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당·자유당 특활비 합의
    표창원 “많이 실망···특활비 포기해야”
    참여연대 "특활비 유지는 국민을 우롱하는 것"
        2018년 08월 09일 03:4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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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영수증 처리를 전제로 국회 특수활동비를 폐지하지 않고 그대로 사용하기로 합의했다. 정의당·바른미래당은 물론 민주당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표창원 민주당 의원은 9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외유성 출장, 불체포 특권 남용 등 숱한 문제가 있기 때문에 비상한 상황임을 인식하고 과감하게 특활비를 포기해야 했다”고 말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홍영표·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전날 회동에서 영수증 처리를 통해 특활비를 계속 받는 것에 합의했다. 특활비 상당 부분이 업무추진비 성격으로 쓰이고 있기 때문에 영수증 첨부해 투명하게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회동에 참석했던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30분만에 자리를 뜨며 특활비 전액을 반납하겠다고 밝혔다.

    표창원 의원은 이러한 양당의 합의에 대해 “실망이 많이 된다”면서 “대한민국의 정치가 상식에 맞는, 국민 눈높이에 맞는 수준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특활비가 없으면 안 되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저는 없어도 된다고 생각한다”며 “2년 남짓 국회의원 생활을 한 입장에서 봤을 때 그동안 국회가 나쁜 관행에 너무 오래 젖어 있었다는 흔적들이 많이 보인다”고 비판했다.

    고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가 생전에 발의했던 특활비 폐지 법안은 국회의원 12명의 서명을 받는 발의 요건을 간신히 채워 발의된 바 있다. 당시 공동발의자로는 정의당 의원 전원과 박주민·표창원·서형수 민주당 의원,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 김광수 민주평화당 의원, 김종훈 민중당 의원이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거대양당의 합의로 고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가 대표발의한 특활비 폐지 법안 역시 자동 폐기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표 의원은 “노회찬 의원의 유작, 마지막 남기신 법안을 성의 있게 처리하리라 전혀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표 의원은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로 정해진 기간 동안 일을 하는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끼리의 어떤 동료애도 조금 문제가 있다고 본다”며 ‘침묵의 카르텔’이 “존재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치는 원래 그런 것인 것처럼, 국회는 그렇게 돌아가는 것인 것처럼 가지고 있었던 고정관념 이제는 깰 때가 됐다”고 덧붙였다.

    국회 특활비 폐지를 주도했던 정의당도 양당의 합의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이정미 대표는 이날 오전 상무위 회의에서 특활비 전체 금액은 그대로 둔 채, 업무추진비, 일반수용비, 특수목적경비 등 다양한 경로로 쪼개 쓰겠다는 꼼수”라며 “국민들은 쌈짓돈 자체를 없애라고 했지, 쌈지만 바꿔서 다시 사용하라고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특활비가 업무추진비 성격이라 유지하겠다’는 양당의 주장에 대해 “국회는 업무추진비가 부족해서 특활비를 받은 게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 대표는 자신이 속한 환경노동위원회 사례를 들어 “올해 4천 5백만 원가량의 업무추진비를 배정받은 상태다. 의정에 필요한 경비를 이미 받은 상태에서, 교섭단체들은 또다시 특활비 명목의 돈을 꼬박꼬박 챙겨왔다”며 “이 돈이 그동안 어떻게 쓰였는지 명확한 용처를 밝힌 의원은 단 한 명도 없다. 특히 특활비는 의원들끼리 의도가 불분명한 봉투가 오가는 방식으로 우리 정치를 왜곡시켜왔다”고 비판했다.

    특활비 폐지를 당론으로 정한 바른미래당 내에선 국회 보이콧까지 언급되고 있다.

    하태경 의원은 이날 오전 원내정책회의에서 “우리당이 특활비 폐지에서 좀 더 단호한 태도를 견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특활비 즉각 폐지에 대한 국회 보이콧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하 의원은 “특수 활동비는 특수 활동하라는데 쓰라고 있는 돈이다. 영수증을 제출할 수 있는 일반 활동을 하면 특수 활동비를 쓰면 안 된다. 일반 활동비를 써야 한다”면서 “특활비는 투명한 것이 아니라 폐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여연대도 이날 논평을 내고 “국회의 의정활동과 입법활동에 필요한 예산은 이미 책정되어 있다”며 그럼에도 특활비를 유지하겠다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일말의 반성도 사과도 없이 영수증 증빙처리만 하면 문제될 게 없다는 식의 합의를 했다”며 “조삼모사식 양성화가 아니라 특수활동비를 즉각 반납하고 내년 예산에서 전액 삭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국회가 20대 국회의원 특활비 지급내역 공개를 거부하고 항소한 것에 대해서도 “패소할 것을 알면서도 국회사무처가 현역 의원들의 눈치를 보느라 시간끌기용 소송을 반복하고 있다”며 “문희상 국회의장은 소모적인 소송을 중단하고 지금이라도 특활비 자료를 공개하라”고 강조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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