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판교 사태'에서 길어올린 좌파적 상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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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05월 05일 02:1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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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동남쪽 어디인가, 아마 성남 밑인가 용인 밑인가 어디에 판교라는 데가 있다. 나로서는 가끔 연휴 때면 텔레비전 뉴스에서 경부고속도로 판교 근처가 많이 막힌다 아니 풀린다는 소리를 들을 때 기억뿐인 판교다. 어쨌든 판교 아파트 청약자만 47만 명이었다니, 판교 로또가 관심거리인 사람이 얼추 수백만 명이라는 것이다.

    집이라는 것은 한국처럼 추운 겨울이 있는 나라에서는 사람이 살아남기 위한 기본이다. 아무리 가난해도 방 한 칸은 있어야 겨울 찬바람에 얼어 죽지 않는다. 한국인에게 집이란 단순한 재산이나 재테크의 대상 이상이다. 그 이전의 생존 문제다.

    한국인의 두 가지 원초적 불안, 전쟁과 집

       
     ▲지난 3월 29일 대한주택공사의 판교신도시 임대 및 분양 아파트 청약 현장접수대가 몰려든 인파로 붐비고 있다./김현태/사회/ 2006.3.29 (성남=연합뉴스)

    현대의 한국인에게는 두 가지 원초적 불안이 있다. 하나는 전쟁이고 또 하나가 바로 이 집이다. 전쟁 문제는 한반도의 통일이나 항구적 평화체제를 통해 해소돼야 하겠지만, 집 문제는 언제든 우리 남한의 인민끼리 합의만 하면 해소할 수 있다. 이 두 가지 원초적 불안 가운데 하나가 제거된다면, 인민의 정신적 행복은 거의 무한대이거니와, 이로 말미암아 사회 전반이 크게 활력을 얻을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간단히 생각한다. 누구에게나 최소한의 주거 공간은 나라에서 공짜로 보장해줘야 한다고. 공짜로 집을 주면 집을 얻기 위해 지금처럼 아등바등 저축하지 않을 것이니 안 된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한국인에게 집이 단순한 경제적 주거공간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이고, 원초적 불안의 문제라고 생각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이 원초적 불안에서 비롯하는 수많은 인민의 인격 형성과 발달 문제, 인간관계의 긴장, 사회 갈등으로 인한 총 비용을 생각해 보라. 결코 내가 열심히 일한 돈으로 남에게 공짜로 집을 줄 수는 없다고 고집할 일은 아니다. 내게도 충분한 대가가 돌아오는 것이다.

    한국 부자들, 거시적 안목의 공동체관이 필요하다

    이 점에서, 한국사회의 대다수, 특히 부자들은 거시적 안목이 부족하다. 재테크에만 거시 안목에서 장기 투자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바로 사회적 행복의 총량이 늘어남에 따라 나와 내 가족의 인생 행복의 총량도 늘어난다는 거시 안목의 공동체관이 필요하다.

    돈은 문제가 아니다. 찢어지게 가난한 사회에서는 그 기준에 맞는 움막집이든 판자집이든 주면 되고, 나라 전체의 생활수준이 높아지면, 거기에 걸맞게 최저 기준도 같이 올리면 될 뿐이다. 집과 땅의 소유권은 국가가 가진다.

    물론 우리의 생활이 항상 ‘최저 수준’에 머물러야 할 이유는 없다. 능력이 되고 소원이 있는 이들은 더 나은 개인 소유의 집을 마련해서 나가면 된다. 간단히 말해 기업에 국영기업과 민간기업이 있듯, 주택도 국영주택과 민간주택 2원체제로 나가면 된다.

    국영주택-민간주택 2원 체제로 나가자

    나는 판교가 어디인지 별 관심 없다. 지난 4월 달이 좀 추워서 작년보다 보일러 기름 값이 더 들었고, 인생에 몇 십 번 밖에 남지 않은 봄인데 개나리, 진달래, 벚꽃을 제대로 보지도 못한 채 지났다는 것이 아쉽다.

    내가 관심이 좀 있다면, 이번의 판교를 비롯해 성남, 분당, 용인 등 서울 동남부 지역이 거의 한국 제3의 인구, 부의 밀집지대가 되는 데 비해 이곳에서 영남, 호남권으로 이어지는 간선철도망이 아직 없다는 것이다.

    이전에 경부고속철도 얘기가 처음 나왔을 때, 지금의 경부선을 따라가는 노선이 아니라 서울-이천-충주-상주-대구로 이어지는 제2 경부노선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다. 이 길은 과거 임진왜란 때 일본군이 북상하던 길이거니와, 경부 축을 잇는 최단 직선거리다.

    비록 채택되지는 않았지만, 이 주장은 한국사회의 경제적, 사회적 공간구조에 상당한 통찰력을 준다. 경부 축을 2원화하는 것이 국토의 균형발전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교통 경제에서 한국사회가 지나치게 자동차 도로교통에 의지하고 철도 교통이 부족한 것을 바꿔야 한다. 물론 현재 정부는 이천에서 충주-상주로 이어지는 중부철도 노선을 추진하고 있으나, 이 노선은 서울 동남부를 기점으로 하는 제2의 경부철도가 될 때에야 제 효과를 발휘할 것이다.

    거시적 공간구조론에 입각한 판교의 좌파적 대안을 내야

    철도가 강조되는 것은 단순히 경제적 효율이나 에너지 비용 절감 차원만은 아니다. 철도는 도로 교통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난한 이들에게 더 도움이 된다. 이런 점에서 철도를 진보 좌파의 한 표상으로 부각시킬 필요가 있다.

    철도가 가는 곳에 진정한 도시 공간의 축이 형성되고, 철도를 주도하는 자가 바로 이 공간의 주도자가 된다. 그리고 도시 공간이 어떤 구조로 형성되는 지에 따라 그곳의 정치 구조가 좌우된다. 좌파가 우파가 만든 부작용의 뒤치다꺼리만 하며 따라다니는 수동적 정치를 넘어서려면, 어디에선가부터 좌파가 주도하는 사회 공간을 만들어 나가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판교에 좌파가 개입할 일이 있다면, 첫째는 판교 안에 가난한 이의 공간을 확보하고, 둘째는 판교의 중장기적 발전과 방향을 좌우할 거시적 공간 구조론에 좌파적 대안을 주도함으로써 판교 전체를 주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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