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정기 “전두환 회고록,
사탄 등 표현 내가 쓴 것”
알츠하이머라는 전두환, 회고록 집필에 체육대회·총선투표도 참여
    2018년 08월 28일 01:2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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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의 핵심 측근인 민정기 전 비서관이 <전두환 회고록>에서 고 조비오 신부를 ‘사탄’,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표현한 것에 대해 “전두환 전 대통령이 아닌 내가 쓴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정기 전 비서관은 28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조비오 신부를 가리켜 ‘사탄’, ‘거짓말쟁이’라고 한 부분은 전두환 전 대통령의 워딩인가”라는 사회자의 질문에 “아니다. (회고록) 마무리 작업할 때 제가 그런 표현을 쓴 것 같다”고 답했다.

“책에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이야기인 것처럼 나왔는데 그게 아니라면 큰 문제가 아니냐”는 지적에도 민 전 비서관은 “조비오 신부가 하는 주장이 허위라는 건 전 대통령도 알고 있지만 그 표현 자체는 내가 쓴 것”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그는 “전 대통령이 퇴임하고 회고록을 쓰겠다고 해서 2000년부터 구술 녹취 등을 하는 방식으로 준비를 했다. 알츠하이머 증상이 나타났던 2013년까지는 13년의 세월이 흘렀다”며 “2013년에 전 대통령 스스로도 기억력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을 하고 저를 찾아와서 ‘초고가 됐으니까 민 비서관이 책임지고 (회고록을) 맡아서 완성하라. 전적으로 일임한다’고 하셨다. 그래서 그 후로는 전적으로 내가 맡아서 책임지고 원고를 완성했다. 퇴고 과정에서 전 대통령 전혀 여기 개입을 안 했다”며, 전두환을 적극 옹호했다.

“전 전 대통령이 직접 쓴 게 아니라면 국민을 속인 것 아니냐”는 취지의 사회자의 지적엔 “그게 무슨 속인 건가. 저자가 직접 쓴 회고록이 얼마나 되느냐”고 응수했다. 민 전 비서관은 “사자 명예훼손의 피고가 바뀔 수도 있다”는 물음에도 “내가 피고가 될지 내가 고발당할지 알 수가 없지만 내가 썼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거듭 주장했다.

2013년부터 알츠하이머라는 전두환,
2015년 대구공고 체육대회와 2016년 총선 투표에도 참여

앞서 전두환은 2017년 4월 출간된 자신의 회고록인 <전두환 회고록>에서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는 고 조비오 신부를 ‘거짓말쟁이’, ‘사탄’이라고 표현해 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광주지법에서 27일 재판을 받을 예정이었다. 그러나 전두환 측은 재판을 하루 앞두고 입장문을 내어 2013년부터 앓고 있는 알츠하이머 때문에 재판에 출석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앞서 전두환은 2015년 10월 대구공고 체육대회에 참석하는 등 꾸준한 외부활동을 해왔고, 2016년엔 20대 총선투표까지 했다. 지난해만 해도 신년회에선 문재인 대통령에게 “새 대통령은 경제를 잘하는 사람이 돼야 한다”는 덕담까지 건넸다. 전두환이 재판을 회피하기 위해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다는 핑계를 댄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되는 이유다.

아울러 민 전 비서관은 전두환의 상태에 대해 “제가 가서 뵈면 이런 저런 말씀을 다름없이 하고 박근혜 대통령이 지금 어떻게 됐는지도 말씀드리면 알지만 조금 있으면 잊어버린다. 기억을 못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신체적 건강으로는 충분히 (법정에) 갈 수 있는데 전혀 진실성 있게, 사실과 부합하게 말씀하실 수 있는 게 전혀 없다”고도 덧붙였다.

그는 또한 “박근혜 대통령이 어떻다는 것은 전 대통령이 70년 동안 알고 지냈기 때문에 알지만, 1980년 광주에서 어떤 일이 있었다는 건 전 대통령은 전혀 알 수가 없는 상황이다. 기록과 자료를 보고서 회고록을 작성했기 때문에 거기에 관한 질문이 나오면 대답할 수가 없다”며 재판에 출석할 수 없다는 뜻을 거듭해서 밝혔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해서 전혀 알지도 못하는 분이 어떻게 회고록에서 조비오 신부에 대해 거짓말쟁이라고 쓸 수 있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엔 “회고록은 공적인 기록 아니다. 수사 기록, 재판 기록. 공적인 기록에 의지해서 회고록을 쓴 것”이라며 “전 대통령은 회고록 내용 이외의 일에 관해서는 책임질 수가 없다. 회고록에 있는 내용도 전 대통령이 초고를 썼을 때는 알았지만 지금은 그걸 자세하게 기억을 못 한다”고 주장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은 전두환 전 대통령 생애를 통틀어 아주 중요한 사건임에도 왜 기억을 못하느냐”는 추궁에도 민 전 비서관은 “광주에서 그 당시에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 대통령이 직접 경험한 것도, 겪은 일도 아니고 가서 본 적도 없다”며 “5.18 현장에 있었던 일 같은 건 알 수가 없다. 현장에 있지도 않았는데 그거를 어떻게 알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광주지법에선 오는 10월 재판을 다시 열겠다며 전두환의 출석을 요구했다. 만약 전두환이 이날 재판에도 불출석할 경우 현행법에 따라 구인장이 발부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해서도 민 전 비서관은 “지금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내 생각으로는 한 달 후라고 해도 사정이 달라지겠나. 알츠하이머는 약을 계속 복용해도 증세가 호전되는 경우도 없다고 알고 있다. 내가 볼 때는 사정이 변경이 없을 거라고 본다”며 불출석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광주가 아닌 서울에서 재판을 받도록 해달라고 요구한 것과 관련해 “법원을 서울로 옮겼으면 출석할 생각이 있었던 거냐”는 물음에도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광주에서 재판을 하는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 관련법에 따라도 피고인의 주소, 거주지 근처에서 재판을 하게 돼있다”며 “광주 문제를 광주에서 하게 되면 지방 민심에 영향을 받겠나. 안 받겠나”라고 반문했다.

5.18기념재단 측은 민 전 비서관의 이러한 주장에 대해 “민정기 전 비서관을 고소 고발해서 재판정에 세워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조진태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는 이날 같은 매체에 출연해 “본인(민 전 비서관)이 기록물을 다 표현하고 작성했다는 것이니까 국민을 속인 것은 민정기 전 비서관도 해당이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알츠하이머 진단을 이유로 재판에 불출석한 것에 대해서도 “전두환 씨가 참 치졸한 작태를 보이고 있다”며 “본인의 말에 따르더라도 대한민국의 대통령을 지냈다는 사람이 무엇이 두려워서 재판정에 서기를 꺼리느냐”고 말했다.

조 상임이사는 “회고록이 2017년에 작성이 됐고 2016년, 2017년 초에도 여러 차례 대외 활동을 했다. 그런 사람이 이제 와서… 그리고 이 재판은 복잡한 재판도 아니다”라며 “조비오 신부가 생전에 증언한 헬기 기총 소사에 관한 증언인데 그 단순한 부분을 건강상 이유로 재판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은 납득이 안 되는 핑계거리”라고 질타했다.

‘전두환 씨가 재판에 나가지 않으려는 다른 이유가 있다고 보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그렇다. 전두환 씨가 저지른 죄에 비추어 봤을 때 회고록에 나온 그 이야기는 사실 ‘새발의 피’”라며 “지난 시절에 자기가 저지른 죄상의 진실을 대면하기가 두려웠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전두환 측이 광주에서 재판을 받는 것에 문제 제기하고 있는 것에 대해선 “죄를 지은 자가 자신이 원하는 대로 재판부를 옮겨서 하겠다는 것은 참으로 웃기는 이야기”라면서 “전두환 씨는 생전의 자신의 죄과를 빨리 인정하고 사과해야 한다. 광주 시민은 물론이고 대한민국 국민에게 용서를 구하는 것이 자신에게 주어진 남은 삶의 최대의 과제”라고 강조했다.

민주, 민평, 정의당, 불출석 전두환 비판···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는 침묵

정치권 일부에서도 건강상의 이유로 재판에 나오지 않은 전두환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전날 국회 브리핑을 통해 “재판 출석조차 거부하는 것은 이 땅의 법치주의를 무시하고 5.18영령과 국민들을 기만하는 처사”라며 “전두환씨가 성실하게 재판절차에 임하는 것이 국민 앞에 머리 숙여 속죄하는 최소한의 도리”라고 밝혔다.

정호진 정의당 대변인도 “법정에 서서 진실을 대면하기 직전 절묘한 시기에 투병을 이유로 사실상 재판을 거부한 것은 끝까지 5.18 영령과 국민들을 기만한 처사”라며 “전두환 씨 기억에서 5.18 학살은 사라졌을지라도 국민들의 기억에서는 사라지지 않는다. 더 이상 국민을 우롱하는 행태를 중단하고 법정에 출석해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정현 민주평화당 대변인 또한 논평을 내어 “재판 불출석을 통보한 것은 또 한 번 광주 영령들을 우롱한 것”이라며 “이번 재판 불출석으로 전두환 전 대통령은 광주시민에게 직접 속죄할 기회마저 놓쳤다. 지금이라도 5.18의 진실을 고백할 마지막 기회를 갖기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전두환의 재판 불출석에 대해 짧은 논평조차 내지 않았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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