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미 무역전쟁②
패권국가 미국의 최후 공세
[기고] 한국경제의 영향과 무역전쟁의 역사적 의의
    2018년 08월 21일 12:3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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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세계 정치경제 등 국제정세의 흐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사건 중의 하나가 중미 간의 무역전쟁이다. 격화와 확전 양상을 보이던 양국의 경제 갈등이 최근 협상으로 전환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중미 무역전쟁은 경제 화약고의 성격을 띠고 있다. 이 중미 무역전쟁을 분석하는 ‘패권국가 미국의 최후 공세’라는 제목으로 장문의 기고 글을 김정호 씨가 보내왔다. 두 번 정도로 나눠도 제법 긴 분량이지만 더 나누지 않고 2회에 게재한다. 관심과 의견을 부탁한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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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0. 들어가며
1. 중미 무역전쟁 전면화의 필연성
2. 트럼프라는 ‘우연적 요소’
3. 누가 승자가 될 것인가?
4. 한국경제에 미칠 영향
5. 역사적 의의

중국 주식시장 모습 방송화면

앞 회의 글 ‘중미 무역전쟁①’ 링크

3. 누가 승자가 될 것인가?

…..

(1) 미국의 강점과 중국의 약점

미국의 강점은 무엇보다도 금융부문이라 할 수 있다. 미국이 지금처럼 무역문제를 가지고 전략적 경쟁국에 대한 공격무기로 사용할 경우, 그것은 통상 단독적인 것이 아닐 경우가 많다. 미국은 종종 그것을 금융적 수단과 결합시키는데, 현재 세계화폐인 달러의 발권국가이면서 국제금융질서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으로서는 이를 위한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현재 중국의 경제상황은 미국으로 하여금 이 같은 금융무기를 동원하기 위한 절호의 기회를 제공한다. 미국은 어쩌면 이것이 중국 궐기를 억제시킬 수 있는 최후의 ‘기회’라고 생각할 수 있다. 중국은 최근 몇 년 사이 주요 대도시를 중심으로 집값 폭등으로 인한 부동산 거품이 적지 않게 형성되어 있는 상황이다. 주택 구입을 위해 적지 않은 가구들이 가계부채를 떠안고 있으며, 중국의 금융부문 역시도 상당정도 취약성을 노정하고 있다.

우리는 2008년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미국의 부동산 거품으로부터 시작되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산업에 있어서는 그동안 과잉생산과 과도한 차입경영으로 인해 기업부채율이 위험 수준에 이른 기업들이 적지 않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 정부가 추진 중인 ‘부채의 주식 전환’ 정책은 아직 진행과정에 있는데, 이렇게 볼 때 금융부문은 현재 중국의 가장 큰 ‘아킬레스건이라 할 수 있다.

국제 금융자본에 의한 중국 금융부문에 대한 공격은 이미 2015년에 한 차례 실행된 적이 있다. 당시에 상하이 종합주가지수는 5000포인트에서 2000포인트 중반까지 수직 하락하면서 중국 주식시장의 공황을 야기하였다. 하루 종합지수 등락폭이 7~8%에 이르는 등 투자자들은 천당과 지옥을 번갈아 가며 큰 고통을 맛보아야만 하였다. 거기에는 자연스러운 경제현상이라고만 볼 수 없는 중미 간의 보이지 않는 치열한 금융전쟁이 존재하였다고 보인다. 2015년은 중국 주도의 아시아투자은행이 출범한 해이며, 이로부터 달러와 인민폐가 본격적인 경쟁에 들어갔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당시 중국 정부는 주식시장-외환시장을 연동시키며 공격해 들어오는 해외 금융투기세력에 대처하느라 적지 않은 외환보유고를 낭비하여야만 하였다.

지금이 당시와 다른 점이 있다면 바로 ‘무역전쟁’이라는 새로운 요소가 가미되었다는 사실이다. 이번에도 미국계가 주도하는 국제 투기자본에 의한 주식시장-외환시장 연동작전이 재현되고 있는 듯하며, 중국 주식시장은 양국 간 무역전이 발발한 이래 상하이지수가 3500포인트에서 2700포인트로 대략 20% 가량 하락하였다. 산술적 계산만으로는 미국의 보호무역관세로 인한 피해보다도 이 같은 주가하락으로 입은 투자자들의 손실이 훨씬 크다.

예컨대 위 주가하락에 따른 손실은 대략 7조5000억 위엔 (약 1조1500억불)인데, 이에 비해 미국이 중국산 500억불 수입품에 대해 25%관세를 부가한다 해도 그것은 모두 125억불에 불과하다. 여기에 트럼프 말대로 추가로 2000억불 상품에 대해 10% 관세를 추징한다 치면 200억불이 되는데, 양자를 합쳐보아야 총 325억불이다. 주가하락으로 인한 손실에 비한다면 비록 장부상이긴 하지만 둘 사이의 차이가 매우 큰 것임을 알 수 있다. 이는 달러패권 하에서 미국 금융무기의 살상력이 얼마나 강력한 것인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위안화 역시 애초 달러 대비하면 상당정도 하락하였다. 위안화는 작년도 최고 1달러=6.24위엔에서 최근 1달러=6.7위엔으로 단기간에 7.37% 하락하였다. 이 같은 위안화 절하에 대해 트럼프 정부나 국내언론 보도는 중국이 수출을 늘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하락을 방치하였다고 하지만, 이는 국제 투기세력의 주식-외환 시장 연동작전에 대한 총체적 시각이 부족한 때문에 생겨난 오해이다.

이들 투기세력이 양자를 연계시키는 방식은 이러하다. 미국 정부가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보호무역관세를 부과하면 해외 투기세력은 이에 발맞추어 중국의 무역수지 및 외환보유고에 대한 우려를 퍼뜨린다. 이것은 달러 강세와 위안화 약세의 근거가 되며, 이로부터 중국 내에서는 기존에 여러 경로로 들어와 있던 해외 투기자본과 중국의 일부 부유층 소유의 달러가 유출되는 사태가 발생한다. 이에 따라 국제 금융시장에선 다시 중국경제 전반에 대한 비관적 전망이 퍼지게 되며, 이 같은 외환시장의 불안은 곧 주식시장으로 파급된다. 아직까지 개미들이 주도하고 있는 중국 주식시장이 이로부터 급락하게 되고, 또 이 같은 금융시장 불안은 장차 부동산 분야로까지 파급되어 현재 잔뜩 거품이 끼여 있는 집값 폭락을 유도함으로써 중국경제를 걷잡을 수 없는 혼란으로 몰아갈 수 있는 잠재적 가능성을 갖고 있다.

물론 이상의 방식은 주로 외부로부터의 ‘심리적 압박’이 주요한 것이지만, 그러나 여기에다 미국 연준위가 다소 자국 경제의 하락을 감수하면서까지 고의적인 이자율 인상 정책을 견지한다면, 이는 단지 심리적 압박 이상의 효과를 낳을 수 있다. 대중국 억제전략을 지금 국가의 사활을 건 정책으로 간주하고 있는 워싱턴 주류의 입장에서 볼 때, 이 같은 전략의 채택은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다고 보여 진다. 이리하여 미국이 주도하는 전 세계적인 금리인상의 추세 속에서 중국 역시 강한 금리인상의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된다.

이와 관련해 얼마 전 퇴임한 미 연준위 의장 엘런은 실제로 미국 은행시스템의 위험 흡수능력 정도에 관한 테스트를 실시했다는 보도가 있다. 들리는 바에 따르면 앞으로 미 연준위의 금리인상으로 인해 미국 부동산가격이 35% 정도 하락하더라도, 미국 은행들은 이를 견뎌낼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전해진다. 문제는 중국인데, 그럴 경우 이미 높아질 대로 높아진 북경, 상해, 선전 등 일선 도시를 포함한 많은 대도시의 집값은 어떻게 될 것이며, 대출 받아 주택을 구입한 수많은 일반 주민들 및 대출을 준 은행과 같은 금융기관들은 어떻게 될지 중국 당국으로서는 심히 긴장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중국 정부 역시도 이미 수차례의 은행 등 금융기관에 대해 그 건전성 테스트를 실시하는 등 금융감독을 강화하고 있는 상황이기는 하다.

다음으로, 현재 얼마간 유리한 미국 내 경제상황도 미국에게 유리한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지금 미국 경제의 일정한 회복세는 트럼프 정부가 중국과의 전면적인 ‘무역전쟁’을 시작하기 위한 좋은 조건을 제공해준다. 어느 정도 일자리 문제가 해결되고 있는 조건에서 (현재 공식실업률이 3.9%대로 내려갔다는 보도가 있으며, 이는 미국으로선 ‘완전고용’ 수준에 해당된다), 인플레 위험을 막기 위한 명분으로 ‘금리인상’을 통한 긴축조치를 단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미국 경제의 이 같은 경제회복세가 얼마만큼 강고하느냐가 이번 중미 무역전의 승패를 가름하는데 있어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2015년 중국에 대한 1차 금융공격 때까지만 하더라도, 미국경제는 비록 2008년 금융위기에서 초기적인 회복세를 보이기는 하였지만 그러나 그 강도는 미약하였다. 그 때문에 당시의 이자율 인상에 대한 명분은 지금 보다 약했으며, 그리하여 주요하게는 금융위기를 극복키 위해 그간 화폐를 너무 많이 풀었던 양화정책에 대한 수정에 발맞추어 질 수밖에 없었다. 그에 비한다면 지금은 그때보다 훨씬 경기회복세가 뚜렷하며, 이로부터 이자율의 어느 정도 지속적인 인상을 위한 조건 역시 실제 갖추어졌다고 할 수 있다.

(2) 미국의 약점과 중국의 강점

미국이 이상의 강점을 지니고 있지만 그 약점 또한 두드러진다.

우선 미국은 금번 무역전의 명분이 매우 취약하며, 내부적으로는 분열되어 있다. 앞서도 지적했듯이, 미국은 그간 지구경제의 일체화를 선도하며 각국의 개방과 자유무역을 고취해 왔다. 그런 미국이 갑자기 다시 보호무역주의로 돌아선다고 하는 것은, 이미 상당 정도 진행된 지구화의 추세에 역행할 뿐더러 누가 보더라도 명분이 서지 않는다.

이 같은 명분의 취약함은 세계 각국의 반감을 살뿐만 아니라, 자국 내에서도 각계각층의 이해를 달리하는 집단 간의 단합을 어렵게 만든다. 중국은 이를 겨냥해 트럼프의 표밭을 효과적으로 공략하는 정책으로 미국 정부에 대한 민심 이반을 꾀하고 있다. 며칠 전 미국 무역대표부가 중미 무역전의 두 번째 조치로 8월 23일부터 미국에 수출하는 160억 달러 중국 제품에 대해 25%의 관세를 추징한다고 공표하자, 트럼프 정부는 즉각 미국 관련 업계의 반대에 부딪쳤다. 미국 반도체업종협회는 이 같은 조처가 “중국이 아니라 장차 미국 마이크로칩 제조상을 손상케 할 것”이라는 반대 의사를 강력히 밝혔으며, 원래 트럼프의 표밭인 미국 농민들도 시간이 갈수록 이반되고 있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많은 농민들은 “배반당했다”고 느끼면서, 미국 대두(大豆)협회 트위터에는 거의 매일 같이 무역전에 반대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고 전한다. (환구시보,8월 8일자)

미국에게 있어 가장 강력한 무기라고 할 수 있는 금융수단 역시 위력적이긴 하지만 중국에게 있어선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중국의 주식과 외환시장은 기본적으로 상당부분 통제된 시장이며, 이 때문에 국제 투기자본의 활동력은 매우 제한을 받게 된다. 비록 ‘후강통’(沪港通)과 ‘선강통’(深港通)이 실시된 이후 외국자본의 중국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의 길은 대폭 확대되었지만, 그러나 이것은 여전히 홍콩을 통한 투자의 길을 열어 준 것일 뿐이고, 아직 그 전체 투자 규모 역시 중국 정부와 홍콩 당국의 협의 하에 결정된다. 따라서 지금까지 외국인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중국 전체 주식시장의 5% 안팎에 불과하며, 그 영향력 역시 미미한 편이다. (참고로 ‘후강통’은 2014년 11월에, ‘선강통’은 2016년 12월에 각각 실시되었다.)

중국 금융당국은 2015년 ‘주식시장 재난’을 겪은 후 그 원인으로 지목된 ‘그림자 금융’(影子银行, 은행관리감독시스템을 벗어나 이루어지는 음성적인 신용중계 시스템을 지칭함)에 대해서도 상당한 정리를 해왔다. 이 때문에 지금은 지나친 레버리지나 단기 자금을 빌려 주식투자를 할 수 있는 루트가 상당부분 차단된 상태이다. 또 최근 중국 정부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현재 중국 기업들의 부채수준은 50% 중반(54%~57%) 수준에 있는데, 주요 선진국들에 비해 다소 높기는 하지만 높은 위험수위는 아니라고 보인다. 가계부채 역시 그러하며, 지금까지 주택자금대출로 인한 은행의 부실대출 발생률은 매우 낮은 편이다. 전체적으로 볼 때, 중국에서 1997년에 한국에서 발생했던 것과 같은 금융시스템의 총체적 부실이 발생할 가능성은 현재로선 매우 낮다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취약점에 비해, 중국은 이번 미국과의 무역전쟁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끌 수 있는 많은 강점을 지니고 있다. 우선 중국은 중국공산당의 지도하에 14억 인민의 내부적 단결 정도가 상당히 높은 편이며, 국유기업의 경제 전반에 대한 주도력이 확고하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금번 무역전쟁이 미국이 먼저 무리하게 일으킨 만큼 명분 또한 중국에 있다. 이로부터 중국 인민들은 미국과의 무역전으로 인한 일상생활의 불편을 참아낼 수 있는 마음의 준비가 어느 정도 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경제구조에 있어 이미 초기의 수출주도형에서 국내 소비주도형으로의 전환을 상당정도 이룩하고 있는 지금, 무역에 종사하는 일부 기업들이 미국의 보호관세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다 할지라도 그 파장은 전체적으로는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오히려 중국 내 지배적인 여론은, 금번 미국과의 무역전이 중국궐기를 향해 나아가는데 있어 ‘마지막 고비’라는 분위기가 팽배한 듯하다.

중국 네티즌들 사이에는 심지어는 이번 중미 무역전쟁을 항미원조(抗美援朝, 6·25전쟁을 일컫음) 때의 ‘상감령 전투’에 비유하기도 한다. 이 전투는 한국에선 ‘금화지구 전투’로 더 잘 알려져 있는데, 1952년 10월 14일부터 11월 25일까지 전개되었다. 그 치열함은 당시 주요 전투가 벌어졌던 고지들을 집중포화로 인해 3미터씩 낮추어 놓았을 정도라고 한다. 이는 사실상 미국과 유엔군의 마지막 공세라고 할 수 있으며, 이 전투에서의 실패로 미국은 최종적으로 지금의 휴전선을 경계로 한 휴전협정에 동의하게 된다.

무엇보다도 중국의 강점은 무한한 잠재력을 지닌 거대한 시장규모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의 시장규모는 이미 지난 해 미국과 비슷한 수준이 되었으며, 중국이 계속적으로 6%대 이상의 경제성장을 이루고 있고 또 아직 전체적으로 인민들의 생활수준이 1인당 GDP 8000달러로 갓 중산층 단계에 진입한 상황임을 감안할 때,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미국시장을 앞지르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보인다. 일단 중국의 시장규모가 미국을 초월하게 되면 이후에는 양자 간의 격차가 시간이 갈수록 더욱 벌어질 것인데, 미국이 다시 그것을 역전시킬 가능성은 점점 더 희박하게 된다. 미국의 세계적인 다국적기업들은 이미 이 같은 중국시장에 자신이 벌어들인 이윤의 많은 부분을 의존하고 있다.

다음 자동차시장의 사례는 그 점을 잘 보여준다. 중국은 이미 9년째 연속 세계 제1위의 자동차시장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데, 미국이 2016년 모두 1700여 만 대의 자동차를 판매하였던데 반해 (이는 미국 역대 최고이다), 중국은 같은 해 승용차만 2400여 만 대를 판매하였다. 그 중 미국산 자동차의 1/5이 중국에서 팔렸고, GM 및 그 중국합자회사는 2017년 중국에서 400만 대를 팔았다. 물론 다른 서구 자본들 역시 중국시장에 크게 의존하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예컨대 독일의 자동차 대기업들은 중국시장에 30% 이상의 판매량을 의존하며, 그중 폭스바겐은 40% 이상이다.

중국은 또 확고하게 스마트폰 시장의 세계1위 자리를 굳히고 있으며, 더욱이 의복·전자·비지니스·여행 그리고 농산물 등의 최대 시장이기도 하다. 중국의 대두(大豆) 수입량은 그 전체 국제무역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이 때문에 중국의 보복관세는 미국 대두 농가에 있어선 매우 뼈아픈 것일 수밖에 없다. 과거 10년 간 미국의 전 세계에 대한 수출성장률이 4%이었음에 반해 중국에 대해선 11%나 되었던 것은, 미국경제가 최근 들어 빠르게 중국경제에 대한 의존도를 높여왔음을 보여주는 사례라 하겠다.

끝으로 중국이 현재 실행 중인 산업구조조정이 순조롭게 추진되고 있는 상황 역시 금번 무역전쟁의 결과와 관련하여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중국은 몇 년 전부터 산업구조조정을 통한 고도화 작업을 꾸준히 진행 중에 있는데, 이 때문에 외부에서 보는 것과는 달리 이미 경제의 내실이 상당히 다져져 있는 상태이다. 그리고 이 같은 대내외적으로 한 단계 상승된 개혁개방의 효과는 점차 경제지표를 통해 가시화되고 있다. 예컨대 그 같은 산업구조조정을 통해 기존의 낡은 장치산업, 고 오염업종, 과잉생산 부분의 성장이 억제되는 대신, 새롭게 신에너지, 산업로봇, 인공지능 등 제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부문의 성장이 꾸준히 이루어지고 그 비중 또한 확대되고 있는 것이 눈에 띤다.

실례를 들어 보면, 얼마 전 7월 18일 중국 통계국이 발표한 경제지표에 따르면 상반기 전국 규모 이상 공업부문 부가가치생산은 전년 동기대비 6.7% 성장하였다. 이는 1사분기에 비해 0.1% 성장속도가 떨어진 것을 의미하지만, 지난해 전체에 비해서는 0.1% 빨라졌다. 그중 전략적 신흥산업, 하이테크산업, 장비제조업의 증가속도가 비교적 빠르며, 이들은 모두 전체 공업생산에 있어 차지하는 비중이 상승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각각의 내용을 보면, 상반기 하이테크산업 부가가치생산은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11.6% 증가함으로써 평균 공업증가율보다 4.9%가 높았다. 이에 따라 그것이 전체 규모이상 공업부문 부가가치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3.0%로 1사분기보다 0.3% 증가하였다. 장비제조업은 9.2%성장하였으며, 전체 비중에 있어 32.5%를 차지함으로써 1사분기보다 0.3%가 제고되었다. 전략적 신흥산업은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8.7% 성장하였는데, 그 비중은 18.3%로서 1사분기보다 0.6% 높아졌다. 이들 세 부문이 전체 공업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모두 합치면 63.8%나 된다.(13+32.5+18.3=63.8%)

이 같은 중국경제의 산업구조 고도화 추세는 높은 기술함유량과 비교적 높은 부가가치를 지닌 공업제품의 생산량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것에서도 확인된다. 상반기에 신에너지 자동차, 지능형TV, 공업로봇, 리튬이온전지, 반도체, 태양에너지전지 등은 각각 같은 기간에 비해 88.1%, 16.9%, 23.9%, 10.7%, 15.0%, 8.6% 성장하였다.

중국경제가 지금 무역전쟁이나 산업구조조정으로 인해 얼마간 경제하강 압력을 받고 있는 가운데서도, 중국 정부가 이전과는 달리 부동산 억제에 대한 해금조치를 내놓지 않고 자기 페이스를 유지하고 있는 것만 보아도 현재 중국 경제는 매우 정상적인 상황에서 비교적 순조롭게 구조조정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미 연준

(3) 종합적인 전력 판단

금번의 무역전쟁은 미국이 대체로 전강후약(前强后弱)의 모습을 보이는 반면, 중국은 상대적으로 전약후강(前弱后强)의 양상을 띨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조응하는 미국의 전략은 속전속결을 표방하는 ‘전격전’이며, 미국은 내부 단합의 취약성 때문에 지금과 같은 수준의 전면전을 오래 끌 수는 없는 형편이다. 당연히 중국은 이에 맞서 ‘지구전’ 전략을 통해 미국의 전략을 무력화시키려 할 것이다.

이 싸움은 결국 중국의 의도대로 갈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필자는 중국이 사실상의 승리자가 되리라고 판단한다. 비록 미국이 금융부문에서 앞서가고 있다고는 하나, 그렇다고 해서 중국을 단기간에 굴복시킬 수 있을 만큼 중국의 이 방면에 있어서의 수비가 허약한 것은 아니다. 중국의 튼튼한 제조업 위주의 경제구조와 아직 덜 개방되고 국가의 강한 통제 하에 놓여 있는 금융시장은 국제 투기자본의 활동을 크게 제약시킨다. 그들은 지금으로써는 주로 해외시장을 통해 간접적이고 ‘심리적’인 방식으로만 영향을 미칠 수 있을 뿐이다.

미 연준위의 금리인상 전략에도 한계가 있다. 현재의 취약한 경제성장 기조와 미국의 천문학적인 국채 규모는, 만약 미연준위가 무리하게 금리인상을 추진할 경우 먼저 미국 자신을 압박하고 쓰러트리게 만들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이 경제전문가를 대상으로 실시한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 경제는 올해 3% 성장률을 달성한 뒤 하락세로 접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2019년에는 그럭저럭 2.4%의 성장을 유지한 후, 2020년에는 1.8%로 하락할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미국경제의 체질이 그 만큼 많이 쇠약해져 있다고 할 수 있는데, 결국 미국이 단기간에 승패를 결정지으려는 전격전은 먹혀 들어가지 않을 것이며, 트럼프는 얼마 지나지 않아 국내 지지층의 분열과 불만으로 인해 손을 들지 않을 수가 없다. 물론 이 경우 트럼프는 최소한의 체면을 살리려 할 것이다. 중국 역시 적절한 타협과 현상의 유지가 목표이기 때문에, 트럼프를 막다른 궁지에 몰면서 완벽한 승리를 추구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약간의 위안화절상(무역전쟁 본격화 이전의 1달러=6.2위엔을 넘지 않는 선)이나 이전에 합의했던 중국의 미국산 제품에 대한 구매확대 조치 등을 이행하는 정도로 충분하다고 판단할 것이다.

특히 이글 앞부분에서 중미 간 무역전쟁의 필연성을 논할 때 언급하였던 무역전을 추진하는 미국 내 주체의 이질성은 미국의 실패를 재촉할 수 있는 요인임에 주의를 요한다. 장기적 목표인 ‘대중국 억제’와 단기적 목표인 중간선거 및 연임 목표 간의 충돌, 공화당과 민주당의 정쟁, 트럼프와 워싱턴 정통보수세력 상호 간의 이질감, 계층 간 갈등 등 상대방의 실패를 바라는 미국 내 심각한 사회적 분열은 대중국 무역전이 실패로 끝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중요한 요인이다. (이 때문에 미국은 자신의 채 1/10의 역량도 발휘하지 못할 것이다!) 물론 미국의 실패의 근본적 원인은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정책이 지구화시대의 ‘경제일체화’에 역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은 무리하게도 자신의 현재의 패권적 힘으로 그것을 돌파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 같은 오만함이 결국 미국의 패권국가로서의 몰락을 재촉하게 될 것이다.

미국이 지금처럼 전 세계를 상대로 하다시피 하는 무역전쟁은 오래 갈 수 없으며, 또 중국과의 전면적인 무역전 역시도 오래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것은 전체 승부와는 상관없는 국지적 전투의 지속 가능성까지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

4. 한국경제에 미칠 영향

이 문제에 답하기 위해선 먼저 미국이 왜 지금처럼 자신의 동맹국으로까지 무역전을 확대할 수밖에 없는가라는 문제부터 답하여야 한다. 현재 미국은 거의 전 세계를 상대로 혼자서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형국인데, 여기에는 전략적 숙적인 중국뿐만 아니라, 전통적인 동맹국이라 할 수 있는 유럽연합과 일본, 그리고 멕시코·케나다 및 한국을 포함하고 있다. 그야말로 적과 우군을 가리지 않는 무차별적인 무역전을 수행하고 있는 중인데, 그렇다면 미국으로서는 중국 하나만 가지고서도 벅찰 것 같은데 왜 이렇듯 동맹국까지도 적으로 돌리면서 무리하고 심지어는 ‘가망 없는’ 싸움을 벌이려는 것일까?

앞서 필자는 재정적자 누적으로부터 비롯된 세수부족과 산업공동화에 따른 일자리 창출의 필요성 등이 이번 무역전쟁의 직접적인 원인임을 지목하였다. 이는 필연적으로 중국 외의 다른 ‘희생양’을 필요로 하게 되며, 그것은 다음 두 가지 이유 때문에 그러하다.

첫째, 중국의 완강한 저항 때문인데, 중국 정부는 처음부터 “받은 만큼 돌려주겠다.”며 맞대응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이 같은 중국을 상대로 미국은 힘겨운 싸움을 하는 중이기에, 이로부터 당장 많은 성과물을 기대할 수는 없는 형편이다.

둘째, 실제 미국의 무역적자는 서구 및 다른 동맹국으로부터 발생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 예컨대 철강의 경우, 중국은 대미 흑자국가 순위에서 5위 밖으로 밀려나 있으며, 캐나다와 멕시코 같은 국가가 사실상 수위를 차지한다. 자동차의 경우 일본과 독일 그리고 한국이 최대의 대미 흑자국가이다. 이들은 모두 미국의 전통적인 동맹국들로서 이 때문에 중국에 모든 책임을 전가할 수는 없는 형편이다. 그럼에도 미국으로서는 세수보완과 국내 일자리 보호라는 목표를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달성해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이들 동맹국들에 대한 일정한 희생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 이로부터 이들과의 무역마찰이 불가피해지게 된다.

결국 미국이 자력만으로는 자국 경쟁력의 회복과 일자리 창출을 할 수 없게 된 상태에서, 패권국가의 지위를 활용해서 중국만이 아닌 전 세계에 자신의 부담을 전가시키는 일은 불가피할 수밖에 없게 된다. 특히 중국이 호락호락하지 않은 상태에서 미국이 다른 동맹국들에게 요구하는 이러한 ‘부담액’은 반대급부로 커지게 된다.

그러나 그렇게 하는 것은 미국이 상대해야 할 적을 한꺼번에 너무 많이 만드는 셈이 된다. 미국이 일으킨 금번 무역전쟁이 실패할 수밖에 없는 또 다른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미국은 다른 동맹국들이 자신의 사정을 이해하고 고분고분 따라주길 바라지만, 그러나 다들 “제 코가 석 자”인 마당에 그런 여유를 가진 나라는 없다. 그러기에 미국이 지금처럼 전 세계를 상대로 하다시피 하는 전면적인 무역전쟁은 오래 갈 수가 없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국지적이고 보이지 않는 음성적 전투가 비교적 오래 갈 가능성까지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미국의 재정적자와 산업공동화로 인한 실업과 빈곤 등 내부 갈등의 심각성은, 미국으로선 지금 반드시 무언가의 돌파구를 마련하지 않으면 안 되는 절박한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트럼프 개인의 입장에선 앞으로 중요한 중간 선거를 앞두고 있으며 차기 재임을 노리는 상태이기에, 기왕에 시작한 무역전을 아무런 성과 없이 오히려 동맹국과의 균열과 반목, 국내 물가인상 등의 상처만을 남긴 채로 끝낼 수는 없는 상황이다.

이 같은 사정 때문에 중간 선거 이후 비록 트럼프 정부가 전면전에서는 한발 물러선다 할지라도, 개별 대상을 상대로 특정 분야에 집중한 지속적인 무역 분쟁을 계속할 가능성은 다분히 존재한다. 즉, 미국의 ‘실리 챙기기’ 작업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것인데, 그 주요한 대상은 대미 흑자국가 중 약소국가가 될 것이다. 한국이 바로 그 같은 케이스에 속한다.

이렇게 볼 때 중미 무역전쟁은 당연히 한국에게 있어선 큰 부정적 요인이 된다. 미국이 대중국 압박을 의식하고 수행하는 또는 국내적 요인 (예컨대 재정적자에 따른 국채물량 증가)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수행하는 장기적인 이자율 인상 정책과, 대미 흑자국가 중 약소국가에 그 부담을 전가시키려는 정책 등이 한국경제로서는 큰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로 인해 가뜩이나 안 좋은 우리 경제는 더욱 큰 타격을 받을 것이 예상되며, 한발 더 나아가 그동안 시간폭탄으로만 간주되어 왔던 가계부채가 실제로 대폭발하는 것과 같은 총체적 사회위기가 현실화될 수 있다.

문재인 정부는 현재 경제문제에 대한 별다른 대책이 없는 실정이다. 그들의 낡은 신케인스주의에 입각한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매우 비현실적이며, 금번 ‘최저임금제’ 실시 과정에서 볼 수 있듯 거의 만신창이가 되면서 예견된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다른 대안으로 제시된 ‘혁신경제’ 역시도 전혀 전문성과 깊이가 없어 보이며 힘이 실려 있지 못하다.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장하성 청와대정책실장 간의 불화 소식이 전해지는 것에서 보듯이 현 경제팀 내부도 손발이 맞지 않으며, 이제 와서 새롭게 제4차 산업혁명 관련한 정책을 내놓는 것은 늦어도 한참 늦었다고 할 수 있다. 그것은 결코 몇 년 뚝딱 작업해서 나올 성과는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에서 가장 필요한 재벌개혁은 거의 손도 못되고 있는 상황이다. 6/13 선거 직후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선거승리의 여세를 몰아 재벌개혁을 본격 실시하겠다는 의지를 잠시 표명한 적이 있다.(조선일보, ‘대기업 비핵심 계열사 안 팔면 제재’, 6/15자) 그러나 이미 본인이 레디앙에 기재한 글에서 분석한 대로, 한국은 2009년 출자총액제한제도를 정식 포기한 후 지주회사제도로 재벌개혁의 중점을 전환하였다. 지금 문재인 정부의 재벌개혁이란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으며, 근본적으로 재벌해체 목표를 포기한 채 그것의 존속을 전제로 한 타협책을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재벌체제가 존속하는 한 비정규직 문제를 비롯하여 혁신경제의 수립과 같은 한국사회의 핵심 문제들은 결코 해결될 수가 없다.

이렇듯 많은 난제들이 산적한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가 그나마 기댈 수 있는 것은 앞으로 남북관계의 해빙이 가져오게 될 남북경협과 ‘북방정책’일 것이다. 북미관계에서 본다면, 확실히 중국 및 세계를 상대로 한 무역전쟁으로 인해 미국의 힘이 약화될수록 미국은 북핵 문제와 같은 분야에서 강경입장을 취하기가 어렵게 된다. 이 때문에 북한과 한반도 정세에는 다소간 유리한 상황이 펼쳐질 수 있으며, 이는 남북관계의 진전에 유리하다고 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는 이 때문에 대중들에게 남북관계의 진전을 바라보면서 ‘좀 더 참고’ 기다리라고 호소할 것이다. 그러나 이는 지금 당장 현금화 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며, 남한 노동자나 서민가정에 ‘직업’과 ‘소득’을 가져다 줄 수 있는 만능의 해결책도 아니다. 지금 우리가 목격하듯이 앞으로 북미간의 결코 짧지 않은 협상과정에서의 여러 가지 우여곡절이 가로놓여 있다. 비록 북한은 ‘경제건설 우선’으로의 노선 전환을 한 것이 확실해 보이지만, 그러나 북미회담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못한다면 남북경협 역시 제대로 될 리가 만무하다. 또 북한의 배후에는 중국이 있다. 북한은 만약 한국 혹은 미국과의 관계가 제대로 풀리지 않더라도, 중국의 투자와 원조를 통해 앞으로 경제문제를 충분히 풀어갈 수가 있다. 그러나 한국경제는 현재 시간이 촉박한 상황이다.

5. 역사적 의의

필자는 이전 레디앙의 글에서 현재 우리는 국제정세의 역관계가 크게 변화하는 시점에 서 있음을 지적한 바 있다. 냉전 종식 후 국제 역관계의 흐름을 보자면, 먼저 미국을 대표로 하는 서구 국가들이 지구화를 주도하던 유일패권시기(1990년대 초~2003년)와 이라크전쟁과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미국의 단일패권이 약화되고 다극화세력과 상대적 대치를 형성하는 시기(2004~2016년)를 경과해왔는데, 2017년 트럼프 정권의 등장은 이 같은 대치국면이 다시 새로운 단계로 접어드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즉 트럼프 시기는 미국으로 대표되는 현대 패권국가와 서구사회 중심으로부터 중국을 포함한 개발도상국 진영으로 ‘지구화를 주도하는 세력 간의 본격적인 주도권 교체’가 이루어짐과 함께, 다극화가 결정적으로 진행되는 시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레디앙,[국제정세에 관한 연재를 마치며] 참조)

최근의 중미 간의 전면적인 무역전쟁은 이 같은 필자의 예측이 정확함을 보여주게 될 것이다. 미국이 명색이 패권국가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약소 동맹국들에게 보호무역의 방망이를 휘두르면서 노골적으로 자기 ‘실속 챙기기’를 하는 것은 사실상 미국의 패권적 지위가 급속한 상실과정에 들어섰음을 뜻한다. 도덕과 명분상으로 전 세계적 리더십을 발휘하기보다 자기 자신의 이득만을 챙기는 국가는 결코 세계질서를 주도할 수가 없다. 그것은 스스로를 보통의 강대국으로 한 단계 격을 낮추는 과정에 다름 아니다. 이 측면에서 중국과 비교 될 수밖에 없는데, 중국은 미국과의 무역전쟁이 한창인 순간에도 계속해서 ‘개방정책’을 견지하면서 일대일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또 자유무역의 옹호와 WTO를 포함한 다자간 국제질서를 수호할 것임을 누차 공개적으로 천명한 바 있다. 사실 후자는 원래 미국과 서구 주도로 수립된 것이었다.

다음으로, 주동적으로 무역전의 촉발을 통해 미국은 자기 스스로 구축한 국제질서를 부정하는 행동을 취함으로써 실제로 그 지도적 지위를 상실하는 중이다. 이 같은 미국의 법도에 어긋난 패권적 행위에 대항하여 다른 국가와 경제 집단들의 독자적 활동이 강화됨으로써, 미국의 영향력 약화가 가속화 되고 있으며 그 고립이 촉진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유럽연합과 일본의 경제동반자관계협정(EPA), 중국이 주도하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ECP) 협상의 가속화 등이 그것이다. 이 같은 미국을 배제한 경제집단들이 속속 출현하게 된다면, 결국 미국 힘의 근간인 달러패권의 급격한 약화와 동맹체계의 붕괴 역시 명약관화한 일이다.

얼마 전 헬싱키에서 있었던 트럼프와 푸친 간의 미러 정상회담은 많은 국제 여론의 추측을 낳았는데, 앞으로 국제질서의 향방과 관련하여 우리가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재 유행하는 분석은 트럼프가 미국 정가의 핵심 정책브레인의 한 사람인 키신저의 제안에 따라 러시아와 연합하여 중국에 대항하는 전략을 추구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는 일종의 ‘세력균형’ 전략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일찍이 1970년대 초 닉슨 정부 시절 미국이 월남전 패배의 후유증과 당시 자본주의진영을 덮쳤던 경제위기로 인해 잠시 힘이 쇠퇴하였을 때 채택하였던 전략이다.

그러나 미국은 1980년대 레이건 정부를 거치면서 점차 힘을 회복하였으며, 소련과 동구권의 붕괴와 함께 정보기술혁명을 선도했던 미국은 1990년대 후반 들어 클린턴 정부 때에 ‘유일패권’ 전략을 자신의 공식적인 외교 전략으로 채택하였다. 따라서 지금 만약 트럼프 정부가 다시 키신저의 구상을 받아들이게 된다면, 그것은 곧 그간의 대외전략에 대한 중대한 수정이 될 것이다. 그의 세력균형 전략을 실행할 경우, 먼저 미·중·러 삼국이 현 국제질서를 받드는 기본축임을 인정하여야 한다. 그리고 자신을 그 한 축으로 낮춘 가운데 다른 동등한 파트너와의 연합을 통해 다른 한 쪽을 제압한다는 전제를 받아들여야 한다.

이 같은 이유 때문에 워싱턴의 정통 보수엘리트들은 트럼프의 전략수정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으며, 미국이 러시아와 가까워지는 것을 백방으로 저지하려 한다. 그들의 입장에선 그것은 너무 일찍, 그리고 너무 쉽게 어렵사리 획득한 패권적 지위를 포기하는 것이기에 결코 받아들일 수가 없는 것이다. 그들은 여전히 유일 패권국가로서의 미국에 대해 강한 자부심을 갖고 있으며, 이런 의미에서 트럼프는 너무 앞서간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 당장은 현실화하기 어렵다고 할지라도, 미국 대통령이 이 같은 전략을 고려한다는 사실 자체는 현재 미국의 쇠락이 어느 정도인가를 잘 말해주며, 이번 중미 간의 무역전쟁은 또 그것이 현실화되는 계기로 작용될 것으로 보인다.

필자소개
과거 구로공단에서 노동운동을 했으며 사노맹 사건으로 3년간 감옥 생활을 했다. 2001년부터 2017년까지 중국 사회를 연구할 목적으로 16년간 중국 유학생활을 보냈다. 중국인민대학과 상해재경대학에서 각각 금융(학사)과 재정(석사)을 전공했고 최종적으로 북경대 맑스주의학원에서 레닌의 정치신문사상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17년 8월 귀국하여 울산에 정착해 현재 울산 평등사회노동교육원에서 교육강사로 새로운 생활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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