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노동자들의 갈등과 선택
[책소개] 『중국 신노동자의 미래』(려도/ 나름북스)
    2018년 08월 18일 11:2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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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에 잠식된 중국의 ‘문화적 전장’에서
신노동자들이 말하는 진실한 체험과 삶 이야기

중국 신노동자의 문화와 운명을 다룬 이 책의 핵심은 ‘문화’에 관한 사유다. 이때의 문화는 행동이나 의식주, 생활양식뿐만 아니라 교양과 가치관, 정신문화를 망라하는 것이므로, 저자가 천착해 온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라는 질문은 한 개인의 문화적 정체성의 총체적 표현이다. 저자는 레이먼드 윌리엄스의 문화에 관한 정의를 빌어 문화를 ‘총체적인 생활 방식이며, 일상적인 것이자 개인적이면서도 사회적인 것’으로 본다. 자본과 인간이 대립하는 이 세계가 ‘문화적 전장’이기에 ‘문화는 일종의 총체적 투쟁 방식’이기도 하다.

사회와 경제의 급격한 변화로 중국에 자본주의 문화가 빠르게 유입되었고 중국 노동자들도 다양한 갈등과 선택 앞에 놓였다. 그러나 저자는 사상의 충돌이나 갈등 현상을 넘어 본질을 깊이 보면, 세계의 노동자가 유사한 처지라고 말한다. 이는 자본이 노동자를 전면적으로 통제하고 조종한다는 사실이다. 수년에 걸쳐 신노동자들을 인터뷰해온 저자는 그들의 문화적 상태가 사회적으로 정확히 반영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들은 긍정적이면서도 부정적이고, 권리에 민감하면서도 불의에 무감각했다. 따라서 이들의 ‘노동자로서의 역량’을 과대평가해서도 안 되고 비관해서도 안 된다.

이 책에서 신노동자 집단의 정확한 상태를 알고자 한 이유, 즉 불투명한 전망의 노동자가 자본의 논리에 갇혀 어떻게 발버둥 치며 위안을 찾는지, 또 어떻게 스스로 마비되어 갈 곳을 잃는지 분석하는 이유는 더 많은 사람이 능동적으로 사회적 책임을 감당하도록 하려는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노동자들은 자신의 일과 생활을 개인의 행복, 집단의 나아갈 길, 사회 진보 및 발전과 접목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연계가 이루어져야 개인과 사회의 미래가 열릴 것이며, 역사와 현실의 변화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이 수행한 ‘문화 분석’은 신노동자 집단의 미래에 대해 방향성과 가능성을 모색하는 협력의 일환이 된다.

이 책의 연구 방법은 ‘삶 이야기’와 ‘문화 체험’ 분석이다. 이는 에드워드 톰슨의 계급에 관한 서술, 즉 “계급은 하나의 역사적 현상”이며 “인간관계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그 어떤 것”, “계급의식이란 이러한 경험들이 문화적 맥락에서 조정되며 구체화되는 방식”이라는 서술로부터 영향 받았다. 즉 개개인의 진실한 삶 이야기를 통해 문화의 본질을 분석한 것이다. 문화 체험 분석을 위해서는 연구 대상의 한가운데로 들어가 생활해야 비로소 그 문화적 상태를 체득할 수 있다는 신념에 따라, 저자는 직접 공장에 취업해 생산 라인에서의 노동을 경험하기도 했다.

총 4부로 구성된 이 책의 제1부 ‘우리의 일’에는 한 노동자의 삶 이야기와 저자의 두 차례 공장 체험이 실렸다. 제2부 ‘우리의 생활’에서는 노동자 네 명의 삶과 여가를 다루면서 주거, 연애와 결혼, 출산과 양육, 소비, 여가 생활에 대한 관념 및 현황이라는 다섯 가지 주제를 논의했다. 제3부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에서는 노동자 세 명의 삶으로부터 그들의 선택을 살펴본다. 제4부는 ‘신노동자 문화의 실천’으로, ‘북경 노동자의 집’ 활동가 다섯 명을 인터뷰해 비전과 실천 방향을 알아본다.

저자가 체험한 노동 현장은 ‘이름 없는 세계’,
도구가 되어 공장 안에 갇힌 노동자들

폭스콘은 중국에서만 100만 명 이상의 직원을 고용한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전자기기 OEM 업체다. 폭스콘 공장과 기숙사에는 건물 사이마다 그물이 쳐져 있는데 이는 노동자들의 투신자살을 막기 위해서다. 2010년 한해에만 노동자 14명이 공장에서 투신했고, 자살 행렬은 현재도 이어지고 있다. 높은 노동 강도와 장시간 노동, 고가의 물품을 다루며 파손 시 배상해야 하는 스트레스, 엄격한 규율과 보안이 강조되는 작업장에서 20세 전후의 노동자들은 소외되고 있다.

18세의 폭스콘 여공 왕미려는 이 책에서 “폭스콘은 사람 살 곳이 아니”라고 말한다. 하지만 공장 기숙사가 ‘임시’적이고 곧 이직할 것이라 생각해 거주 환경이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참고 견딘다. 저자는 이를 ‘과객 심리’라 일컬으며, 이 심리가 품팔이 집단에 나타나는 가장 뚜렷한 문화적 상태라고 본다. 과객 심리는 노동자가 마땅히 가져야 할 권리를 쟁취하지 못하게 한다. 중국은 취업과 경제 발전을 의미한다는 이유로 ‘자본 유치’를 염원하지만, 표면적인 번영 후엔 자본이 철수하고 실업과 폐허만 남는다. 이때 과객 심리는 늘 염가 노동력을 찾아다니는 자본의 논리에 완벽하게 부합하여 자본의 확장과 도주에 영합하고 협조한다고 이 책은 지적한다.

한편, 저자 려도는 노동자로서의 삶을 경험하기 위해 공장 두 곳에서 생산직 노동자로 일하고 그 체험을 책에 실었다. 저자가 컨베이어 벨트 앞에 서서 제품에 스티커 붙이는 일을 하는 동안 깨달은 것은 단순 노동의 가치가 얼마나 낮게 평가되는지와 구직부터 공장에 들어가기까지의 과정이 ‘이름 없는 세계’라는 것이다. “이 세계에서 우리 이름은 중요하지 않거나 무엇이라 불려도 상관없다. 개체의 역할은 생산에 기여하는 것이고, 사람에 대한 배려는 이 기능을 완성하기 위함일 뿐이다. 이러한 공장 문화는 인간에 대한 극도의 폄훼를 실현했다.”(96~97쪽) 이때 노동은 자기 이름을 잃는 과정이며, 노동자는 값이 매겨져 팔리기를 기다리는 특수 상품일 뿐이다.

기업 문화는 자본 문화이고, 자본 문화는 이윤 제일의 문화이자 노동 가치 폄하의 문화라는 것이 저자의 공장 체험에서 나온 분석이다. 이에 따르면 중국의 산업 발전은 민주를 촉진하기는커녕 저지하고 있다. 노동자의 공장 이동은 자유로우나 그들은 사실 자유롭지 않다. 어디서 일할지 선택할 자유가 있어 보이지만, 공장 제도와 문화는 매한가지라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자본과 관리자는 노동자들끼리 유대가 생기기 전에 다양한 수단으로 상호작용을 막고, 옳고 그름을 분간하지 못하게 했다. 저자는 이런 공장 생활에서 공포를 느꼈다고 술회한다. 이와 관련해 노동자들이 의식적으로나 무의식적으로 터득한 대처 방식은 이탈하거나, 폭발하거나, 현실에서 도피하는 것이었다.

저자는 공장 문화에 특히 자본주의 문화의 특징이 집중적으로 체현돼 있다고 본다. 자본주의 문화의 목적이 배금주의의 합리화, 사람을 도구이자 노동 기계로 순치하는 것, 아울러 소비자로 길들이는 것이라고 할 때, 공장 문화는 첫째, 착취를 합리화하고, 둘째, 노동자의 휴식을 빼앗아 사고 능력을 박탈하고, 셋째, 작업장 통제로 자유와 권리를 상실하게 해 사회적인 인간이 되지 못하게 한다. 하지만, 저자의 말처럼 사람은 노동자이지만 ‘노동 기계’여서는 안 된다. 그리고 사람은 소비자이지만, 소비주의에 침식되어서는 안 된다. 려도가 본 노동자들은 의식 수준이 낮아 불공평한 대우에 저항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자본 통제하의 공장 제도와 문화 안에 갇혀 있는 것이었다.

자본주의 문화에 마비된 정신승리 vs 주체적 인간으로서의 사회 책임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가 노동자의 미래를 결정할 것

제2부에서는 왕복유, 왕가, 정용방, 장점파 네 노동자의 생활을 들여다본다. 여기서 주택, 사랑과 결혼, 출산과 양육, 소비, 여가 생활을 살피는 이유는 품팔이들의 삶이 이 문제들과 가장 긴밀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노동자들도 공장 문화의 압박을 받기에 퇴근 후에도 자본의 통제를 벗어날 수 없다. 안정적으로 거주하며 가족이 모여 살고, 아름다운 사랑과 결혼을 하며, 양호한 물질생활과 즐거운 정신문화 생활을 하고자 하는 열망은 냉혹한 현실에 부딪힌다. 도시와 농촌 사이를 오가는 이들의 혼란과 단절, 심리 상태의 모호함과 변덕은 노동자의 생활이 다층적 요인의 영향을 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절망적인 노동자 현실로부터 느껴지는 당혹감은 제3부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에 등장하는 장맹, 소호민, 왕해군의 생활과 생각으로부터 심화된 고민으로 나아간다. 인민을 위한 활동가가 되고 싶었던 장맹은 녹록치 않은 현실에 사회적 책임을 외면하게 되었지만, 그저 평범한 사람이 되고 싶을 뿐인 소호민은 점차 노동이 가치를 창조하는 것이 영광스럽고 존엄하다고 생각하게 된다. 소호민의 성찰은 훌륭하지만, 저자에 따르면 필연적으로 곤경에 마주칠 수밖에 없다. 개인의 성찰과 수양은 자기 위안일 뿐이며, 집단은 물론 자신의 권익도 수호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공장에서 파업을 경험하고 임금 체계에 의혹을 품는 왕해군의 사고는 노동자로서 한 발 나아간 것으로 평가된다.

따라서 제4부에 등장하는 ‘북경 노동자의 집’ 핵심 활동가 인터뷰는 단체의 사상과 실천, 성장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노동자의 출로와 방향을 탐색하여 공통의 이상을 찾으려 한 것이다. 2005년 북경 변두리인 ‘피촌’에 들어선 ‘북경 노동자의 집’은 지역 사회 문화 활동, 중고 상점(사회적 기업), 품팔이 자녀 학교, 도서관, 박물관 등 신노동자 집단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현재까지 중국 정부의 철거 위협 속에서도 노동자는 물론 대학생, 지역 주민, 유동 아동 등이 이 단체에서 일하거나 교육을 받으며 활동한다. 저자는 이 활동에 대해 “노동자를 대표하며, 노동자의 생활과 노동 체험에 기초한 적극적인 문화를 ‘신노동자 문화’라 부른다”, “신노동자 문화는 기성품이 아니라 창조 과정 그 자체”라고 말한다.

현실에 맞선 북경 노동자의 집의 다양한 실험은 좌절을 겪기도 하지만, 자본주의 경제하에서 생존하기 위해 민주적 운영과 토론으로 발전을 모색하고 있다. 활동가들은 “이 코뮌 안에서 우리는 모두 존엄하다”고 말한다. 구성원들은 평범한 노동자이자 예술 활동가이며, 조직가이자 운전기사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동시에 드러머가 되기도 한다. 모든 것을 왜곡하는 자본에 맞서, 이들은 자력갱생하는 공동체로 연대하고 저항하며 매일의 일상에서 자신들이 긍정하는 생활 방식을 실천할 뿐만 아니라 사회와 타인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저자 려도는 중국에 침투한 자본과 산업의 현황을 지적하며 중국의 발전과 세계 노동자의 미래를 위해 중국과 중국 노동자가 사상적 인식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는 서방 금융 모델과 미국 금융 시장을 배우지 말 것, 서방의 민주 모델을 쉽게 학습하지 않을 것, 시장을 쉽게 믿지 말 것, 독립적이고 자주적인 중국 발전 모델을 마련할 것, ‘사람’ 중심의 발전을 추구할 것 등이다. 저자가 인식하기에 미국 인민의 운명, 중국 인민의 운명은 물론 세계 인민의 운명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자본의 문화에서 벗어나 진정한 노동자의 문화를 만들기 위해 저자는 결국 ‘인간’에 주목한다.

자본주의 문화가 개인과 사회에 미친 충격과 파괴력이 빠르고 맹렬해, 인간은 이에 대항할 능력을 잃어버린 것처럼 보인다. 자본은 이윤 추구를 위해 인간을 ‘탈인간화’하려 하지만, 사람은 인간성을 박탈당한 것에 괴로움을 느낀다. 이것이 저자가 갖는 인간에 대한 희망의 근거다. 루쉰의 소설 주인공 ‘아Q’처럼 고통을 느끼는 능력을 잃어서는 안 된다고, 노동자 개인의 주체성 형성과 건강한 정신이 노동자 집단의 희망과 미래를 결정할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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