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디앙 시]잘려나간 손마디가 더욱 붉다
        2006년 05월 04일 01:1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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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려나간 손마디가 더욱 붉다

    – 조성웅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

    아침 출근 버스 안
    손가락 마디 7군데가 잘려 나간 늙은 노동자를 보았네
    엄지손가락 하나 남은 오른 손
    손잡이를 간신히 잡고 있네
    버스가 흔들릴 때마다 몸 전체가 위태했네
    참혹한 고통이 지난 이후에도
    살아남은 몸은 일자리를 찾아 해맸네

    늙은 노동자 잘려나간 손마디가 더욱 붉네
    잘려나간 손마디의 통증처럼
    그라인더 공의 아침, 굳어진 손 마디마디의 통증이 닮아 있네
    저 잘려 나간 붉은 손마디가
    인간과 일하는 소 사이의 중간쯤에 위치하고 있는 하청노동자의
    서러움과 분노를 닮아 있네
    힘줄이 팽팽하게 당겨지네

    늙은 노동자 부끄러이 손 감추지 않았네
    눈빛 하나 흔들리지 않았네
    조용하다고 분노가 없겠는가
    조용하다고 희망을 잃었겠는가
    안타깝게 바라보는 눈빛을 오히려 부그럽게하는
    허튼 구석 하나없는 저 몸짓 속에서
    마지막을 미리생각하지 않는 노동자의 자존심이
    새살처럼 자라나고 있었네
    고통의 내면까지 닮아버린 우리는 하나
    현장으로 출근하는 내 가슴에
    잘려나간 손마디, 붉은 마음이 들어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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