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등 12명 기소
초라한 드루킹 특검 결과
이정미 “무능력·무책임 최악의 특검”···자유당도 "용두사미 특검"
    2018년 08월 27일 05:20 오후

Print Friendly

‘드루킹’ 댓글 여론조작 사건을 수사해 온 허익범 특별검사팀이 드루킹 일당의 댓글 공감 조작 범행 횟수가 1억 차례 가까이 이뤄졌으며, 드루킹 측의 진술을 토대로 이러한 댓글조작에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함께 했다고 결론 내렸다. 그러나 드루킹 일당에 특정세력이 자금을 지원했다는 의혹 등 대부분 의혹이 실체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검팀은 27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향후 재판과정에서 드루킹과 김 지사의 혐의를 입증하겠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지난 6월 27일부터 이달 25일까지 60일간 수사를 하고 김 지사와 드루킹 등 12명을 재판에 넘겼다.

특검팀에 따르면, 우선 드루킹 등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 회원 9명은 지난 2016년 10월부터 이른바 ‘킹크랩’ 프로그램 개발을 시작했고 다음 달 초기 버전을 구현했다. 이후 드루킹은 경공모 회원들과 함께 지난 2016년 12월부터 지난 3월 21일까지 실제 댓글 조작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드루킹 일당은 이 프로그램으로 총 8만1623개의 네이버·다음·네이트 뉴스 기사의 댓글 141만643개에 대해 총 9971만1788회의 공감·비공감 클릭 버튼을 조작한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특검팀은 드루킹을 포함해 경공모 회원 9명을 정치자금법 위반 및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한 바 있다.

특검팀은 김 지사도 드루킹 일당의 댓글조작의 공범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공소사실에 “김 지사는 드루킹 등과 함께 2016년 11월경부터 19대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당선 및 이후 더불어민주당을 위해 댓글조작 프로그램 ‘킹크랩’을 이용한 선거운동을 했다”고 명시했다. 드루킹 측이 김 지사에게 킹크랩 초기 버전을 보여주고 허락을 받아 프로그램 개발을 본격화했다는 드루킹의 주장이 사실이라고 본 것이다.

특검팀은 드루킹 일당의 총 범행 횟수 중 상당수가 김 지사의 승인 하에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특검팀에 따르면 김 지사는 지난 2016년 6월 30일 드루킹을 처음 알게 된 후 같은 해 11월 9일 경기 파주 사무실에서 드루킹 측으로부터 킹크랩 프로그램 시연을 본 후 승인했다고 결론을 내렸다. 앞서 김 지사는 지난 24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바 있다.

그러나 드루킹 특검의 핵심사안이었던 김 지사 공범 여부에 관한 공소사실에 있어선 드루킹 측의 주장을 토대로 한 것이라, 향후 김 지사 측과의 상당한 법정공방이 예상된다. 김 지사는 모든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이 밖의 의혹들도 모두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져 드루킹 특검을 강력 요구했던 보수야당과 특검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특검은 특검의 본질도 아닌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 정치자금 수수 의혹을 파헤치다가 정치권 안팎으로 ‘성과에 연연해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질타를 받았다. 특검 수사 과정에서 노 원내대표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까지 벌어졌다.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하는 허익범 특검

우선 특검팀의 발표에 따르면 특정세력이 경공모에 지원금을 대준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니었다. 경공모는 사무실 임대료, 매크로 프로그램 ‘킹크랩’ 운영비 등으로 총 29억8000만원 상당을 지출했는데 조사 결과 모두 사실이 아니었다. 경공모는 강의료만으로 15억여원의 수익을 거두는 등 자체 수입으로 활동자금을 충당했고, 공동구매 수입, 비누 등 물품 판매 등을 합한 수입은 30억원을 넘기는 것으로 조사됐다.

김 지사가 경공모 회원들에게 불법 후원금 2500만원을 받았다는 의혹도 사실이 아니었다. 특검팀 조사결과, 2016년 9월 12일부터 같은 해 11월 30일까지 모두 195회에 걸쳐 김 지사 후원회 계좌로 2564만원이 입금되긴 했지만, 모두 개인이 기부한 것일 뿐 정치자금법 위반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댓글 조작 프로그램 시연을 본 김 지사가 드루킹에게 현금 100만원을 줬다는 의혹도 관련자의 진술 번복, 복수의 관련자들이 이를 모두 부인하고 있어 증거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인 김정숙 여사가 경공모의 불법활동에 연관돼있다는 의혹도 사실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2017년 4월 대선 후보 당내 경선 현장에서 김정숙 여사가 경공모 회원들과 인사를 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을 근거로 의혹이 제기됐는데, 특검은 그 사실만으론 불법행위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 외에 수사범위 논란이 일었던 송인배 청와대 정무비서관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과 백원우 민정비서관의 사건 은폐 시도 관련해선 수사를 검찰 몫으로 넘겼다.

정의당 “드루킹에 의한 특검이자 헛발질 특검 그리고 살인 특검”

한편 특검의 무리한 수사로 인해 노 원내대표를 잃은 정의당은 특검의 60일 간의 초라한 결과물에 분개하고 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특검 실시의 목적이었던 여론 조작은 전혀 규명하지 못했다”며 “드루킹의 공범으로 지목된 김경수 경남지사의 혐의를 끝내 입증하지 못했고, 최종적으로 드루킹의 증언에만 의존한 보고서 아닌 자술서를 제출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특검은 수사의 본질에는 조금도 다가서지 못한 반면, 드루킹의 지시대로 정치권 여기저기를 들쑤시며 커다란 상처를 남겼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여론조작 사건과 무관한, 고 노회찬 원내대표와 관련된 정보를 언론에 조금씩 흘리며 이목을 끌고자 했고, 마찬가지로 특검은 드루킹 진술에 의존해 여권 내 다른 인사들의 의혹을 공개하고 소환했지만 정작 기소조차 하지 못했다”며 “그 결과 수사기간을 연장하지 못한 최초의 특검이라는 망신스러운 결과를 내고 말았다”고 질타했다.

그는 “60일간의 특검은 결국 드루킹에 의한 특검이자 헛발질 특검 그리고 살인 특검이었다”며 “자유한국당의 억지와 생떼를 들어주어 탄생한 정치특검은 무능력하고 무책임한 최악의 특검으로 귀결되었다. 이번 특검이 주는 교훈은 ‘앞으로는 이런 특검이 나와서는 안된다’는 것이며, 이번 특검은 정치적 역사적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정호진 정의당 대변인도 특검 수사 발표 직전 브리핑을 내고 허익범 특검을 “정치공학의 산물”로 규정하며 “초지일관 특검의 본질을 훼손하는 과정을 밟았다”고 비판했다.

정 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남긴 것이라고는 명분도 실리도 없이 상처와 실망, 그리고 비극”이라며 “특히 피의자 드루킹이 사실상 수사를 지휘한 대한민국 최초 ‘주객전도 특검’이자, 피의자의 의도에 놀아난 ‘비정상 특검’”이라고 질타했다.

정 대변인은 “이러한 ‘비정상’ ‘최악’의 특검을 방지하기 위해 더 이상 특검이 정쟁의 도구로 오남용 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광온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애초부터 특검의 대상이 되지 않았다는 일반적인 견해가 지배적이었고, 특검 기한을 연장하지 않는 것으로 봤을 때 중요한 내용이 많지 않았다는 것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특검과정에서 위법성 여부는 없었는지, 또 특검 사무실 앞과 구치소 앞에서의 폭력사태에 대해 당 차원에서 충분히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자유한국당 “권력에 굴복···용두사미 특검”

특검을 요구했던 자유한국당도 허익범 특검팀에 대해 “ ‘용두사미’ 특검”이라고 평가했다.

윤영석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드루킹 불법 댓글 조작과 관련된 진상규명’이라는 특검 출범 목적 중 어느 하나 명백하게 밝혀내지 못했다”며 “공모 혐의와 의혹만을 남긴 채 역대 최초로 스스로 수사기간 연장을 포기하면서 권력에 굴복하고 수사의지까지 내던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특검은 김경수 지사와 드루킹 일당의 공소유지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그것이 국민에 대한 마지막 도리”라며 “의혹만 남긴 채 불명예스럽게 끝난 드루킹 특검을 대신하여 국회 국정감사와 국정조사를 통해 모든 진실을 국민에게 밝혀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