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히 뚜벅뚜벅 실력 쌓고,
세련되고 멋진 진보·좌파 만들겠다
[당당히 앞으로 ②] 정의당 이기중 관악구의원
    2018년 08월 16일 08:5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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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기서 멈추지만 당은 당당히 앞으로 나아가길 바란다.”

눈앞에서 벌어진 것인데도 믿기지 않는 일이 있다. 이 믿기지 않은 일이 기적이었으면 좋았으련만 겪어 보지 못한 비통함이었다. 시간의 법칙은 보편적이라 그의 부재까지 어느 순간 익숙해지겠지만, 이라는 표현을 쓰기가 어렵다. 시간이 갈수록 그는 부재 속에서 되살아날 것이기 때문이다. 세상은 혼자 사는 것이 아니다. 나는 나를 제외한 수많은 타자로 구성된다. 그는 나를 구성한 영향력 있는 타자였다. 나는 많은 부분 그의 안경을 끼고 세상을 봤다. 진보정치를 이 땅에 싹틔우고, 키우고 싶었던 사람들에게도 그는 현미경이었고 망원경이었을 것이다. 사람들은 서로 기대며 산다. 나와 우리는 기대고 있었던 큰 나무가 갑자기 뿌리째 사라진 비통함을 경험했다.

경험은 과거형이 아니라 진행형이다. 우리 모두가 그가 되자고 말할 수는 있지만, 그것이 불가능한 미션이라는 것을 안다. 그는 우리가 보내주지 않는 만큼, 보내주기 싫어하는 만큼 우리와 같이 있을 것이다. 그가 만들고 싶어 했던 세상을 만들기 위해 우리가 ‘당당히 앞으로’ 나아갈 때까지 우리는 그를 보내줄 수 없다. 그가 없이 그렇게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나는 다시 꿈을 꾼다. 대학 서열과 학력 차별이 없고 누구나 원하는 만큼 교육받을 수 있는 나라, 지방에서 태어나도 그곳에서 교육받고 취직하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 데 아무 불편함이 없는 나라,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차별 받지 않는 나라, 인터넷 접속이 국민의 기본권으로 보장되는 나라, 그리고 무엇보다 모든 국민이 악기 하나쯤은 연주할 수 있는 나라, 토머스 모어는 고작 하루 노동시간을 여섯 시간으로 줄여놓고 그 섬을 존재하지 않는 섬, 유토피아라 불렀지만 나는 그보다 더 거창한 꿈을 꾸지만 단지 꿈이라 여기지 않고 있다.” – 노회찬, 『진보의 재탄생』 중에서

노회찬, 그는 자신의 꿈을 우리에게 건네주고 떠났다. 그는 죽음으로써 과거가 아니라 영원한 현재가 됐으며, 고유명사가 아니라 멈추지 않는 동사로 우리에게 남았다. 그가 오랜 고난의 시절 동안에도 온전하게 간수하다가 넘겨준 꿈을 실현하기 위해 우리가 함께 실천해 나가는 일이야말로 그가 가장 흡족해 할 ‘애도의 방법’일 것이다.

그가 우리에게 남긴 마지막 말. “나는 여기서 멈추지만 당은 당당히 앞으로 나아가길 바란다.” 무엇이라도 해야 한다는 다짐으로 <레디앙>은 ‘당당히 앞으로’ 나아가야 할 짐을 진 노회찬의 후배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는 연속 인터뷰를 마련했다.

첫 인터뷰로 정의당 이기중 관악구의원을 만났다. 2회에 나눠 게재한다. 인터뷰와 내용 정리는 이광호 전 레디앙 대표가 맡았다.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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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당히 앞으로①] 20살 대학생 당원에서 노회찬 이을 차세대 진보정치인으로

이광 : 정의당 지지율이 15%까지 기록했다. 슬프고 묵직한 ‘노회찬 지지율’이다. 40대와 50대 지지율은 20%를 웃도는 데 반해 20대 지지율은 상대적으로 많이 낮은 편이다. 이들에게 대안으로 인식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30대 입장에서 볼 때 왜 그런 것 같나?

이기 : 나도 벌써 서른여덟이다.(웃음) 결국 이 문제도 정말 삶의 여유와 관련된 것 같다는 생각이다. 물질적인 면에서 윗세대가 더 낫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지금 20대는 앞으로 더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이나 전망이 없다. 나도 힘들다, 나부터 힘들다, 이런 감정에서 시작된다. 기존 진보정치의 경우 진보라는 가치관은 사람들의 측은지심을 건드리는 부분이 있었다고 본다. 거창한 이론이나 노선보다 진보의 가치는 사회적 약자나 힘 없는 소수자들이 최소한의 인권을 보장받고 모든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먹고살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는, 인간의 본성 가운데 하나인 ‘측은지심’으로 받아들여졌다. 적잖은 사람 입장에서는 보면 시혜적 측면도 있는 것으로 생각됐다. 진보의 가치가 이런 것을 건드렸다. 난민 문제 등을 바라보는 시각을 보면 오히려 젊은 세대가 난민에 대해 부정적으로 반응한다. 이것도 ‘나도 힘들다. 남 신경 쓰거나 도와줄 때가 아니다.’ 이런 식이다. 본성 가운데 측은지심이 실종돼 가고 있다.

이걸 어떻게 풀어야 할까. 나도 고민 중이다. 답이 쉽게 나오지 않는 문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유럽을 비롯해 세계적으로 한때는 신좌파 정당이 떴다. 요즘은 극우 정당이 많이 부상한다. 양자 모두 일종의 반정치적 성격을 띠고 있는 것 같고, 기성세대에 대한 반감을 기반으로 한다.

우리 경우도 남북 문제나 외교 문제가 아닌 국내 경제 정책에서는 긍정적인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그 반대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우리 사회도 반정치, 극우를 향한 정치적 수요가 많이 늘어나는 것 같다.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라고 보고 있다 지금의 한국 정치 지형은 극우정치 세력이 뜨기 좋은 조건이다. 자유한국당이 이들을 포섭하기에는 너무 올드하다. 또 자유한국당은 동성애, 난민 문제 등의 이슈에 대해 극우적 목소리를 내고 있기는 한데, 그것의 폭발력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는 것 같다.

기존 진보정치 세력이 늘 강조하는 인권, 연대 같은 이야기는 이들에게는 이빨도 안 들어간다.

이광 : 그런데 이번에 젊은 유권자들에게 표를 많이 받지 않았나? 진보정당이 어떤 힌트를 얻을 수 있을까?

이기 : 특별한 묘수는 없다. 어찌 보면 빤한 이야기다. 그들의 삶에 다가가는 구체적인 정책이 중요하다. 그나마 동질감 느낄 만한 후보라고 생각했다. 이번에 내 지역구에 나온 다른 후보들은 여전히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다. 지역 개발과 발전 정책도 거기서 거기로 식상한 이야기들이다. 재개발이 어떻고, 경전철이 어떻고, 고시원이 어떻고, 이런 얘기들이다. 내 경우 우리 지역에 1인 가구가 많다는 점을 감안해서 1인 가구를 위한 임대주택, 청년을 위한 문화 정책을 중심으로 공약을 만들었다. 이런 것들이 젊은 유권자들로 하여금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는 후보, 우리의 삶을 이해하는 후보라고 생각하게 만들어 준 것 같다.

유럽의 극우 정당들은 젊은 아이콘을 보유하고 있다. 젊은 사람들 하고 싶은 이야기를 대변해 준다. 기성세대에 대한 반감, 난민 때문에 먹고 살기 힘들다는 생각 같은 것들을 공감한다. 이런 것이 극우적 방식이라면 진보진영은 다른 방식으로 청년 세대 공감을 얻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자신들과 동질성 가진 사람이면서 진보적인 정치인들과 이슈 파이팅이 필요하다.

진보와 좌파가 주는 대중적 이미지는?

이광 : 진보정당은 매력이나 친절이라는 단어와는 거리가 있는 것 같다고들 얘기한다. 실제 그런가 여부를 떠나 대중들에게 그렇게 느껴진다는 게 중요한 것 같다. 노회찬은 “좌파하면 좀 건방진, 비판만 하는, 냉소적인, 이런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고. 원래 좌파의 힘은 그게 아닌데.”라고 말한 적이 있다. 진보라든가 좌파 하면 떠오르게 하고 싶은 이미지가 있나?

이기 : 세련되고 멋진 이미지다. 특히 민주당 주류라고 하는 과거 386 그룹은 낡았다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80년대 민주화 운동 시기는 벌써 30년이 지났다. 그 분들이 아마 6.25 전쟁 이야기를 듣는 것과 지금 20대가 80년대 이야기를 듣는 거나 거의 같을 거다. 정의당도 마찬가지다. 민주노동당 좀 잘 나가던 시절도 이미 14년 전이다. 현재 일을 제대로 못하는 사람들이 과거를 말한다. 과거 역사만 파먹고 살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이광 : 정의당에 청년학생위원회가 있지 않나? 그런데 정확한 사실 관계는 알지 못해 잘못된 생각일 수도 있다는 걸 전제로, 청년위원회가 청년 대중과 함께 그들을 위한 사업을 실천하는 모습보다는 내부에서 자신들 간의 갈등을 노정시키는 모습을 더 보여주는 것 같다는 느낌이다.

이기 : 중앙당 차원에서 청년위원회는 없다. ‘청년이 당당한 나라 운동본부’가 있는데 질문한 것처럼 느끼는 것은 실제로 내부적인 분열이 지속되고 이런 일이 반복되기 때문이라고 본다. 사실 아주 오래전부터 그래 왔다. 청년 활동가 중에는 당 활동의 경험 등을 볼 때 조직적 훈련 경험 없는 사람들이 많다. 따라서 조직적으로 당 사업을 풀어나가는 데 익숙하지 않은 것 같다. 일 추진도 제대로 되지 않고, 추진 과정에서는 늘 싸움이 난다. 청년 단위 조직이 계속 망가지는 이유다. 여기에다가 청년들이 일할 수 있는 당 수준의 지원이 제대로 되고 있는 것 같지도 않다.

이광 : 실체와 무관한 이미지는 없는 것 같다. 정의당이 지금 말한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어떤 실체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나?

이기 : 사용하는 언어가 바뀌어야 한다. 과거 운동권 사투리 벗어나야 된다. 선배 세대들이 옛날 얘기를 즐겨하는 습관을 버려야 한다. 후배들을 가르치려 드는 행동을 그만 둬야 한다.

이광 : 진보정당의 유지와 발전이 녹록치 않은 환경인 것 같다. 정의당의 길고 오래 가기 위해 해야 할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되는 것 몇 가지만 꼽아 달라.

이기 : 이번 지방선거 결과를 보면 전체적으로는 진보정당 출신 당선자가 줄었다. 그런데 서울과 경기 지역은 늘어났다. 그외 지역의 경우 정치적 지형이랄까, 이런 부분이 서울처럼 변해 가고 있다고 본다. 영남 지역의 경우 노동 조직이라든지 다른 지역의 주민운동 조직이 상당수 해체되고 있으며, 이들은 빠른 속도로 민주당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 수도권에는 이미 그런 조직이 많이 사라졌다. 노동자나 농민 조직은 약화되거나 견고한 진보정당 지지 세력도 아닌 것 같다. 시민단체는 민주당에 가깝다. 우리 당의 기반으로서 조직이 없다.

따라서 조직의 힘을 빌어서 무얼 하기보다는 개인기든 당 조직이든, 뭐든 총동원해서 어려움을 극복하고 돌파하는 움직임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라고 본다. 기존에 진보진영이라고 했던 조직이 해체돼 가고 있는 것에 대한 대책은 필요하지만 이와는 별개로 상황을 돌파하고 뚫어낸 경험이 쌓이고 늘어난다고 본다. 나는 장기적 관점에서 비관적으로 보지 않는다.

문제는 이런 속도로 가서 언제 자리를 잡나, 하는 생각에 조급증이 생기고, 매번의 정치 일정마다 이런 저런 시도가 있었지만 결국 실패해서 다시 추락하는 경험을 반복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도약을 위한 노력과 의지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꾸준히 뚜벅뚜벅 실력을 쌓는 과정이라고 본다. 이번 선거에서 진보정당을 겪어 보지 않았던 출마자 수가 많다. 그들은 득표율과 무관하게 4년 후에 다시 도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좋은 사람도 많았고, 좋은 경험들도 많이 했다. 사실 재출마는 어려운 결정이다. 당 차원에서 같이 고민하고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

문재인 정부, 15년 전과 생각보다 별로 안 바뀌었다. 바뀐 건 통치 기술 정도

이광 : 문재인 정부에 대한 평가를 부탁한다.

이기 : 지방선거 끝난 이후 두 달이 지났다. 그 동안의 기대가 두 달 만에 다 무너졌다. 15년 전과 생각보다 별로 안 바뀌었다. 바뀐 것은 통치 기술 정도 아닌가 생각될 정도다. 지지율 잃지 않는 데에만, 정권 재창출 하는 데에만 모든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 같다. 이 추세로만 가면 큰 사고가 없는 한 정권 재창출은 가능할 수 있을 것 같다. 양극화 등 당면한 사회적 과제를 못 풀어도 워낙 자유한국당이 회생 기미 안 보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저 지금의 청와대와 여당은 왜 정치를 하고 누구를 위해 정권을 잡으려 하나, 이런 생각이 든다. 적어도 참여정부 4대 입법 같은 주요 정책을 내세웠다. 우선순위에 이견이 있었고 그 정책이 성공적이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무엇을 하고 싶어 하는 정부인지 잘 안 보인다.

이광 : 문재인 정부가 소득주도성장, 공정경제, 혁신성장을 내세웠다. 현 정부에 대한 평가가 야박하다. 의지는 있지만 실력이 딸린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는데.

이기 : 실력 문제도 있지만, 의지의 문제가 더 큰 것 같다. 남북 관계에 관해서는 굉장히 불투명하고 위태로운 상황과 조건에서도 확고한 전망과 의지 가지고 끌어왔다. 하지만 최저임금 등 경제사회 정책은 그렇지 않았다. 최저임금은 큰 폭으로 올리고 나서, 그 성과를 평가하기도 전에 산입 범위를 늘렸다. 보수 진영이 보기에 정부의 이런 움직임은 ‘찌르면 후퇴한다’는 시그널을 보낸 것이다. 올해 들어 최저임금 노동시간 단축 정책에 대해 보수 진영의 공격이 집중됐다. 사실과도 안 맞는 과도한 공 많았다. 현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했던 부분인데 그렇지 못했다. 또 소득주도성장론을 성공시키기 위한 수단이 최저임금 인상 하나로만 과도하게 집중되게 만든 것은 현 정부의 실력 부족일 수 있다. 현 정부가 경제사회 정책에 과감한 개혁 정책을 제시하지 못한 것은 지지율에 연연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이광 : 노회찬은 정치인 이기중의 삶에 어떤 존재였나?

이기 : 정말 큰 영향을 준 분이다. 권영길 전 대표는 처음 본 진보 정치인이었다. 2004년 총선을 치르면서 정치인 노회찬을 만났다. 진보정당의 정책과 메시지가 이만큼 많은 국민들에게 호응 얻을 수 있었고, 진보정치가 정말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이토록 널리 알려낼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아니면 불가능했다. 진보정당을 만들기 위해, 출범 이후에는 지키고 키우기 위해 보냈던 시련의 나날에도 현실에 뿌리를 내리고 미래를 낙관한 분이다. 그냥 버티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대중들에게 진보정치를 가깝게 할 수 있을까 끊임없이 고민하고 실천한 정치인이다. 누군들 그에게 영향을 안 받았겠나.

이광 : 노회찬은 10년 안에 진보정당 집권, 진보 대통령 탄생이 가능할 수 있다고 말했다. 10년 후 정치인 이기중을 한 번 그려볼 수 있나?

이기 : 아주 소박한 계획대로라면 서울시 의원이 돼 있을 것이고, 뭔가 격변이 일어났다면 당의 중요한 정치인이 될 수도 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이광 : 격변이 일어나기를 바란다.(웃음) 노무사 일은 병행하기 어려울 것 같은데, 기초의원 세비도 많은 액수는 아닌 것 같다. 경제적인 환경이 어떻게 바뀔 것 같나?

이기 : 일단 겸직은 가능. 그런데 전에도 노무사 일 많이 한 건 아니다. 해고 사건만 맡아서 처리했다. 의정활동 적응되면 병행할 생각도 있다. 기초의원 세비는 연봉 기준 4,000만 원 수준이다. 빚을 좀 줄일 수는 있을 것 같다.

이광 : 지역 정치를 하면서 동네 유권자와 술을 많이 자주 마신 걸로 알고 있다. 접대용 주량 말고 실제 주량은 어느 정도 되나?

이기 : 컨디션 좋으면 소주 2~3병 정도 마신다. 최대 주량이다.

이광 : 작곡한 음악이 있나?

이기 : 휴학 기간 포함해서 작곡과를 다섯 학기 다녔다. 과제로 써냈던 작곡도 있고 대중가요도 만들었다. 아직 악보는 다 가지고 있다.

이광 : 연주도 했나?

이기 : 혼자서 해 본 적은 있다. 당원 모임에서 자작곡을 연주한 적도 있다. 지역 노래 모임에서도 했다. 진보신당 시절 당가 공모에 응모해서 2등을 했다.

이광 : 작곡과를 다녔던 사람으로서 ‘소연가’를 품평해 보면?

이기 : 본인이 방송에 나와 부른 것, 음정을 조절해서 피아노 반주로 편곡한 것, 추모제에서 합창단이 부른 것이 사실 다 다른 곡이다. 노 의원이 노래를 잘 부르는 분이 아니라 본인이 생각한 곡과 부른 곡이 달랐을 거고, 아마도 본인의 의도대로 만든 곡이 본인 목소리를 조절해서 만든 두 번째 버전인 것 같다. 좋은 곡이고, 특히 가사가 상황과 맞다보니까 먹먹하게 만드는 그런 곡이다. 요즘도 계속 머릿속에 맴돌고.

이광 : 인생의 책이나 영화가 있으면 소개해 달라.

이기 : 책은 <이기적 유전자>다. 워낙 유명한 책인데, 인간이 약육강식을 거부하고 사회를 만들고 약자를 보호하고 연대하는 것이 ‘적자생존’의 원칙에 맞는 일이라고 말하는 것으로 이해했다. 진화심리학은 본능적인 성차를 강조해서 종종 페미니즘의 비판을 받기도 하는데, 즉자적인 본능을 거부하고 통제해온 것이 인간의 진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지금도 진화하는 중이고.

영화는 <박쥐>다. 청교도적인, 본인에게 매우 엄격한 신부가 뱀파이어가 돼서 참다가 사람들을 공격하기 시작하고 친구를 죽이고 그 부인과 자기도 하고 그 여자를 흡혈귀로 만들고 막 나가다가 결국 마지막에 자살을 선택한다. 흔히 하는 우스개 소리로 “개량주의자는 변절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너무 지키기 힘든 원칙과 이상을 가지고 살아가던 사람일수록, 자기가 세운 원칙에서 한 발자국만 벗어나면 그 순간 ‘나는 변절자다’고 스스로 생각하고 그 다음부터는 스스로의 원칙과 이상을 모두 내팽개치는 경우가 있다. 현실의 굴레 속에서, 원칙과 현실 사이에서 끊임없이 고민하고 때로 타협하고 때로 선을 그으면서 자신의 궤적을 그려나가는 것이 진보정치인의 삶 아닐까.

이광 : 백주 대낮 대로변에 큰 글씨로 써서 자기를 잘 생긴 사람으로 소개한 적이 있다. ‘잘 생긴 노무사 분이 상담해 드려요.’ 정말 그렇게 생각하나?

이기 : 하하, 그거 내가 쓴 건 아닌데. 음, 평균 이상은 된다고 생각한다.(웃음)

‘四十而不惑’ ···
유혹에서 벗어난 게 아니라 온갖 유혹에 빠질 나이이고 이를 경계하라는 뜻

이광 : 이 의원은 곧 40이 된다. 노회찬 의원이 사석에서 말한 불혹에 대한 해석이 생각난다. ‘四十而不惑’을 우리는 나이 마흔이 되자 온갖 유혹에서 벗어났다고 푼다. 개인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곤 했는데, 노 의원은 이 구절을 ‘나이 40이 되면 온갖 유혹에 빠져든다, 여기에 걸려 넘어지지 말라, 즉 유혹에 빠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했다. 오십이 되면 천명을 알았다가 아니라, 천명을 알아야 되고, 이런 식이다. 이 의원이 벗어나야 할 유혹은 어떤 것들이 있다고 보나?

이기 : 유혹이라…… 별로 유혹에 빠질 일이 없을 것 같다. 삼성에 근무했던 김용철 변호사가 이런 식으로 말한 것이 기억난다. “사람들이 유혹을 거절하고 잘 했다고 말하는데, 유혹이라는 것도 능력이 있어야 오는 거다. 그래서 이런 건 자기 자랑 같은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도 난 유혹에 빠질 일이 별로 없을 것 같다. 다만 한 가지를 꼽자면 게으름 피우고 싶은 유혹이다. 게으름의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 같다.

사람들은 흔히 진보정당 사람들한테 당을 갈아타라는 말을 한다. 거기 가면 배지를 여기보다는 쉽게 달 수 있을 것이라면서. 그런가 하면 진보정당 하는 것 때려치우고 잘 먹고 잘 사는 길을 찾아가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만약 민주당에서 자리도 돈도 다 보장해 줄 테니 오라고 하면 유혹이겠지.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넘어간 사람들이 다 공천 받은 것도 아니고, 결국 거기 가서도 치열한 노력을 해야 성취할 수 있는 거다. 그런 면에서 민주당을 선택하는 것이 유혹에 넘어간 것이라고 생각되진 않는다. 물론 그래도 민주당 가는 게 개인적으로도 가능성이 높은 시점이란 게 있을 수 있는데, 내가 신념이 강해서가 아니라 그런 고민을 해본 적이 없어서 안 가지 않을까 싶고. 잘 먹고 잘 사는 것도 마찬가지다. 내가 지금 돈 벌겠다고 마음먹는다고 돈을 벌 수 있는 게 아니라(웃음).

이광 : 마지막으로 노회찬 의원에게 하고 싶은 말 한마디 해 달라.

이기 : 미안하고 고맙다. 당신을 본받아서 훌륭한 정치인이 되겠다. 당신의 뜻에 따라 정의당을 집권 정당으로 만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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