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기의 김종철…당 지지 12%, 후보 3% 수준
        2006년 05월 10일 08:1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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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방선거는 곧 서울시장 선거라는 말이 있다. 서울시장 선거의 정치적 의미가 그만큼 크다는 얘기다. 민주노동당은 이 중요한 서울시장 선거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후보의 지지율이 3%대를 좀처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당 지지율보다도 8-10% 포인트나 낮은 수치다. 게다가 ‘오세훈/강금실’의 양강구도는 갈수록 고착되는 양상이다. 선거일까지 앞으로 남은 시간은 20여일.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김후보 지지율 3%대 좀처럼 못 벗어나

    각종 여론조사에서 민주노동당의 서울지역 정당 지지도는 전국 지지도와 엇비슷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30일 코리아리서치의 조사에서 민주노동당의 서울지역 정당 지지도는 11-12.5% 수준을 보였다. 같은 조사에서 전국 지지도는 12.7%였다. 그러나 김종철 후보의 지지도는 3.4%에 그쳤다. 민주노동당의 전국 광역단체장 후보 가운데서도 가장 낮은 수치다. 원인이 뭘까.

    먼저 보수정당의 이미지 정치를 들 수 있다. ‘새 정치’의 이미지를 갖는 스타급 후보들이 당색을 지우고 나서면서 선거전이 정당 싸움이 아닌 별들의 전쟁이 돼 버렸다. 당의 정책과 노선으로 승부를 걸어야 하는 민주노동당에는 이만저만한 악재가 아닐 수 없다.

    김선동 민주노동당 사무총장은 "노선과 정책대결이 아니라 이미지와 바람 위주로 선거전이 전개되고 있고 언론이 이를 부추기고 있다"고 말했다. 강풍에서 오풍으로, 보라색에서 초록색으로 언론의 관심이 탁구공 튀듯 넘어가고 있다는 얘기다.

    정책 차별화 ‘전선’ 도무지 안 생겨 ‘정치 선거’도 해야 

       
     
    ▲지난 3일 KBS 서울시장 후보 토론회 장면 사진제공=민주노동당 서울시당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민주노동당을 지지하는 계층 가운데 상당수가 강금실 후보와 오세훈 후보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온다. 민주노동당에게 ‘새 정치’를 기대하던 유권자들이 강금실과 오세훈이라는 ‘대체재’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는 얘기다. 이는 김종철 후보가 ‘새 정치’의 이미지를 제시하는 데 실패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는 컨텐츠의 실패이면서 컨텐츠를 실어나르는 수단의 실패이기도 하다.

    먼저 컨텐츠의 실패다. 김 후보측 문명학 기획위원장은 "지방선거라는 게 지방자치의 강화라는 면에서 접근하는 것이 당연하고 이를 위해서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간 권력 배분 문제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그러나 이번 지방선거에는 이런 고유의 이슈들이 모조리 실종된 채 표피적인 정책과 이미지만 난무하고 있다"고 난감해했다. 정책을 통해 차별화를 꾀하려고 해도 도무지 ‘전선’이 형성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정책선거가 이뤄지지 않는 여건에서 정책선거만을 고집하는 게 과연 옳으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 물음은 전술에 대한 것이기도 하고 원칙과 관련된 것이기도 하다. 서울시장 선거처럼 정치적 의미가 큰 선거단위에서는 ‘정치선거’를 통해 보다 공격적으로 차별화를 꾀할 필요는 없는지 따져봐야 한다는 얘기다.

    문명학 위원장은 "정치적 이슈 파이팅을 해야 할 필요는 분명히 있고 그에 대한 문제의식도 가지고 있다"면서도 "그렇게 해서 주목받기에는 후보의 정치적 입지가 아직은 너무 약하다"고 말했다.

    싸우고 싶어도 싸울 무대가 없다

    ‘수단’의 문제는 미디어의 주목도와 관련 깊다. TV 등 미디어들이 강금실, 오세훈 두 후보에 집중하면서 김종철 후보의 주목도는 현저히 떨어지고 있다. 설령 정치적 이슈 파이팅을 하고 싶어도 마땅한 무대가 없다는 얘기다. 문 위원장은 "상대 후보의 정책이나 개인적 자질, 정치적 문제 등에 대해 각을 세우고 싶어도 발언할 무대도 마땅치 않고 언론도 주목하지 않는다"고 푸념했다.

    다른 후보들이 한참 언론 인터뷰 일정 등을 조정하느라 애를 먹고 있던 지난 4월 말, 김 후보측은 각 방송사를 돌며 공정방송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여야 했다. 최근 각 후보 홈페이지에 상대 후보의 홈페이지를 링크하자는 제안을 한 것도, 참신하고 재기발랄한 아이디어지만, 조금이라도 인지도를 높여보려는 눈물겨운 고육책이다.

    문제는 김종철 후보의 정치적 영향력을 어떻게 확보하느냐로 모아진다. 그래야 언론의 주목도를 높일 수 있다. 그리고 그럴 때 발언의 파괴력이 생긴다. 어떤 방법이 가능할까.

    가장 먼저 거론되는 건 거당적인 화력지원이다. 실제 열린우리당, 한나라당은 서울시장 선거에 당력을 집중하고 있다. 당내 주요 자원이 서울시장 선거에 집중된다. 그만큼 정치적으로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옳고 그름을 떠나 아무튼 그렇게 선거를 치른다.

    "서울시당 책임 우선이지만, 중앙당 화력 지원도 기대 못 미쳐"

    그에 비하면 김종철 선본의 현재 모습은 초라하기 짝이 없다. 권영길, 노회찬, 심상정 의원 등 당내 스타급 의원들이 공동 선대위원장의 직함을 나눠갖고 있지만 사실상 이름만 걸어논 상태다. 예컨데 노회찬 의원은 5개 광역단체의 공동선대위원장을 겸직하고 있다. 권영길, 심상정 의원도 선거 지원을 위해 전국을 돌고 있다.

    문명학 위원장은 "김종철 후보의 정치적 입지가 아직 확고하지 않은 상태니만큼 중앙당 내지는 의원단과 투톱시스템으로 가야 하는데 중앙당의 화력이 기대에 못미친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정종권 서울시당위원장은 "서울시장선대위가 중앙당이나 의원단의 협력을 끌어내기 위한 마스터 플랜을 제시해야 하고, 그런 면에서 현재의 협력 시스템 부재에는 서울시장선대위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전제하면서도 "서울시장 선거가 중요하다고 말은 하면서도 그에 따른 전략적 판단이나 자원 배치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중앙당이나 의원단의 의지 부족을 비판했다.

    "오세훈 후보가 주택정책 내놓으면 심상정 의원이 맞받아쳐야"

    그는 "예를 들어 오세훈 후보가 주택정책을 내놓으면 그 분야에 전문성을 갖춘 심상정 의원이 대응하는 식의 집중이 이뤄져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못한 상태"라며 "중앙선대위와 서울시장 선대위간에 이런 문제를 논의할 수 있는 통로도 현재는 없는 상태이고 의원들도 평면적으로 시간을 쪼개는 정도로만 결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서울시장 선거에 대한 중앙당이나 의원단의 실질적인 지원확대를 강력하게 촉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김선동 사무총장은 "개인적으로 서울시장 선거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봤기 때문에 다른 어느 곳보다 서울시장 선거에 대한 지원을 우선했다"며 "앞으로도 김종철 후보의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방법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노동당의 차세대 리더임을 적극적으로 부각시켜라

    김종철 후보의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것도 중요하다고 지적된다. 민주노동당의 차세대 리더라는 점을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정종권 위원장은 "아직까지 김 후보의 이미지는 민주노동당의 대리인이라는 수준을 못 넘어서고 있다"며 "유권자들에게 좀 더 수월하게 접근하기 위해서는 김종철이라는 후보자 개인의 정치적 이미지를 구축하고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선거 20여일을 앞두고 김종철 후보 선본은 위기감에 싸여 있다. 위기감을 갖고 있다는 건 아직 희망이 있다는 얘기다. 해법을 찾기 위한 노력이 따르기 때문이다. TV토론을 잘 해서 인지도와 지지율을 높이겠다는 ‘전략 아닌 전략’에만 매달려 있기에는 진보정당에게 서울시장 선거가 갖는 의미가 너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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