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정배 “은산분리 완화,
    시장만능주의 지향 우려“
        2018년 08월 16일 11:4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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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정배 민주평화당 의원이 16일 “(인터넷전문은행에 한정한) 은산분리 완화를 신호탄으로 문재인 정부가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를 포기하고 과거 박근혜·이명박 정부 시기의 시장만능주의로 가는 것 아닌가 걱정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천정배 의원은 이날 오전 MBC 라디오 ‘이범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은산분리는 우리 경제시스템의 핵심 중에 핵심을 이루는 대원칙”이라며 “그것을 허물려고 하면 확실한 국민적 논의와 동의 절차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그런 과정을 전혀 거치지 않고 대통령이 느닷없이 밀어붙이고 있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천 의원은 “은산분리를 유지하겠다고 하는 것은 대통령의 공약이었다. 대통령 공약도 경우에 따라선 바꿀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걸 바꾸려면 대선 공약을 지키지 못한 점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하고 최소한 동의와 이해를 구해야 한다”며 “(그런데 지금은 그런 과정도 없이) 대통령이 그냥 밀어붙이고 있고, 청와대에서는 ‘대선공약 파기가 아니다’라는 식으로 강변하고 있다. 과연 절차적으로 정당한 것이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국민적 논의 없이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를 졸속으로 밀어 붙였던 것부터도 상당히 불길한 조짐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7일 “은산분리는 우리 금융의 기본원칙이지만, 지금의 제도가 신산업의 성장을 억제한다면 새롭게 접근해야 한다”며 “(인터넷전문은행에 한정한 은산분리는) 국민의 금융 편익을 더욱 확대할 뿐 아니라, 인터넷전문은행, 더 나아가 IT, R&D, 핀테크 등 연관 산업의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것”이라며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공식화했다. 야당시절 은산분리 규제 완화에 강하게 반대했던 민주당도 문 대통령과 같은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에 대해 천 의원은 “민주당이야 대통령이 밀어붙이니까 끌려가는 것이겠지만 대통령이 왜 그러는지 저도 참 궁금하다”며 “은산분리 완화는 아무리 좋게 봐줘도 한철 농사 짓는데 물을 대고자 저수지 둑까지 무너뜨려버리는 어리석은 짓”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그동안 은산분리가 왜 지켜져 왔는지를 생각해봐야 한다”며 “금융이 공정하게 작동하지 않으면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이 이뤄질 수도 없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자본의 독점과 농단이 심각한 나라에서 산업자본이 금융까지 장악하게 되면 그 폐해가 상상을 넘는다. 재벌개혁, 경제민주화가 물 건너가는 것은 물론이고 금융위기, 경제위기를 불러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산업자본의 지분비율을 34%로 제한하는 등의 안전장치가 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주장에 대해선 “산업자본의 금융지배에 대한 위험성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며 “현재 산업자본의 지분비율이 10%로 제한돼 있고 의결권은 4%로 제한돼 있다. 그걸 34%로 늘리는 건 사실상 기업이 (은행을) 다 지배하는 것 아닌가. 은산분리 자체를 허물자는 것하고 똑같다”고 지적했다.

    인터넷전문은행 은산분리 완화로 핀테크 산업 발전, 일자리 확대 등의 효과를 낼 수 있다는 문 대통령의 주장에 대해 “그런 효과는 미미하거나 은산분리 원칙을 허물지 않고도 달성할 수 있다”며 “인터넷뱅킹이란 것이 크게 고용창출이 되는 것이 아니지 않나”라고 반박했다.

    천 의원은 “산업자본이 아니라 금융자본이 인터넷전문은행을 하면 된다. 예컨대 우리은행이 케이뱅크의 대주주기도 하다”며 “카카오뱅크는 지금도 자본 확충을 하는데 어려움이 없고 앞으로 상장을 해서 자본확충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은산분리 원칙을 쉽게 허물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일부에서 중국 알리바바의 인터넷전문은행 사례를 들어 은산분리 완화론을 옹호하고 있는 것에 대해선 “사회주의를 표방하는 중국의 금융시스템을 우리와 단순 비교해선 안 된다. (특히) 중국 당국도 최근 문제점을 인식하고 규제의 칼날을 꽂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오히려 시장경제나 금융 선진국이면서 핀테크가 발달한 미국은 은산분리를 잘 지키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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