을 ‘승자와 패자의 싸움’이라는 틀 안에 가둬놓고 있는 교육시스템에서 과연 청소년들 하나하나가 인간으로서 존중 받으면서 존재할 수 있을까요?”

B씨는 지금의 교육 시스템에는 청소년들 개개인의 인생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결여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학생들에게는 ‘시험 성적’과 ‘스펙을 빼곡히 담은 생활기록부’, 그리고 ‘더 좋은 대학’을 향한 ‘입시 전략’이 ‘교육의 전부’가 되어버린 현실은 그가 생각하기에 너무 기형적이기 때문이다. 지금의 기형적인 교육제도로 길러진 많은 청소년들이 스펙 한 줄 없이는 자기소개조차 제대로 할 수 없는 게 그가 지켜본 씁쓸한 현실이었다. 그 스펙마저도 실상 ‘나 자신의 발자취’라기보다는 입시 실적에 민감한 학교들이 억지로 만들어낸 ‘구색 맞추기’에 불과하다고 성토했다.

지금의 환경으로서는 청소년들이 스스로 문제를 찾아 고민하고 사고하는 것도, 자신을 어루만지고 돌보는 것도 굉장히 어렵다고 B씨는 이야기한다. 덧붙여 이런 상황 속에서 청소년들은 병들어가고 있고, 스스로를 돌보지 못한 청소년들은 나중에 어른이 되어서 세상을 살아가는 데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동시에 ‘경쟁위주의 입시교육’이 만든 풍토 속에서 자란 청소년들이 바라보게 되는 사회는 왜곡될 수 밖에 없다는 점도 지적했다. ‘지금 공부 안 하면 더울 때 더 덥게 일하고 추울 때 더 춥게 일한다’ 같은 말이 교실의 급훈이 되는 현실에서 학생들이 차별을 비롯한 사회의 부조리들을 마치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일 위험도 크기 때문이다.

청소년들이 사랑할 수 ‘없는’ 대한민국,
이제는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지금 우리사회에서 청소년들은 한정된 승자만이 모든 것을 차지하는 우리나라의 시스템에 ‘순응’하느냐와 ‘순응하지 않고 떠나느냐’라는 두 가지 선택지 사이에서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사실 이 시스템에도 비싼 등록금을 내야 들어가는 ‘특목고’를 비롯한 엘리트 학교와 고액의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사교육’의 존재를 고려하면 ‘승자’의 존재는 어느 정도 정해진 것이 현실이다. 2017년 기준 소위 ‘상위 10개 대학들’의 신입생 중 31%는 소수의 특목고와 자사고 출신이라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경쟁에서 승리할 것을 강요하는 교육 시스템’도 사실은 ‘고장난 계층이동의 사다리’가 아닌 지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고장난 계층이동의 사다리’이지만 그래도 지금의 경쟁 시스템에 순응하는 학생들은 다시 ‘성적’에 대한 압박감에 스스로를 극한으로 몰아넣는 학생들과 스스로를 ‘낙오자’로 여기고 모든 것을 포기한 체 낙담하는 학생들로 나뉘게 된다. 이 학생들 간의 양극화는 인문계 학교에서 다수의 학생들이 수업을 포기한 체 잠을 자고 있는 교실 환경이 잘 보여주고 있다. 그렇지만 이런 학생들 사이에서 ‘지금의 시스템을 바꾸기 위해 노력한다’라는 선택지는 좀처럼 힘을 얻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왜냐하면 이 사회가 더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도, 희망도 미미하기 때문이다. 학교나 어른들도 역시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경청하고 있지 못하는 게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도피’가 최선의 선택지가 되어버린 것이다.

청소년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탈조선’이라는 단어에는 사실, 지금 사회에 대한 ‘그들의 불만’을 들어달라는 요구가 숨겨져 있었을 지도 모른다. ‘인간으로서 존엄함’이 ‘경쟁의 룰’에 의해 무시되는 지금, 우리나라 사회에 대한 청소년들의 분노를 경청하기 위해 우리 사회가 노력하지 않는다면 청소년들과 청년들이 만들어내는 ‘냉담의 언어’들은 더 극한을 향해 나아갈 지도 모른다. 청소년들이 ‘어리거나’, ‘아직 세상물정을 모른다’고만 말하기엔 이미 청소년들이 몸소 겪고 있는 문제들은 지금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하는 문제들과 연관이 아주 깊기 때문에 이제는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반영할 수 있는 사회의 시스템이 마련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필자소개
파리1대학 1학년. 정의로운 청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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