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바뀌고 진일보했지만
대기업 협력업체·노동자에겐 먼 얘기“
정의당 ‘대기업 갑질피해 증언대회’에서 사례 발표
    2018년 08월 29일 08:3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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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저희와 같은 현대중공업 협력업체 사장님 한 분은 현실을 비관해 자살까지 했지만 현대에서 신경 썼던 건 오로지 납기였습니다. 정권이 바뀌고 하루하루 사람 사는 세상으로 진일보하고 있지만 대기업 협력업체와 그 근로자들에겐 그저 먼 나라 이야기처럼 여겨집니다. 협력업체와 함께 살아가길 고민하는 대기업과 약자의 문제를 제대로 해결해줄 수 있는 진정성 있는 정부 조직을 제가 죽기 전에 만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현대중공업체 하청업체 동영코엘스의 이 모 대표는 28일 정의당 공정경제민생본부와 추혜선 의원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대기업갑질피해 증언대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 자리엔 현대중공업 외에도 대우조선해양, 현대자동차, 현대건설, SK 등 대기업들의 갑질 피해를 당한 하청업체들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갑질 증언대회(사진=추혜선 의원 페이스북)

동영코엘스(동영)는 1995년부터 24년째 현대중공업의 1차 협력업체로 선박용 배전반을 납품해왔다. 그러다가 지난 2015년 원가절감 목적 하에 현대중공업은 일괄발주시스템으로 계약 방식을 바꾸면서 11개 해양배전반 제작업체들의 경쟁입찰을 했다. 이때부터 하청업체에 대한 갑질이 시작됐다.

동영은 813억 원의 가격을 정해 입찰서를 내고 최종 선정 업체를 발표하기로 한 2015년 3월 16일을 기다렸다. 하지만 현대중공업은 선정 업체를 발표하기로 한 지 5일 후에 공문을 보내와 재입찰을 하기로 했으며 목표 견적 금액으로 549억 원을 제시했다.

이 금액은 기존 계약금액 대비 26%나 감액된 액수로,영업이익률 6~7%를 겨우 유지하던 동영에는 아예 제작이 불가능한 금액이었다. 이에 대부분의 매출이 현대중공업과의 거래로 회사의 존립이 좌우되는 상황에서 동영은 626억 원을 견적 금액으로 제시했다. 그럼에도 현대중공업은 갑질을 멈추지 않았다.

이 대표는 “현대중공업의 담당 부서장과 담당 임원이 회사를 방문해 ‘21년씩이나 거래를 해온 동영이 본사가 의지를 가지고 추진하고 있는 새로운 계약 방식에 협조를 해서 다른 업체들에 모범을 보여달라’며 노골적인 압력을 가해왔다”며 “저희는 이에 굴복해 626억 원 견적 입력을 마친 바로 다음 날인 마감일에 다시 현대중공업의 목표 견적 금액보다 낮은 528억 원으로 입찰 금액을 변경했다”고 전했다.

동영은 최종업체로 선정됐지만 현대중공업은 528억의 물량을 발주하겠다는 약속도 지키지 않았다.

이 대표는 “계약서엔 1년 528억 원의 물량을 발주해주지 않으면, 다음 해에 차액만큼의 추가 발주되도록 명기되었지만 계약 기간 3년 동안 첫해엔 300억대, 다음 해엔 2백억대의 매출이 발생했고 마지막 해엔 100억 원대로 줄었다”며 “시간이 갈수록 인건비와 원자재비는 상승하는 2중고를 겪었으며 계약 1년 만에 100억 원대의 영업손실을 입고 2016년 8월, 회사는 부도가 나버렸다”고 털어놨다.

현대중공업 측은 법정관리에 들어간 동영을 방문해 단가를 조정해줄 테니 납품을 계속하라는 제안을 했다. 동영은 적자를 감수하며 납품했지만 현대중공업은 1년 가까이 단가를 조정해주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다. 이에 동영이 납품을 중단하고 손실보상금 25억 원 지급과 단가 25% 인상을 요청하자 현대중공업은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이에 동영 측이 계약 해지의 부당함을 언론에 알리고 정치권에도 호소해보겠다는 입장을 현대 측에 밝히자 계약 해지 통보 이틀 후인 21일 해지 통보를 취소하고 실사를 통해 인상 폭을 결정해 소급 적용을 해주겠다고 구두 약속을 했다. 동영은 현대중공업의 약속을 믿고 납품을 재개했지만 끝내 이 약속도 지켜지지 않았다.

이 대표는 “2018년 3월 26일 공정거래조정원에 조정 신청을 하여 2차례의 사실관계 확인 조사를 받았으나, 현대는 2015년 당시 자율경쟁입찰을 통해 계약이 체결했기에 아무런 하자가 없다는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다”며 “지연책으로 회사가 폐업되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증언대회를 겸한 공정경제민생본부 출범식에 참석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죄송하다”며 “공정위는 힘의 불균형을 해소하고 중소기업 권익이 두텁게 보호되도록 더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모두발언을 통해 “납품단가 후려치기, 선시공 후계약, 기술 탈취 등 대기업과 원청의 갑질로 인해 도산하고 심지어 기업의 대표가 목숨을 잃기도 했다”면서 “공정 경제로 가는 첫 번째 관문은 무엇보다 갑질 경제의 청산”이라고 강조했다.

정의당 공정경제민생본부장인 추혜선 의원은 “하도급 갑질 피해 증언대회를 한다고 알리고 나니 굉장히 많은 분들이 ‘저도 증언하고 싶습니다’고 연락해왔다. 너무 많은 분들이 갑질 경제구조의 밑바닥에서 신음하고 계시다는 것을 다시 확인했다”며 “공정경제민생본부는 이름 그대로 갑질 없는 공정한 경제 질서를 만들고 대기업의 납품단가 후려치기, 부당한 거래거절, 기술탈취·편취로부터 고통 받는 중소기업과 함께 하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갑질을 용인하고 비호하는 법과 제도가 겹겹이 싸여 있다. 그 속에서 대기업과 관료집단-로펌-사법부의 결탁이 형성되기도 한다”며 “반드시 입법 성과들을 만들어 내겠다”고 약속했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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