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랜트노조 충남 사태,
무력한 ‘해산 철회’ 권고
민주노총 중집, 직가입 취소 결정···충남지부, 민주노총에서 쫓겨나나?
    2018년 08월 18일 12:1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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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가 16일 상급단체인 플랜트노조로부터 강제해산을 당한 구 플랜트노조 충남지부의 직가입을 받아들인 세종충남본부의 결정을 취소하기로 했다. 이러한 결정으로 전 집행부 간부의 회계부정과 그로 인한 폭력사태에 항의했던 충남지부는 결과적으로 민주노총 소속이 아닌 노조가 돼버렸다.

하지만 민주노총 세종충남지역본부는 17일 입장문을 내고 충남지부의 직가입 결정이 유효함을 확인하며 조합원의 동의 없이 이뤄진 플랜트노조의 충남지부 해산 결정이 철회될 때까지 직가입 인정은 변함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관련한 이전 기사 링크)

민주노총 중집은 이날 밤 기타 안건으로 상정된 충남지부(충남플랜트건설노조 이름으로 직가입)의 세종충남본부 직가입 건 등에 대해 논의했다. 그 결과 ‘3차 합동대책회의에서 권고한 지부 해산 철회 등 포괄적인 대책을 추진하도록 민주노총 중집은 건설산업연맹을 적극 지지 지원한다’, ‘세종충남본부의 직가입을 취소한다’는 내용의 수정동의안에 대한 표결을 진행, 34명 가운데 26명이 찬성해 통과됐다.

이날 중집엔 충남지부 간부 및 조합원 20여명이 직가입 취소 안건에 항의하기 위해 상경해 중집회의에 참관하기도 했다.

지난달 19일 민주노총 앞에서 지부 강제해산을 규탄하는 플랜트노조 충남지부 조합원 모습

중집의 결정은 언뜻 플랜트노조와 충남지부의 주장을 골고루 반영한 것으로도 보인다. 플랜트노조는 충남지부의 세종충남본부 직가입을 문제 삼고 있고, 충남지부는 플랜트노조의 일방적 지부 해산 결정에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집 결정으로 충남지부 강제해산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보는 이들은 거의 없다.

우선 중집은 세종충남본부 운영위가 충남지부의 직가입을 받아들이는 것이 “민주노조 산별 질서에 반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실제로 중집 참여자들 사이에선 해당 안건만 별개로 봤을 땐 ‘직가입 취소’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다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앞서 지난달 중순 경 열린 중집은 논란의 원인이었던 ‘충남지부 해산 결정 철회’ 안건을 통과시키지 않았다.

‘3차 합동대책회의에서 권고한 지부 해산 철회 등 포괄적인 대책을 추진하도록 민주노총 중집은 건설산업연맹을 적극 지지 지원한다’는 내용은 충남지부의 요구를 일정하게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이 결정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에 대해선 의문이 제기된다. 김금철 건설산업연맹 사무처장은 “정치적 수사라고 본다”며 “각 조직이 결정한 문제라 민주노총이 개입한다고 해결될 일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미 플랜트노조는 ‘지부 해산 철회’ 권고를 거부한바 있다.

플랜트노조와 충남지부 사이에서 갈등을 조정하기 위해 꾸린 ‘합동대책위원회(합동대책위)’와 ‘갈등조정중재회의(갈등조정단)’도 무용지물인 상황이다. 지난달 11일 꾸려진 합동대책위는 민주노총 위원장·사무총장·조직쟁의실장, 건설산업연맹은 위원장 직무대행·사무처장, 세종충남본부 본부장·사무처장이 참여한다. 건설산업연맹이 주도하는 갈등조정중재회의는 세종충남본부 간부 대신 플랜트노조 간부가 참여한다.

합동대책위는 직가입 취소를, 갈등조정단은 지부 해산 철회를 권고했지만 양측은 상반된 견해로 맞서며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부터 시작한 두 기구는 양 측을 한 자리에 모으는 것도 하지 못했다. 의견 대립이 첨예해 만나도 무의미한 자리가 될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김 사무처장은 “(합동대책위나 갈등조정단엔) 뚜렷한 한계가 있다”며 “합동대책위에서 권고가 나와도 결국 실행하고 집행하는 건 해당 조직이 결정하는 문제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특히 김 사무처장은 두 기구를 통해 지부 강제해산 철회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회의적이라는 예상을 하기도 했다.

충남지부가 민주노총 소속이 아닌 노조가 돼버린 현 상황은 민주노총 등 상급단체가 포함된 두 기구가 갈등 중재를 위한 어떤 역할도 하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또 플랜트노조의 지부 해산 결정 역시 두 기구의 중재로 철회되기는 어려워 보여, 결국 이번 중집의 결정은 충남지부만 민주노총에서 쫓겨나는 모양새를 만들 수도 있다.

이성도 플랜트노조 조직국장은 “김준수 충남지부 집행부가 조합원 강제 퇴출, 취업 방해를 했고, 충남건설플랜트노조를 만들어서 세종충남본부에 직가입하고 거기에 강제가입도 시켰다”고 주장하며 “김준수 집행부가 여태까지 벌인 일에 대해 사과를 하고 (직을) 내려놓겠다고 하지 않는 이상 대화가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공식적인 결정은 아니다”라면서도, 이 같 은 내용을 담은 공문을 “총연맹에 보내긴 했다”고 덧붙였다.

충남지부는 회계부정·폭력사태라는 원인 제공을 한 충남지부의 전 간부들 문제에 대한 발본적인 해결책은 없거나 미흡한 상태에서 비상총회 개최나 의무금 미납 문제 등 본질에 빗겨간 문제로 일방적인 지부 해산을 결정한 플랜트노조 이종화 집행부(현재는 직무정지 상태)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 충남지부는 플랜트노조가 원인 제공자였던 충남지부의 전 간부들에 우호적인 편파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갈등 해소를 위해선 우선, 지부 해산을 철회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결국 중집은 충남지부의 세종충남본부 직가입은 명확하게 취소를 결정한 반면, 충남지부가 세종충남본부로 직가입을 하게 된 원인인 회계부정·폭력사태로 발화된 플랜트노조 운영위의 일방적인 지부 해산 결정 문제는 전혀 봉합하지 못하는 결론을 내린 셈이 됐다. 한쪽에 치우친 결정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더 큰 문제는 회계부정이나 폭력사태에 관한 문제가 충남지부 직가입 문제와 맞물려 단순한 조직 갈등 정도로 비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회계부정에 연루된 이승우 전 충남지부 수석부위원장은 지부를 나간 후 민중당 충남도당 공동위원장을 하고 있고, 폭력사태에 가담한 52명에 대해선 충남지부의 제소로 민주노총 규율위원회가 접근금지를 권고했을 뿐, 노조 차원의 징계 등의 처분은 없었다. 오히려 충남지부만 의무금 미납과 비상총회 개최를 이유로 플랜트노조에 의해 강제 해산을 당했다. 그러나 플랜트노조가 직가입 문제를 제기하고 중집이 이를 받아 취소 결정을 내리면서 회계부정·폭력사태 등 진짜 문제들은 희석된 상황이다.

직가입 문제는 플랜트노조 이종화 집행부의 직무정지로 인한 새 집행부 보궐선거 과정에서 불거졌다.

플랜트노조 운영위원회는 지난달 26일, 충남지부가 미납한 의무금을 27일까지 내면 투표권을 부여하되, 세종충남본부에 이중가입을 한 경우 투표권을 줄 수 없다는 결정을 내렸다. 당시 충남지부는 이미 세종충남본부에 직가입을 한 상태였다. 사실상 투표권을 주지 않겠다는 결정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다만 충남지부는 이중가입 시 투표권 부여 문제에 대해 민주노총 법률원에 자문을 구해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한다.

플랜트노조 선관위 측은 기한 내 의무금을 납부하지 않으면 투표권을 줄 수 없다는 뜻을 충남지부에 알렸고, 충남지부는 투표권을 얻기 위해 미납 의무금 2억원을 납부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플랜트노조 측에 이중가입을 한 경우 투표권 박탈이라는 결정을 사전에 공지 받진 못했다는 것이 충남지부의 설명이다. 충남지부는 회계부정·폭력사태 항의하는 차원에서 그간 의무금을 내지 않았었다.

이에 대해 이성도 플랜트노조 조직국장은 “충남지부가 어디로 갔든, 선거권과 상관없이 미납한 의무금은 당연히 납부를 해야 하는 돈”이라며, 이중가입 시 투표권 제한 문제를 사전에 알리지 않은 것에 대해선 “충남지부에 사전에 공지할 이유가 없다”며 “운영위에서 논의가 된 것일 뿐, 본조 차원에서 논의되지 않았는데 지부에 얘기할 이유가 없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이 조직국장은 또한 “의무금을 납부하면 투표권을 주겠다고 했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플랜트노조 운영위는 전날인 16일 세종충남본부에 직가입한 충남지부 조합원들에 대한 조합원 자격을 박탈하는 규약규정 개정안을 논의했다. 차기 운영위에서 몇 차례 논의를 진행하고 오는 9월 대의원대회에 상정할 예정이다.

충남지부가 세종충남본부로 터를 옮긴 원인이 충남지부 전 간부의 회계부정 등의 문제로 발생한 폭력사태와 비리를 저지른 전 간부를 옹호하며 오히려 충남지부 해산을 일방적으로 결정해버린 플랜트노조에 있음에도, 이를 해소하지 않은 채 조합원 자격 박탈 논의하는 것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당초 플랜트노조 측은 지부 해산 결정이 플랜트노조 조합원의 자격 박탈을 뜻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힌 바 있다. 충남지부 조합원 수는 5000명 정도로, 플랜트노조 지부 중에서 중견 규모 정도가 되는 지부이다. 특히 투표율이 높은 현장조합원이 몰려 있어 집행부 선거에서 어느 정도 캐스팅보터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규모의 지부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플랜트노조가 입맛에 맞는 집행부를 선출하기 위해 충남지부의 이중가입을 문제 삼으며 투표권을 제한하고, 조합원 박탈까지 논의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더 나아가 ‘노조의 정파화’ 비판도 있다.

이에 대해 이 조직국장은 사견을 전제로 “다른 조직으로 간 사람들에게 우리 조직 선거의 선거권을 준다는 거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며 “(조합원 자격 박탈은) 노조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플랜트노조의 충남지부 강제해산 사태는 단기간에 해결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며, 이 사건은 민주노조 운동에서 산별노조 운동의 정신과 원칙, 내부 민주주의와 노조의 정파화 문제, 조직 분규에서의 상급단체의 권한과 권위 문제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상당한 후과를 남길 것으로 전망된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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