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민주주의 아시아 평화 위해 개헌 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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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05월 07일 11:0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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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의 우경화와 군사대국화가 최근 들어 평화헌법(특히 헌법 9조)의 개악을 향해 치닫고 있다. 이는 향후 동북아시아 평화에 새로운 불안요소로 작용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국사회에서는 일본의 우경화와 군사대국화의 구체적 양상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고 특히, 평화헌법의 내용과 그 의미에 대해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다. 또한 일본 내 사민당, 공산당 등의 진보정당과 오에 겐자부로 등 9인의 저명인이 발기인으로 설립한 범정파적 호헌조직인 ‘헌법9조회’ 등 호헌평화세력의 움직임에 대해서는 한국의 언론도 거의 보도하지 않고 있다.

    지난 3일은 일본의 평화헌법 공포 60주년이었다. 일본의 호헌평화세력들은 이날 헌법대회를 열고 평화헌법 수호의 목소리를 높였다. 헌법대회 참가를 위해 일본에 간 이준규 평화네트워크 정책실장은 후쿠시마 미즈호 사민당 당수, 오가타 야스오 공산당 국제국장(참의원 의원) 등을 만나 일본의 평화헌법 개정 저지운동의 현황을 듣고 <레디앙>에 인터뷰 기사를 보내왔다.

    이 인터뷰가 일본 내 헌법 개정 반대운동이 갖는 한일관계 및 동북아시아 차원의 의미를 재조명하고 일본의 우경화와 군사대국화를 저지하기 위한 한일연대의 맥락을 찾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 편집자 주

     후쿠시마 미즈호(福島みずほ)

    도쿄대학 법학과를 졸업하고, 사법시험에 합격해 변호사가 되었다. 변호사 시절에는 여성문제, 재일 코리안과 외국인 차별 문제, 종군위안부 문제 등에 관여하고, TV에도 자주 출연해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렸다. 1997년 처음으로 참의원 의원에 당선된 후, 2003년 11월 도이 다카코 전 당수의 뒤를 이어 사민당 당수로 취임했다.

    전후 일본의 평화주의와 민주주의를 지탱해왔던 것이 평화헌법이라면, 교육현장에서 그 역할을 해왔던 것이 ‘교육기본법’이다. 그래서 교육기본법은 ‘교육의 평화헌법’이라고 불리고 있다. 특히 일본의 교육기본법은 ‘개인의 존엄’을 강조한 교육법의 모범으로 여겨져 왔다.

    교육기본법과 헌법개악은 ‘우경화의 축’

    그러나 일본의 교육기본법이 위기에 처해 있다. 자민당이 교육기본법에 애국심과 관련된 내용이 핵심인 개정안을 결정한 것이다. 개정안은 “우리나라와 향토를 사랑하는 태도를 배양한다”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이것은 연립정권의 파트너인 공명당이 애국심이라는 단어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내용은 ‘애국심’을 담은 것이다.

    일본 내에서는 반발이 크게 일고 있다. 교육현장에서는 히노마루, 기미가요 관련 국기(國旗)국가(國歌)법 제정 이후 교육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히노마루, 기미가요 ‘강요’가 더욱 강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일교조(일본교직원노조)는 “자민당의 교육기본법 개정안은 전전의 군국주의 교육으로 회귀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공모죄’(共謀罪) 제정 움직임도 가속화되고 있다. 공모죄는 600여개의 형벌 조항을 새롭게 규정하고, 그 조항에 해당되는 경우에는 실행을 하지 않았더라도 ‘공모를 한 혐의’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후쿠시마 미즈호(참의원 의원) 사민당 당수는 공모죄 신설에 대해 ‘대규모 감시사회’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일본판 국보법 ‘공모죄’ 신설

    또한, “전전(戰前) 일본 치안유지법의 부활”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의 국가보안법도 일본의 ‘치안유지법’을 벤치마킹 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문제점도 내용도 흡사한 부분이 많다.

    교육기본법의 개악과 공모죄 신설 등의 움직임은, 평화헌법 개악으로 치닫고 있는 일본 보수우경화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명확하게 보여 주는 것이다. 일본의 ‘전후 민주주의’는 사상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와 같은 교육기본법 개정, 공모죄 신설 등 최근 일본의 정치사회적 쟁점에 대해 사민당의 후쿠시마 미즈호 당수(참의원 의원)에게 들어 보았다.

    인터뷰는 지난 5월1일 일본 참의원 의원회관에 있는 후쿠시마 미즈호 의원의 사무실에서 약 1시간에 걸쳐 이뤄졌다.

    -지난 4월28일 자민당이 교육기본법 개정안을 결정했다. 자민당의 교육기본법 개정안에 대한 사민당의 입장은?

    교육은 국가를 위한 것이 아니라 아이들을 위한 것

       
     
    ▲후쿠시마 미즈호 일본 사민당 당수

    =사민당은 자민당의 교육기본법 개정안에 반대하고 있다. 오히려 지금의 교육기본법을 살려가야 한다. 아이를 위한 교육이 국가를 위한 교육으로, 즉 교육의 이념이 근본적으로 바뀌어 버리기 때문이다.

    ‘국가를 사랑하는 태도’라는 내용이 교육기본법 개정안에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 국가를 사랑하는 태도라는 것이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너무도 불명확하다. 나도 가족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일본의 자연과 풍경도 좋아한다. 그렇지만, 이라크 전쟁에 찬성하는 것이 애국심인가, 아니면 반대하는 것이 애국심인가.

    일본은 60여년 전에 전쟁에 반대하는 것만으로도 ‘비국민’(非國民) 대우를 당해야 했던 시대가 있었다. 히노마루, 기미가요 관련 국기국가법이 제정된 이후 히노마루 게양, 기미가요 제창을 강요하는 일이 교육현장에서 벌어졌다. 따라서 이런 상황이 더 악화되는 것이 아닌가 , 교과서의 내용도 바꿔 버리려고 하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있다.

    -자민당의 목표는 다음 달까지 교육기본법 개정안을 국회에서 통과시키겠다는 것이다. 고이즈미 수상은 ‘미군기지 재편 관련 법’의 상정을 미루면서까지 교육기본법 개정안에 대해 집착하고 있는데. 국회통과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국회의 회기가 6월18일까지다. 그렇기 때문에, 회기를 연장할 것인가가 중요한 쟁점이 되고 있다. 만약 회기를 연장하고, 자민당과 공명당이 급하게 서두른다면 6월안에 국회통과도 가능하다. 따라서 우리들은 회기를 연장하지 말 것을 주장하고 있다.

    또한 다른 한편에서는 개정안을 저지하기 위한 노력도 동시에 하고 있다. 교육기본법 개정의 문제점과 위험성이 국민들에게 많이 알려져 있지 않는 부분이 있다. 국민들에게 문제점을 알려 나가는 캠페인도 더 확대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한국에서는 애국심 강조 교육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는데”

    -한국에서는 애국심을 강조하는 교육은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고 있다. 그러한 교육은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일본에서 ‘애국심’이라는 말 자체가 정치적 쟁점이 되고 있는 것 자체가 부럽기도 하다. 한국에서는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에 대해 ‘비국민’ 취급을 하기도 한다.

    =나라마다 다를 수도 있다. 그러나 무엇이 애국심인가라는 것은 너무도 어려운 문제다. 앞서 언급한 이라크전쟁에 대한 찬반의 문제가 좋은 예다. 또한 이른바 ‘애국심’이 없다는 것만으로 사람들을 ‘비국민’ 취급하고, 비난하는 사회는 위험한 사회이다. 100명의 사람이 있으면, 애국심의 내용도 100개가 있을 수 있는 것이다. 특정한 애국심의 내용을 강요할 수는 없는 것이다.

    또 누구를 위한 교육인가를 생각해 볼 필요도 있다. 교육은 국가를 위한 것이 아니다. 교육은 아이들을 위한 것이다. 애국심 교육을 국가가 교육현장에 강제하는 것은 정말 신중해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국가권력이 교육에 관여하는 것이 된다.

    -‘공모죄’도 정치사회적 쟁점이 되고 있다. 한국의 국가보안법과 무척 닮은 것으로 보인다.

    =공모죄는 일본의 형법에 ‘형벌 조항’을 새롭게 만드는 것이다. 공모죄는 일본의 전전(戰前) 치안유지법과 닮았다. 한국의 국가보안법도 치안유지법을 이어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공모죄도 한국의 국가보안법과 마찬가지의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범죄 ‘행위’에 대해 처벌하는 것이 법의 원칙이다, 공모죄는, 말하자면 범죄를 ‘공모했다’ 혹은 ‘의도했다’는 것만으로도 처벌할 수 있다. 실행을 하지 않았는데도 처벌을 한다는 것이다. 그 의도에 대한 판단도 국가권력이 한다. 죄형법정주의에도 어긋나고, 사상과 양심에 직접 연결되는 것이고, 인권침해다.

    범죄 모의만 해도 처벌, 일본 민주주의 위기다

    -일본에 있어서 ‘민주주의의 위기’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어떤 측면에서 보면 우경화의 문제로 볼 수도 있고, 또 다른 측면에서 보면 민주주의의 위기로 볼 수도 있다. 대규모의 감시사회를 만들고 있다는 것은 분명 민주주의의 위기이다.

    또한 두 흐름은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전쟁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드는 것과 개인의 인권과 사상, 양심의 자유를 제한하고자 하는 것은 수레의 두 바퀴와 같은 것이다. ‘전쟁하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는 국민 개개인의 인권을 제한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교육기본법 개정, 공모죄 제정, 헌법 개악 등 일련의 흐름이 서로 연관되어 있다는 지적들이 많은데…

       
     
    ▲후쿠시마 미즈호 일본 사민당 당수와 필자
     

    =그렇다. 작년에 자민당이 발표한 신헌법 초안을 보면 더욱 분명해진다, 자민당 신헌법 초안의 전문(前文)에는 “일본 국민은 귀속해 있는 나라와 사회를 애정과 책임감과 기개를 가지고 지켜나가야 할 책무를 공유하고”라고 되어 있다. 국가와 개인과의 관계에 대한 규정에 있어, 국가가 개인에 대해 애국심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헌법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국가의 권력을 제한하고 국민의 기본적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거꾸로 가려고 한다. 교육 현장에도 그러한 사고방식을 강요하려고 하고 있다. 교육기본법 개정과 헌법 개악은 일체화되어 있다.

    국민, 주인공 자리에서 국가 동원 대상으로

    교육기본법은 전전(戰前)의 교육을 반성하고 민주화된 교육, 개인의 존엄을 최우선으로 하기 위해 제정된 것이다. 이것을 바꾸려고 하는 것이 자민당의 개정안이다. 국민이 주인공이라는 이념에서, 국가가 국민을 강제하는 쪽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 현재의 헌법 개악의 움직임이고 교육기본법 개정의 움직임이라는 측면에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또한, 공모죄는 테러대책 뿐만 아니라 형법에 600개 이상의 공모죄를 포함시키려는 것이다. 단순히 테러대책만은 아니다. 노동조합이나 시민단체의 경우도 모두 ‘공모죄’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국가권력이 국민 개개인의 마음속까지 들어가서 통제하겠다는 것이다.

    -사민당의 향후 계획은?

    =올해 2월 당대회에서 ‘사민주의 선언’을 했다. ‘사민주의 선언’은 세계의 사람들, 동북아와 평화롭게 공존하고자 하는 내용을 강조하고 있다. 사민당은 앞으로도 이러한 방향에서 더욱 열심히 활동해 갈 것이다. 올해 4월부터 헌법학교를 개최하고 있다. 헌법학교는 ‘아시아에서 본 헌법’이라는 주제가 핵심이다. 아시아의 사람들과 평화롭게 공존하기 위한 우리들의 생각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계기를 만들고자 한다.

    또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가는 것이 사민당의 중요한 방향이다. 그러한 측면에서 최우선 과제는 5월28일 국회 법무위원회에서 심의에 들어가는 공모죄를 막는 것이다. 공모죄 제정 반대 활동에 있어서는 민주당, 공산당과도 연대를 하려고 한다. 특히, 공모죄에 대해서는 최근 언론에 대해 보도도 되고 있고 심지어는 우익단체들도 크게 반발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아시아 평화 위해서 헌법 개악 반드시 저지해야, 한국 시민단체 연대 필요

    -한국의 시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부탁한다.

    =최근 ‘국민투표법안’이 상정될 것인가 말 것인가도 중요한 쟁점이 되고 있다. 국민투표법안은 헌법 개악과도 직결되어 있다. 헌법 개정을 위한 절차법을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교육기본법 개정안, 공모죄와 함께 ‘악법 3세트’, 혹은 ‘악법 3형제’라고 불리고 있다. 이것들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하도록 사민당은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특히, 국민투표법안은 헌법 개악에도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한국의 시민사회와도 연대가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일본 헌법은 동아시아 시민들과의 공약이라고 생각한다. 일본 헌법에는 과거의 전쟁에 대한 반성이 담겨 있다. 역사에 대한 인식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라크전쟁에 자위대를 파견하는 등의 문제도 있었지만, 그래도 지금의 헌법 덕분에 전후 일본인이 전쟁에서 사람을 죽이거나, 죽임을 당한 적이 없었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일본의 시민들을 위해서도 아시아의 시민들을 위해서도 헌법 개악은 반드시 저지해야 한다.

    한국에도 이런저런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한국의 시민들은 평화와 인권을 염원하는 힘으로 그러한 문제들을 해결해 온 역사와 경험을 가지고 있다. 부디, 한국의 시민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어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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