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쌍용차 파업 진압작전,
    이명박 승인의 국가폭력
    진상조사위, 손배가압류 철회와 정부 사과, 명예회복·치유방안 촉구
        2018년 08월 28일 05:1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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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규모 정리해고에 맞서 77일 간 옥쇄파업을 벌인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에 대한 경찰의 무자비한 강제진압 작전이 이명박 당시 대통령의 최종승인을 통해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경찰은 쌍용차 노동자들을 진압하기 위해 2급 발암물질이 포함된 최루액을 난사하고 대테러장비로 분류되는 테이저건을 얼굴에 직접 쏘는 등의 폭력을 행사했다.

    이 사건은 쌍용차 노동자들에게 여전히 트라우마로 남아 있으며 거리로 내몰린 노동자들과 그의 가족들 중 30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경찰청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위원회는 28일 오전 ‘쌍용자동차 사건’의 결과를 발표하며 “경찰의 2009년 8월 4일과 2009년 8월 5일 양일간 강제진압 작전의 최종 승인은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었다”며 “이 양일간 작전에 대해 강희락 경찰청장과 조현오 경기지방경찰청장 사이의 의견의 불일치로 이명박 대통령이 개별 사업장의 노동쟁의에 경찰병력 투입 여부를 직접 결정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특히 진상조사위는 쌍용차 진압 사건을 “이명박 전 대통령의 승인에 따라 정부가 노사 자율로 해결할 노동쟁의 사안을 경찰의 물리력을 통해 해결하려고 한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본 사건 파업 이후 노동자들과 그 가족들에게 이뤄진 피해에 대해 사과하고, 명예회복과 치유를 위한 구체적 방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쌍용차범대위의 경찰청 앞 기자회견(사진=한상균 페이스북)

    이명박 승인 하의 진압작전, 치밀하게 준비 집행돼

    진상조사위는 지난 2월 1일부터 이달 27일까지 6개월 간 쌍용차 사건과 관련해 경찰의 공권력 과잉행사 문제 등에 대해 조사를 벌였다.

    진상조사위가 확보한 경찰청 내부문서에 따르면, 당시 경찰은 쌍용차 사측의 구조조정에 반대해 노조가 옥쇄파업에 돌입하자 강경한 기조의 ‘쌍용자동차 진입 계획’을 수립했다. 이 문서에는 사측의 경찰권 발동 요청서 접수, 법원의 체포영장·압수수색영장 발부, 공장 진입 시 사측과 동행 및 단전·단수 등 공장 내 차단 조치 계획, 체포한 노조원들의 사법처리 등이 포함돼있었다.

    이 전 대통령의 승인에 따른 경찰의 진압작적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방법으로, 치밀한 계획 하에 이뤄졌다.

    문건을 보면, 경찰은 사측과 강제진압 작전을 공모하기 전인 2009년 7월 11일, 조합원들이 머물고 있는 공장 내에 수도를 차단하고 단계적으로 가스, 소화전, 전기를 차단한 후 음식물과 의약품, 의료진의 출입까지 통제했다. 조합원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고립작전을 벌인 것이다. 특히 경찰은 이렇게 고립시켜 놓은 조합원들을 상대로 새벽시간에 헬기를 이용해 써치라이트를 비추는 등 노조에 대한 심리적 위협을 가하기도 했다.

    본격적으로 시위 진압에 나선 시점인 7월 22일에 경찰은 테러범을 상대할 때나 사용하는 무기인 테이저건과 다목적발사기를 조합원들에게 사용했다.

    이 사건이 있던 당시 대테러 장비로 분류됐던 테이저건을 공장 정문 안쪽에서 4회 발사하고 그 중 1회는 조합원의 얼굴을 향해 직접 발사되기도 했다. 테이저건과 다목적발사기는 규정상 테러범 및 강력범 진압 등 경찰의 직무수행 및 목적달성에 부득이하게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사용해야 한다.

    대테러 무기들은 강제진압 작전이 있었던 2009년 8월 4일과 5일에도 사용됐다. 경찰은 대테러 임무를 담당하는 경찰특공대까지 투입해 조합원들 진압에 나섰는데, 당시 경찰특공대는 공장 옥상에서 다목적발사기로 압축스펀지탄 35발을 노조원에게 발사했다. 특히 진상조사위는 조합원 체포 과정에서 이뤄진 경찰특공대의 과도한 폭력행위에 대해 “동료들의 피해에 대한 보복차원의 폭행이었다”고 밝혔다.

    대규모로 투하한 20만L의 취루액, 2급 발암물집 포함돼

    경찰은 진압과정에서 발암물질이 포함된 최루액까지 투하했다. 경찰은 파업기간 동안 헬기 총 6대를 동원했는데 헬기가 출동한 총 296회 중 211회나 최루액을 투하했다. 헬기레펠·위력진압을 하기 위해 6회, 총 운항시간 207시간 중 야간작전에 15시간 출동시켰다.

    특히 경찰청이 의뢰에 따라 국방과학연구소가 조합원들을 향해 난사된 최루액의 주성분을 분석한 결과, 최루액엔 CS와 용매인 디클로로메탄은 2급 발암물질이 포함돼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물질들은 고농도일 경우 사망까지 이를 수 있다. 경찰은 이 유독성 최루액을 2009년 6월 25일부터 8월 5일까지 파업 중인 노조원들을 향해 약 20만L를 살포했다.

    진상조사위는 “경찰관직무집행법과 위해성 경찰장비의 사용기준 등에 관한 규정(대통령령)은 경찰장비의 종류와 사용에 관하여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헬기를 사용한 혼합살수 및 집회 해산은 이러한 법령에 규정한 바가 없어 위법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처럼 잔인하고 무자비한 진압작전을 벌인 후 여론전을 폈다. 경찰의 과잉진압과 폭력행위를 정당화하기 위한 활동인 것이다.

    이를 위해 경찰은 인터넷 대응팀 운영하는 한편, 사람이 많이 모이는 수원역, 안양영, 부천역 등 26개 장소에서 ‘쌍용자동차 노조의 불법 폭력 무기류 및 사진 시민 홍보 전시회’를 개최하는 등 오프라인 홍보에도 열을 올렸다.

    경기지방경찰청의 경우 청장의 지시에 따라 2009년 7월 2일부터 경찰관 50여명으로 구성된 ‘쌍용차 인터넷 대응팀’을 꾸렸다. 인터넷 기사·동영상·포스트 글 등을 실시간으로 검색해 댓글을 달고 게시물을 게시해 쌍용차 파업과 관련한 여론을 조성했다는 것이 진상조사위의 설명이다. 댓글 여론조작 사건인 셈이다. 진상조사위는 “경찰의 홍보활동은 편향적이었다”며 “경찰의 인터넷 대응활동은 경찰의 정당한 업무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진상조사위, 손배가압류 철회와 정부 사과, 명예회복과 치유방안 촉구
    쌍용차지부, 공소시효가 끝난 범죄에 대해선 특별법 제정해 처벌해야

    진상조사위는 이러한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경찰청에 공식적인 사과와 손배가압류 취하, 재발방지책 마련을 권고하고 정부에 사과 및 명예회복과 치유방안을 촉구했다.

    우선 진상조사위는 “경찰력 행사에 요구되는 최소침해의 원칙과 법익균형성 등 경찰비례원칙에 반하여 적정하지 않고 이로 인해 노조원들이 입은 피해 역시 상당하다”면서 “경찰력 투입 과정에서 정신적·육체적으로 피해를 입은 조합원에 대한 치료 및 회복 조치를 취하라”고 권고했다.

    아울러 ▲최루액 살포 등 헬기를 이용한 직접 시위 진압 금지 ▲집회·시위·노동쟁의 등에 테이저건과 다목적 발사기 사용 금지 및 위해성 경찰장비 사용 교육 정례화와 규정 보완 를 포함하여 관련 규정 보완 ▲집회·시위·노동쟁의 현장에 경찰특공대 투입 원칙적으로 금지 ▲노동쟁의 현장에서 경비용역이 흉기를 휴대하거나 폭력행위를 하는 경우 관할 경찰서장이 즉시 배치폐지를 명하고 경비용역이 철수할 때까지 담당 경찰관 현장 배치 등을 권고했다.

    금속노조 쌍용차지부는 진상조사위의 이러한 조사결과에 대한 입장문을 내고 “진실의 일말을 밝혀준 결과지만, 억울하게 숨진 우리 동료와 가족 30명이 살아 돌아올 수 없다는 사실이 너무나 원통하다”고 밝혔다.

    쌍용차지부는 살인진압 책임자 처벌을 위해 공소시효가 끝난 범죄에 대해선 특별법을 제정해서 책임을 묻고, 경찰청 내 특별수사본부를 구성해 쌍용차 노조와해 비밀문서를 조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우리가 바라는 것은 억울하게 죽어간 우리 동료와 가족 30명의 원혼을 달래주기 위한 진실규명과 책임자 처벌 뿐”이라며 “책임자 처벌 없이 재발방지는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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