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좁쌀, 레드 콤플렉스, 대추리 그리고 한미 동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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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05월 06일 11:08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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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기를 ‘좁쌀’로 생각하는 편집증 환자가 있었다. 그래서 이 친구는 닭한테 쪼아 먹힐까 봐서 바깥을 못나간다. 대략 난감한 상황이다. 큰맘 먹고 정신과 치료를 받으러 갔다. 4주 동안의 치료 후 드디어 자신이 좁쌀이 아니라는 ‘인식의 전환’을 성취했다.

    의사 왈 “어때요, 지금도 자신이 좁쌀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좁쌀인간 왈 “어디요, 선생님도, 아직도 제가 미쳤다고 생각하세요?” 흐뭇해진 분석가 왈 “그럼, 이제 닭이 무섭지도 않죠?” 이 친구 왈, “그건 얘기가 다르죠. 닭은 항상 저를 쪼아 먹으려고 기다리고 있어요.” “아니, 이제 자신을 좁쌀로 생각하지 않는다면서요?” “그건 제 생각이죠. 닭도 그렇게 생각할까요?”

       
     
    ▲4일 오전  평택 미군기지 이전터에서 평택 주민들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철조망 설치 작업을 위해 동원된 군 트럭을 몸으로 막고 있다./신영근/사회/ 2006.5.4 (평택=연합뉴스)

    웃을 일이 아니다. 우리 사회에 이런 사람 참 많다. 레드콤플렉스에 빠진 분들, 북한이 남한을 쪼아 먹을 거라는 공포는 거의 편집증 수준이다. 이분들한테 남한의 군사력은 ‘좁쌀’이 아니라고 말해 봐라. 게다가 세계 최대 군사강국 미국이 우리를 지켜주고 있지 않느냐고, 오히려 닭한테 쪼아 먹힐 공포에 사로잡힌 건 북한이라고 말해 줘 봐라.

    그들은 이렇게 얘기한다. “맞는 말이다. 우리 한국은, 아니, 은혜로운 우리 미국은 좁쌀이 아니다. 하지만, 북한도 그걸 알고 있을까?”

    그렇기에 한미동맹은 한 치의 흔들림도 없어야 한단다. 그런데, 어쩌나? 미국은 북한 방어는 남한에 맡기고 자신은 이슬람 산유국과 신흥 제국 중국을 치기 위해 유연하게 움직여야겠단다. 제 코가 석자란다. 이라크도 못 이겼는데, 이란과 전쟁하려니 영 엄두가 안 난다. 게다가 중국은 자꾸 ‘닭’스러워진다. 하여, 옛날의 적국 일본과 군사 합병했다.(5월 2일. 미․일 주일미군 재배치 합의) 일본한테는 ‘대일본제국’의 꿈을 부활시켜주면서.

    그러니, 독도 문제로 전쟁도 불사하겠다던 분들 정말 ‘좁쌀’ 됐다. ‘아이, 왜 이러셔. 우리는 어쩌라구…’ ‘이게 다 빨갱이 놈들 때문이다. 미군의 심기가 얼마나 불편했으면 저러시겠냐’라는 울분을 터뜨린다. ‘빠드득, 갈아먹어도 시원찮을 대추리놈들…’

    편집증이 무서운 건 그것이 영혼을 잠식할 뿐만 아니라 삶의 공간을 잠식하기 때문이다. 닭 공포증에 빠진 사람에게 닭은 양계장에만 있는 게 아니라 대문 밖에도 있고 마당에도, 심지어 냉장고 속에도 있다.

    그래서 광장에도 못 나가고, 길거리 산책도 못하고, 문밖에도 못나가고, 방밖에도 못나간다. 자꾸자꾸 활동영역이 줄어들고, 삶을 영위할 공간을 잃어버린다. 농사도 못 짓고, 놀지도 못한다. 그렇게 말라가고 쪼그라들다 생명까지 잃어버린다.

    그들의 공포는 진실이었다. ‘닭’이 그들을 먹어 버린 것이다. 미일동맹 때문에 팽 당할까 두려운 분들 장차 대추리뿐만 아니라 시청, 아니 청와대까지 미국한테 바치자고 하지 않을까?
    닭 공포증에 빠진 좁쌀들 때문에 우리의 삶의 터전이 줄어들고 있다. 우리의 생명이 사그라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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