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들의 그리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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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05월 09일 09:5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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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03년부터 도두리가 고향인 가수 정태춘을 중심으로 모인 문화에술인들은 대추리 · 도두리 들녘에 많은 작품들을 남겼다. 이들 <들사람>들은 올해 2월부터 4월까지 12주 동안 집중적으로 <대추리 현장예술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를 열었다. 20여명의 기획연출단과 전국에서 모인 9백여명의 문화예술인들이 참여했다.
    이들의 작품 활동 중에는 물론 시 쓰기도 있다. 여러 시편들이 ‘벽시’ 형태로 쓰여졌다. <레디앙>은 들녘 위에 서 있는 벽, 그 위에 쓰여진 벽시 60여편 가운데 <들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10편 안팎의 시를 매일 연재할 예정이다. 평화를 위해 싸우는 사람들의 무기이기를 원하는 시들을 맛있게 마셔보자. 힘이 솟기를… <편집자 주>
       
     

    우리들의 믿음은
    전쟁이 지나간 수수밭
    죽은 내 형제의 머리맡에
    미군이 벗어놓은
    군화 속에 있지 않고

    우리들의 소망은
    끝끝내 결재되지 않을
    보수정당의 서류함에 있지 않고

    우리들의 사랑은
    알 수 없는 기도와
    못다한 노래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아직도 우리들의 울음은
    이 봄에 생생하게 피어날
    보리밭에 있고
    시퍼렇게 시퍼렇게
    물어뜯긴 선창과
    파리하게 떨고 있는 공장의
    캄캄한 불빛 속에 있어

    우리들의 사랑은 다시금
    순환하는 계절의 저 눈밭에
    봄이 와서 붉게 피어날 진달래와
    참호 속에 얼어붙은 젊은 기침과
    돌이킬 수 없는 절망 속에 싹터,

    그리움은 이다지도
    시퍼렇게 멍든 풀잎으로
    너와 나의 가슴속에 수런대는구나

    오오, 민주주의여
    오오, 평화여 나의 생명이여

    정희성_1945년 경남 창원에서 출생, 서울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197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등단하였다. 1981년 제1회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시집으로 <답청>, <저문 강에 삽을 씻고>,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 이 있으며, 저서로 <한국현대시의 이해>(공저) 등이 있다. 현재 숭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재직 중이며, 민족문학작가회의 이사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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