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당 바깥 좌파·녹색당 약진
        2006년 05월 06일 12:0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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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일(현지시간) 치러진 영국의 지방선거가 예상대로 노동당의 참패로 끝났다. 하지만 노동당 바깥의 좌파와 녹색당은 약진을 보여 이번 선거는 노동당의 잇단 실책에 대해 유권자들이 심판을 내린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지난 2004년 노동당에서 축출당한 좌파 정치인 존 갤러웨이가 만든 리스펙트(RESPECT; 평등, 사회주의, 평화, 환경, 공동체, 노동조합 등 좌파의 가치들에 대한 존중을 의미)는 런던시 자치구 타워 햄릿츠에서 11석을 추가한 것을 비롯해 총 16석의 의석을 추가했다.

    특히 노동당의 표밭으로 여겨진 타워 햄릿츠에서 리스펙트는 기존에 의석이 1석뿐이었는데 이번에 12석이 되면서 자유민주당, 보수당을 제치고 제2당으로 급부상했다. 노동자계급과 빈민층, 이민자들이 모여사는 이스트엔드 지역에 위치한 타워 햄릿츠 주민들은 이라크전 참전과 사회복지 축소 등에 실망해 리스펙트에 표를 몰아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영국 녹색당도 찰스 클라크 전 내무장관의 지역구인 노르위치에서 9석을 얻은 것을 비롯해 의석이 20석이나 늘어났다. 기존에 지방의원이 72명이었던 녹색당은 이번 선거에서 1백석으로 늘리겠다는 목표에는 못 미쳤지만 개표결과에 상당히 만족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노동당, 보수당, 자유민주당 등 기존 정당에 실망한 유권자들이 녹색당을 선택했으며 특히 이번 선거에서 보수당을 비롯해 기존 정당들이 경쟁적으로 환경의제를 강조했지만 환경에 관한 한 실생활에 밀착해 환경문제를 꾸준히 이슈화한 녹색당이 승리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편, 노동당은 집권 9년만에 최악의 성적을 냈다. 선거 직전 여비서와의 섹스 스캔들이 드러난 존 프레스콧 부총리의 섹스 스캔들, 외국인 범죄자를 추방하지 않고 석방한 찰스 클라크 내무부 장관, 국영의료서비스(NHS) 위기를 초래한 패트리샤 휴이트 보건부 장관 등 각료들의 추문과 실책이 거듭되면서 노동당은 이번 선거에서 참패할 것이 예상됐었다.

    실제로 이번 선거에서 노동당은 의석이 319석이나 줄어들었다. 18곳에서 다수당 자리를 내줬을 정도. 투표율로 보면 노동당은 26%를 획득하는 데 그쳐 보수당(40%), 자유민주당(27%)에 이어 제3당으로 내려앉았다.

    선거 직후 토니 블레어 총리는 클라크 장관을 경질하고 프레스콧 부총리의 역할을 축소하는 등 개각을 단행했지만 선거참패의 여파는 계속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전직 각료들이 블레어 총리의 사임을 요구하고 있고 하원의원들 사이에서도 이같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노동당 안팎의 사임압력에도 불구하고 블레어 총리는 여전히 ‘버티기’를 고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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