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당 주도하고 자유당은 지지,
    환노위 고용노동소위 이정미 배제시켜
    "'진보정당 솎아내기 폭거"···민주당은 야당 탓 오리발
        2018년 08월 22일 04:2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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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여야3당 교섭단체 간사의 합의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소위에서 배제됐다. 고용노동소위는 노동 법안을 전부를 심사하는 환노위의 가장 중요한 소위로 꼽힌다. 2004년 진보정당이 원내에 진입한 이후로 진보정당 의원을 고용노동소위에서 배제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환노위는 22일 오전 전체회의를 열고 소위 구성의 건을 상정했다. 3당 여야 교섭단체 간사(한정애 민주당·임이자 자유한국당·김동철 바른미래당)가 합의한 노동소위 구성의 내용은, 여야 의원 동수로 구성하자는 교섭단체 합의를 근거로 여당 의원 4명과 야당 의원 4명은 의석수에 따라 의석을 나눠가지도록 했다.

    후반기 노동소위엔 민주당 한정애·김태년·윤호중·이용득, 자유한국당 임이자·신보라·이장우, 바른미래당 김동철 위원 등 8인이며, 소위원장은 임이자 의원이다. 이정미 의원은 예산결산기금심사소위원회 배정됐다.

    이 의원이 노동소위에서 배제된 것은 상반기 10명이었던 소위 구성원을 여야 교섭단체 합의로 8명으로 줄이면서다. 일각에선 비교섭단체인 정의당의 이정미 의원을 배제하기 위해 소위 구성원 수를 줄였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 의원은 비례대표 의원으로 20대 국회에 입성한 후 노동 현안에 꾸준히 목소리를 내온 몇 안 되는 의원으로 평가받는다. 파리바게트 불법파견, 애슐리 임금체불 문제 등은 환노위 소속 의원으로서 그가 해결한 노동 문제들이다.

    그럼에도 3당 간사들은 소위 구성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이례적으로 이 의원에게 희망 소위조차 묻지 않고 배제해버렸다. 교섭단체 3당이 의도적으로 이 의원을 노동소위에서 배제하기 위해 소위 구성원 수를 줄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상반기 노동소위에서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에 반대하는 등 노동계의 입장을 대변했던 이 의원은 해당 법안을 통과시키려는 여당 의원들과 강하게 대치한 바 있다.

    앞서 전날인 21일 <오마이뉴스>에 따르면, 환노위 소속의 한 민주당 의원이 “본래 10명이던 환노위 노동소위 인원을 8명으로 줄이면서까지 이정미 의원을 빠지게 하려는 당내 합의가 있었다”며 “그런 안을 갖고 자유한국당 등 야당과 상의하고 있는데, 보수 야당에선 싫어할 이유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해당 의원은 민주당이 이정미 의원을 배제시키려는 이유를 “껄끄럽고 불편해서”라면서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나 노동시간 축소 등 현안마다 정부·여당에 비판 목소리를 내온 인사들을 배제시키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여권 관계자 역시 <오마이뉴스>를 통해 “소위 위원 10명을 여야 동수로 5:5로 하던 것을 갑자기 8명으로 줄이면 4:4가 된다. 야당 몫 4명 중 한국당에서 3명을 가져가게 되면 나머지 한 자리가 교섭단체인 바른미래당에게 간다는 계산이 나온다. 정의당에겐 들어갈 틈이 없는 것”이라고 했다.

    당초 소위 위원을 8명으로 줄이는 합의에 이 의원을 노동소위에서 배제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말로 풀이된다.

    정의당 관계자도 <레디앙>과 통화에서 “소위 위원을 8명으로 줄일 때 이정미 의원이 소위에서 배제될 수도 있다는 상황을 고려하지 않았던 것도 아닐 텐데 (민주당이) 그런 합의를 해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아무리 자유한국당이 원했다 하더라도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법”이라고 비판했다.

    이정미 “보수정부 때도 진보정당이 노동소위에 배제된 적 없어”
    이상돈·이용득 의원, 3당 간사 합의 재고 요청했으나 ‘거부’
    민주당은 또 야당 탓

    이 의원은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소위 구성에 대해 재고를 강력하게 요청했다.

    그는 “지난 교섭단체 결정에 근거해 소위 구성원이 10명에서 8명으로 줄면서 정의당에 대한 의석 배려는 애초부터 고려되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배제되어 구성 됐다”며 “‘굳이 왜 10명을 8명으로 줄이려고 하냐’는 질문에도 (여야 간사들은) ‘간사 간 합의다’, ‘10명을 다 구성하기에 집권여당이 5명 채우기 어렵다’는 답변을 들었다. 하지만 상반기 소위에서 위원이10명이라서 어떤 문제 있었는지 모르겠다. 저는 정의당에 법안소위 의석 주지 않으려고 한 것이라는 판단밖에 할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2004년 민주노동당으로 진보정당이 원내에 처음 입성한 후 환노위 고용노동소위에 진보정당 의원이 배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진보정당 의원들의 노동 전문성을 여야 의원들 모두 인정해왔다는 뜻이다.

    이 의원은 “심지어 이명박-박근혜 정부 하에서도 진보정당 의원을 환노위 법안소위 배제한 적이 없다”며 “심각한 유감을 표하며 재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 소속 김학용 환노위 위원장은 “(소위 구성원 수가) 10명이 옳은지, 8명이 옳은지의 문제는 생각의 차이”라며 “모든 위원이 원하는 소위에 들어갈 수 없으니 간사의 역할이 필요하고 위원장으로선 간사의 의견을 존중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 의원의 재고 요청을 거부했다.

    이에 다른 야당의 일부 의원들도 이 의원이 노동소위에 배제된 것은 부당하다고 목소리를 냈다.

    이상돈 바른미래당 의원은 “환노위 노동소위에서 법안 대부분을 결정하는데, 이번에 소위 구성안을 보면 이정미·문진국 의원은 예결산소위만 들어가 있다. 이렇게 노동소위에서 두 의원을 아예 배제하는 것이 과연 합당하다고 볼 수 있는지 심각한 회의감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수결이라는 이름으로 안건을 통과시키기 전에 정회하고 이정미 의원이 제기한 문제에 대해 3당 간사들이 재고할 수 있는지 검토해보는 게 좋겠다”고 제안했다.

    이용득 민주당 의원 역시 “정의당의 국민적 지지율은 매우 높으며, 노동문제에 있어서 다른 어떤 부분보다 우선해서 다루고 있다”며 “정의당이 다른 상임위도 아니고 환노위 고용노동소위에 참여하도록 하는 것은 국회로서의 배려이고 국민 뜻이라고 생각한다”며 간사 간 재논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소위 구성에 관한 3명 의원의 반발에도 “속기록에 소수 의견을 남기겠다”며 3당 간사가 합의한 안에 대한 가결을 선포했다.

    이 의원이 노동소위에 배제된 것과 관련한 논란이 확산되자, 민주당은 이 상황을 자유한국당 탓으로 돌렸다.

    여당 간사인 한정애 의원은 환노위 이날 전체회의에서 “소위구성과 관련해 야당 쪽에서 정의당에 배려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상반기에는 저희가 야당이라서 배려를 했지만 (후반기 국회에는) 잘 조정이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 의원은 “앞으로 야당 의원들이 열린 마음으로 (정의당을) 추가하는 것에 대해 좋은 방식으로 향후에 논의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이 정의당 배제 주도…노동자 목소리 의도적으로 묵살”

    정의당도 대변인 국회 공식 브리핑을 통해 이 의원의 노동소위 배제는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다수당의 횡포”라고 반발하고 있다.

    정호진 대변인은 “노동은 정의당의 핵심 가치”라며 “적은 의석수와 비교섭 단체라는 지위에도, 대변하고자 하는 국민은 결코 적지 않다. 그런데 지금 국회에서 노동자의 목소리를 의도적으로 묵살하려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촛불의 힘으로 탄생한 지금의 정부에서, 그리고 여당이 다수당인 국회에서, 지금과 같은 불공정한 결정을 내린 것에 강력히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특히 정 대변인은 민주당이 이 의원을 소위에서 배제하는 상황을 주도했다며 “민생과 개혁의 지점에서는 우리당과 협력해왔던 민주당이 이런 악수를 둔 이유는 무엇이냐”고 반문했다.

    그는 “우리 사회의 노동 문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껄끄럽고 불편’한 상황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다양한 노동자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과정에서 필수 불가결한 것”이라며 “이제 국회가 그런 논의조차 하지 않겠다는 것은, 지금도 노동자의 목소리를 외면하는 국회에서 작은 균형추조차 허용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라고 질타했다.

    또한 “국회 환노위 법안 소위는 편하고 익숙한 사람들끼리 모인 친목회가 아니다”라며 “이정미 대표를 노동소위에서 배제한 결정을 철회하고 소위구성을 다시 논의하지 않으면 거대한 국민적 반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노동계, 민주당 강력 비판하며 소위 재구성 촉구
    “진보정당 의원 솎아내기 폭거”, “노동법 개악 추진 위한 사전작업”

    이 의원이 상반기 환노위에서 일관되게 노동계의 입장을 대변해왔던 만큼, 민주노총도 별도의 성명을 내고 3당 간사의 합의를 강력 규탄했다.

    민주노총은 이 의원을 고용노동소위에서 배제한 3당 간사의 결정을 “진보정당 국회의원 솎아내기 폭거”이자 “거대 양당의 오만과 짬짜미 결정”이라고 규정하며 “하반기 국회 환노위가 더 일방적으로 노동법 개악을 추진하기 위한 사전정지 작업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민주당을 지목해 “정부의 ILO핵심협약 비준 추진과 함께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한 노동법 전면 제·개정을 다루어야 할 시기에 친노동 국회의원 배제결정을 주도한 것은 전형적인 자기기만이고 이중플레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노동을 무시하고 배제하는 더불어민주당의 행태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공약대로 노동기본권 전면 보장을 위한 노동법 제·개정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다시 한 번 요구하며, 그 출발은 이정미 의원 고용노동소위 배제결정을 철회하고 소위 구성을 재논의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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