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자력업계의
    탈핵 에너지전환 흔들기
    에너지전환포럼, 왜곡 논리 반박
        2018년 08월 22일 08:48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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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원자력업계와 보수언론·정당에서 무차별적으로 유포하고 있는 탈원전에 관한 왜곡된 정보를 바로 잡기 위해 에너지 전문가들이 나섰다.

    에너지전환포럼은 21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원자력업계 에너지전환 흔들기, 도를 넘었다’는 주제로 기자간담회를 열고 “월성원전 1호기 가동중지 이후 원자력업계를 중심으로 거센 저항이 일어나고 있으며, 에너지 전환정책에 대해 사실과 다른 정보를 유포해 국민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며 “에너지전환은 우리 세대는 물론이고 우리 아이들의 안전과 환경을 고려하는 정책으로, 원자력업계의 도를 넘는 비난을 경계한다”고 밝혔다.

    에너지전환포럼은 재생에너지 중심으로의 에너지 체계 전환을 요구하는 관련 전문가, 시민사회단체, 기업, 정치인등이 참여하는 공익법인이다.

    이날 에너지전환포럼은 ‘탈원전을 하면 일자리가 사라진다’, ‘한전 적자는 탈원전 때문이다’ 등 원자력업계와 보수언론·정당에서 주장하는 탈원전에 관한 왜곡된 주장에 조목조목 반박했다.

    기자간담회 모습

    변방의 사업으로 전락한 원전이 일자리를 만든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은 탈원전을 통한 에너지전환이 일자리 창출의 견인차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원자력은 고용효과가 큰 산업”이라며, 일자리 정부를 표방한 문재인 정부는 탈원전을 중단해야 한다는 요지의 한 보수언론 주장에 대해 강하게 반박했다

    한 연구위원은 원전 시장 규모가 17조원인 데 반해, 재생에너지는 298조 규모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는 점을 짚으며 “속도감 있는 에너지전환을 통해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다 이루느냐, 구시대 에너지원에 대한 미련으로 경제의 파국을 맞느냐라는 기로에 서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에너지전환의 시대에 우리가 택할 수 있는 방법은 단 한 가지밖에 없다. 남들보다 조금 더 일찍, 더 빠르게 전환을 이루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연구위원은 “에너지전환 시장은 2005년 교토의정서 발효를 전후로 성장초기 국면에 진입했고, 2008년부터 중국과 미국의 집중투자로 경쟁력 확보 단계에 올라섰다”며 “이제 에너지전환산업은 시장의 주류가 된 상태”라고 지적했다.

    한 연구위원이 공개한 지난해 전 세계 에너지 원별 투자금액 현황에 따르면, 2017년 재생에너지 투자액은 2,980억달로 석탄·가스 등 화석연료 투자액 1,320억원 대비 2배 이상 컸고, 원전은 170억달러에 불과했다.

    그는 이런 통계 자료를 근거로 원전이 “변방의 산업으로 전락했다”고 진단했다.

    한 연구위원장은 “최근 들어 에너지전환산업은 높아진 경쟁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산업과 융합되며 확산기에 들어갔다”면서 자동차, 배, 비행기 등 교통의 전반으로 에너지전환 사업이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에너지전환 그 자체뿐 아니라, 에너지전환 흐름에 따른 타 산업과의 결합을 통해 추가적으로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특히 “2017년 재생에너지가 창출한 일자리수가 일천만개를 넘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세계 6,356GW의 발전설비 중 대한민국의 비중이 117GW로 약 2% 수준”이라며 “이에 따라 1천만 개의 일자리 중 약 20만 명은 국내에 있어야 하지만 국내에는 약 1.5만명 수준의 재생에너지 일자리만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에너지전환의 대세만 따라갔어도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일자리 문제는 상당부분 완화되었을 것”이라며 “에너지전환이 본격 확산국면에 진입하면 기존의 산업을 도태시키고 새로운 산업을 창출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 연구위원장은 “지난해 처음으로 백만대를 돌파한 전기차 판매량은 2025년 1천만대를 돌파할 것이 확실시된다”며 “전기차 연관산업을 선도해서 육성시키지 못하면 국내 고용대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아울러 “애플, BMW, GM 등 글로벌 대기업들이 자체 전력뿐 아니라 납품업체들까지도 재생에너지 사용을 단계적으로 의무화할 계획이라는 점에서 이를 충족하지 못할 경우 국내 기업들이 납품업체에서 탈락할 것이고, 우리의 일자리는 없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8천억’ 한전 적자는 탈원전 때문?
    원전 찬양했던 이명박 정부 시절, 한전 적자 ‘2조 8천억’

    <조선일보>는 지난 14일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실험 1년 결과가 한전 상반기 실적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한전은 올 상반기 8147억원 영업적자를 냈다. 6년 만에 최악 실적이다. 원료비가 가장 싼 원전 이용률을 낮추고 값비싼 석유·석탄·LNG(액화천연가스) 발전을 늘린 탓”이라고 보도했다.

    같은 날 자유한국당도 논평을 내고 “사상 최악의 한국전력 적자는 ‘탈원전 재앙’의 전조”라고 맞장구 쳤다.

    윤영석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은 “한전의 대규모 적자는 문재인 정부가 ‘전기료 인상 없는 탈원전’을 선언했을 때부터 이미 예상됐던 문제였다”며 “과거 5년간 수조원의 흑자를 내던 국민의 기업 한전이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발생한 비용을 떠안으면서 부실기업으로 전락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원전 산업은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안정적인 전력 공급뿐만 아니라, 국가를 먹여 살릴 대표적인 수출 산업이자 미래 산업”이라며 “정부의 무리한 탈원전은 국민의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에너지전문가들은 한전의 적자는 탈원전 때문이 아니라 “전기요금에 원가반영을 막는 규제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석광훈 에너지시민연대 정책위원은 “‘원전 확대로 고유가를 극복한다’는 전력정책과 함께 정비기간 단축, 건너뛰기 등 무리한 원전 가동으로 94%라는 기록적인 원전 이용율을 유지했던 이명박정부 시기 한전은 2008년 2조8천억원, 2011년 1조원 등 훨씬 큰 규모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보수언론·정당과 원자력계의 주장이 “아전인수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석 정책위원은 한전 적자의 문제의 핵심이 석탄, 가스 등 연료가격 상승에도 원가의 전기요금 반영을 막는 정부규제에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지난 4월부터 배럴당 70달러를 넘는 고유가 상황에서 유연탄 구입비용은 전년 상반기보다 28%인상되었고, 한전 발전자회사 연료비부담은 26.7%(2조원) 증가했음에도 지난 2010년 정부고시에 도입된 ‘발전연료비 연동제’가 지금까지 시행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가격의 수요공급조절기능은 모든 시장의 기본토대임에도 전기요금만 정부가 지지율 관리를 위해 통제할 경우 소비자들이나 납세자들이 나중에 훨씬 큰 비용을 치르게 된다”고 경고했다.

    원전 확대와 저가전기요금 정책 유지에도 수요가 폭증하고 한전의 적자가 2조 8천억원에 달했던 2008년 이명박 정부는 한전적자 보전을 위해 6천7백억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했지만, 2011년에 가정, 병원, 은행, 중소업체 등 총 656만호가 단전된 ‘9·15정전사태’까지 이어진 바 있다.

    석 연구위원은 “당시 정부는 가을 이상고온을 예측하지 못한 수요 예측 실패라고 비난했으나, 실제로는 인위적 요금억제 정책에 따른 수요증가로 발전설비를 정비할 시간도 부족한 구조적인 원인 때문”이라고 짚었다.

    또한 “당시 전기요금 억제로 석유가격과 전기요금이 역전되어 난방용 전력수요까지 급증해 여름, 겨울을 가리지 않고 피크부하가 발생해 간절기에 일제히 발전소를 정비하는 와중에 발생한 필연적 결과였다”고 부연했다.

    4차 산업혁명, 규제혁신 외치면서…전력산업은 박정희 시대 정책 유지

    최근 문재인 정부가 연일 계속되는 폭염에 가구당 2만원을 할인해주는 전기요금 인하 정책을 발표했으나 여론의 반응은 싸늘했다.

    이에 대해 석 연구위원은 “이미 4인가구 기준 월평균 21만원의 통신비용을 지불하는 국민들은 단순히 ‘싼 전기요금’이 아닌 합리적 요금체계를 바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개발된 지 100년이 넘은 기계식 계량기에 근거해 시간대별 가치를 구분하지 않는 누진제는 디지털시대에는 불합리하다”고 말했다.

    이미 중국과 일본에서는 시간대별 합리적 요금부과와 소비자의 능동적 대처가 가능한 스마트미터 보급률이 약 70%, 50%에 달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보급을 시작한 지 8년이 지났지만 29% 수준이다. 이마저도 산업용과 일반용일 뿐 가정용 보급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석 연구위원은 “정부는 구태연한 누진제논란으로 더 이상 지체하지 말고 발전연료비 연동제 및 스마트미터 보급을 위한 특단의 조치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우리 정부가 전력산업을 단순히 물가안정, 제조업지원 등 정부 경제정책의 보조수단정도로 취급하는 것 또한 문제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석 연구위원은 “세계적으로 전력산업은 신재생에너지 및 다른 망산업과 융합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탈바꿈했다”며 “일본은 무려 40기가 넘는 원전이 정지해있고, 요란한 4차 산업혁명 구호도 없지만, 전력, 통신, 도시가스가 하나의 결합상품으로 통합되어 혁신이 본격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에 반면 “국내에서는 4차 산업혁명을 전기차, 자율주행차 등 협소하고 도식적인 연구개발사업 정도로 여길 뿐, 변화를 주도할 전력산업을 원전 가동기수나 따지는 구시대 논쟁에 가두고 있다”면서 “정부는 ‘규제개혁’을 외치면서 정작 박정희, 전두환시대의 전기요금통제나 칸막이식 독점전력시장을 유지하는 자신의 모습을 자성해볼 필요가 있다”고 비판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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