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 괴담 '5.31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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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05월 09일 09:19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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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방선거 이후 벌어질 정치판의 다양한 변화와 관련된 ‘정치 수다’들이 수면 아래에서, 술자리에서 오가고 있다. 가끔은 언론에 삐죽이 얼굴은 내밀었다 사라진다. 정계개편, 개헌, 내각제, 고건 신당, 보수 양당 해체 등등.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때론 전문가 전망으로, 분석의 이름으로 ‘나뒹굴고’ 있는 이런 얘기들은 어찌 보면 ‘괴담’ 수준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괴담이 그냥 옛날 도깨비 이야기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특히 괴담의 생산자들이 노리는 것은 재미있는 옛날 이야기가 아니다.

    5월 말 한판 승부가 나면 더 큰 승부가 내년을 기다리고 있다. 정치가 민중의 삶과 유리된 채 ‘금배지들의 리그’로 머물러 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이 수많은 괴담들.  <월간 레디앙> 5월호(근간)에 실릴 진보정치연구소 김윤철 연구기획실장의 글은 이 문제를 다루고 있다. 다음은 미리 본 이 글의 요약본. <편집자 주>

    괴담이 괴담인 이유

    최근 지방선거 이후의 한국정치 질서를 둘러싸고 많은 이야기들이 오가고 있다. 그런데 이 이야기들을 듣고 있자면 거의 괴담 수준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왜냐고?

    첫째, 그 이야기라는 것들 대부분이 정치질서를 실제로 지탱하고 있는 다수 인민의 수용 의사와는 상관이 없기 때문이다. 둘째, 특정 정치인들이나 특정 정치세력들의 권력유지 혹은 찬탈만을 중심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셋째, 가장 심각하게는 현재 다수 인민들이 겪고 있는 정치 사회적 고통의 주범 중 하나가 바로 그 특정 정치인들이나 특정 정치세력들이기 때문이다.

    일단 이 괴담들은 서로 교차 중복되는 지점과 내용들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부분을 강조하느냐에 따라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각각의 유형을 살펴보면 첫번째 ‘인물 중심형’, 두번째 ‘정당 중심형’, 세번째 ‘제도 중심형’이다.

    노무현, 또 대통령을 한다?

       
      ⓒ연합뉴스

    첫번째 인물중심형의 경우를 보자. 이 괴담은 노무현 대통령이 다시 대통령이 되거나 혹은 그것에 준하는 정치적 지위를 확보하기 위한 책략을 꾸미고 있다고 말한다.

    발화주체가 누구이든 간에 이 괴담이 노리고 있는 의도는 노무현을 악마화함으로써 그에 반하는 세력을 악마퇴치 세력으로 결집시키고자 하는 것일 게다(아니 그 반대일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간에 (설사 그것이 실현된다 하여도) 이 말도 안 되는 괴담이 나름대로 회자되는 이유가 있다면 그것은 무엇보다도 노무현 대통령 스스로가 워낙 다수 인민들의 규범과 상식을 뛰어넘는 말과 행동을 서슴지 않고 자행했기 때문일 것이다.

    한편 이 괴담은 노무현 대통령의 대연정론 주창과 사회적 대타협 구조 창출에 대한 강조, 혹은 개헌론 제기 등에서 ‘그럴듯함’마저 가져온다. 대연정이나 사회적 대타협을 명분으로 한 거대 기구의 수장이 됨으로써 여타 정치인 혹은 정치세력들과 권력을 공유하면서 퇴임 이후를 보장 받으려고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바로 가능하지 않은 것을 자꾸 하자고 하는 것은 무언가 다른 계산이 있을 것이라는 추측의 여지가 생겨난다. 그리고 그것은 금세 정치괴담의 꺼리를 제공하는 것으로 전락하고 만다.

    노무현과 이명박이 함께 신당을 세운다?

    두번째 정당 중심형을 보자. 이것 역시 그 본질은 노무현 대통령의 권력 유지 전략에 있으나, 그 말하는 방식에 있어서 표면에 정당을 중심에 두고 있다는 데에서 차이점을 갖는다. 바로 근간에 들어 무능 정당으로 확실하게 낙인찍힌 듯이 보이는 열린우리당의 해체와 그에 이은 신당 건설론이 그것이다.

       
      ▲사진=서울시 홈페이지

    열린우리당은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 이후 지역주의 정치 등 낡은 정치 청산을 명분으로 하여 새롭게 만들어낸 정당이다. 그러나 날이 가면 갈수록 열린우리당은 다수 인민들로부터 외면당했다.

    열린우리당 해체론 혹은 신당 건설론은 그 자체로 충분한 정치괴담이 되지는 않는다. 이것이 괴담이 되는 것은 나가버린 이들이 노무현 대통령과 함께 타당의 유력한 차기 대선 주자, 그러나 자신의 당내 경선에서 탈락한 인사와 함께 신당을 꾸릴 수 있다는 것으로 연결될 때이다.

    바로 여기서 노무현-이명박 대타협론이 등장한다. 물론 아직까지 차기 대선 후보 지지도에서 수위를 다투고 있는 다른 후보, 즉 고건 전 총리도 여전히 살아있는 카드이다.

    개헌, 싸우면서도 함께 타고 갈 배?

    세번째 제도 중심형의 경우를 보자, 이 경우는 가장 괴담답지 않은 괴담이라고 하겠다. 괴담답지 않은 것은 그 배후에 무엇이 있든 간에 일군의 정치학자들을 비롯한 지식인들이 주창하고 있는 개헌론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나름대로의 정치개혁을 둘러싸고 토론을 유발하는 논쟁적 요소마저 갖추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대선 승리를 둘러싼 정치공학 차원에서 접근되면서 괴담이 되고 만다. 이 괴담에 따르면 현재의 지지도 조사결과와 달리 축재 문제 등으로 치명적인 약점을 갖고 있는 이명박 시장을 포함해 본선 승리를 장담할 수 있는 어떤 후보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 괴담은 이 상황에서 제정치 세력들이 그나마 권력분점을 위해 내각제 개헌을 지렛대로 한 그야말로 정치적 대타협이라고 할 수 있는 결단도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괴담이 횡행하는 이유1: 이회창만한 후보가 없다

    그렇다면 도대체 이러한 괴담들이 최근에 들어 부쩍 횡행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의 정치괴담들은 지난 시기 혹은 다른 정치괴담들과 달리 현 시기 한국 정치의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 그 나름대로의 특징들을 보유하고 있다.

    그 특징들 중 그 무엇보다도 우리가 주목할 것은 최근 들어 당과 차기 대선 후보 지지도에서 상종가를 치고 있는 한나라당마저도 여전히 불안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일단 이명박 후보만 해도 지난 대선의 이회창 후보와 달리 박근혜 체제 하에서 당내 경합을 거쳐야 하는 처지에 있다는 것을 포함, 보수 세력의 단일적 지지를 얻어낼 수 있는지 미지수다.

    괴담이 횡횡하는 이유2: 대장도 없고 기반도 없는 정당 정치

    끝으로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한나라당마저도 불안해 할 수밖에 없는 보다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 그것은 3김 시대와 달리 현 시기 한국 정치가 지속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지역주의 정치와 3김으로 대표되는 보스 정치가 좋은 것이었든 나쁜 것이었든 간에, 정치는 그 어떤 경우에도 다수 지지자들로부터 존경을 받으며 정치적 결사와 행동을 이끌어갈 대장을 필요로 한다.

    한나라당이 그나마 상종가를 치고 있는 것은 그래도 구래의 유산을 나름대로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충분치는 않다.

    열린우리당은 말할 것도 없고 말이다. 민주노동당? 민주노동당 역시 두말 하면 잔소리. 이 두 세력 역시 386으로 상징되는 운동적 연고에서 여전히 헤매고 있다. 결국 3김 정치를 긍정적으로 대체할 정당정치의 정상화가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 현실. 바로 이것이 정치괴담이 생성 유포되고 있는 근원적 이유이다.

    * 메인페이지의 할로윈 호박 사진. Photograph by Toby Ord  저작자표시-동일조건변경허락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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