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은산분리 규제완화?
전성인 "박근혜 정책 계승 오명 들어도 할 말 없어"
    2018년 08월 09일 01:2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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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인터넷전문은행에 한정한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뜻을 공식적으로 밝히면서 “공약 파기”라는 시민사회·학계의 비판이 줄을 잇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 내에서도 “작은 구멍 하나가 둑 전체를 무너뜨릴 것”이라고 우려가 나온다. 카카오·K뱅크에 대한 은산분리 완화가 결국은 재벌 대기업의 은행업 진출의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7일 서울시청 시민청에서 열린 ‘인터넷 전문은행 규제혁신 현장 방문’에서 “은산분리는 우리 금융의 기본원칙이지만, 지금의 제도가 신산업의 성장을 억제한다면 새롭게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은산분리를 통한 인터넷전문은행 활성화는) 국민의 금융 편익을 더욱 확대할 뿐 아니라, 인터넷전문은행, 더 나아가 IT, R&D, 핀테크 등 연관 산업의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것”이라며 “금융권 전체의 경쟁과 혁신을 촉진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은산분리 완화는 규제완화의 시작”
“박근혜 정책을 계승·발전하겠다는 것”

정부는 K뱅크가 은산분리 규제 때문에 증자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에 규제를 풀어줘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K뱅크의 실패 원인에 관해선 학계의 견해는 다르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9일 오전 KBS 라디오 ‘최강욱의 최강시사’와 인터뷰에서 “은산분리 규제가 적용되는 상황에서 K뱅크와 카카오뱅크가 거의 비슷한 시기에 출범을 했는데 카카오뱅크는 총 자산 10조짜리의 은행으로 성장한 반면, K뱅크는 그것의 5분의 1에도 못 미치고 있다. 똑같은 규제 환경이었는데 은산분리 규제 때문에 실패했다고 말 할 수 없다”며 “K뱅크가 실패한 것은 현행 은행법 하에서 충분한 증자능력이 있다고 한 말이 거짓말이었던 데에 원인이 있다”고 지적했다.

‘K뱅크 살리기’를 위해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하는 것 자체도 특정기업에 대한 특혜지만, 카카오뱅크의 사례를 감안하면 K뱅크의 실패의 원인이 은산분리 규제에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은산분리 완화의 진짜 목적이 인터넷전문은행 활성화가 아니라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전 교수는 은산분리 완화가 본격적인 규제완화의 신호탄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전 교수는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과 작년까지는 매우 확연하게 은산분리 규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때문에 (갑자기 은산분리 완화를 추진하는) 뒷배경에 관한 이런저런 얘기가 나오고 있다”며 “현재 적기시정조치까지 예견되는 K뱅크 인가의 부실을 은폐하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과 또 하나는 일종의 트로이 목마다, 다른 규제완화가 진정한 목표이고 (은산분리 완화는) 이것을 은폐하기 위한 시선분산용이라는 관측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은산분리 규제 완화 이후에 규제프리존법, 서비스산업발전법, 규제샌드박스법, 개인정보보호 규제 완화 등 박근혜 정부의 규제 완화 입법을 다시 추진할 뜻을 나타냈다”며 “이 정도면 ‘박근혜 정부냐’는 얘기가 나올 수도 있기 때문에 그게 부담스러우니까 은산분리 완화 내세워서 두드려 맞고 나머지 슬그머니 가자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고 덧붙였다.

전 교수는 “(은산분리 완화는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의) 우클릭”이라며 “요새 보이는 행동을 보면 우클릭 정도가 아니라, 박근혜 정부의 정책을 계승 발전시키겠다는 오명을 받아도 할 말이 없게 됐다”고 비판했다.

특히 그는 “문제는 은산분리 규제완화 정도가 아니다”라며 “전체적으로 박근혜 정부의 정책을 계승하고 대통령이 재벌총수와 독대하고 재벌총수는 또 다른 자리에서 경제부총리를 만나서 자기네들이 판매하는 제품 가격 올려달라고 부탁하고 이게 사실은 정경유착으로 가는 것 아니냐. 그렇게 되면 재벌개혁은 물 건너가는 것 아니냐, 이런 걱정이 앞설 수밖에 없다”고 질타했다.

“재벌대기업 아닌 ICT기업에만 대주주 자격 부여해 금융혁신”

더불어민주당도 은산분리 당론을 뒤집었다. 야당 시절 박근혜 정부의 은산분리 규제완화에 극렬하게 반대해왔던 민주당은 여당이 되자 은산분리 완화가 대기업의 사내유보금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라는 등의 기묘한 논리를 펴며 사실상 당론을 파기했다.

김병욱 민주당 의원은 은행법을 손보는 게 아니기 때문에 은산분리 완화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특히 ICT(정보통신기술) 기업에 한해서 대주주 자격을 부여해 재벌대기업의 진출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이날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인터넷전문은행 규제 완화는 은산분리의 대원칙을 훼손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은행법을 개정하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을 만들어서 일부 은행에 한해서만 이렇게 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보유 한도를 4%에서 34%로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은산분리 완화 특례법 공동발의자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인터넷전문은행 허가 과정에서 대주주의 적격성 심사를 한다”며 “ICT기업에 한해서 인터넷 전문 은행의 대주주 자격을 주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한다면 큰 문제는 없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벌 대기업이 아닌) 일반 기업에서 ICT 기업, 혁신 기업이 핀테크 산업에 앞장서서 나서는 것이 저희가 원하는 것”이라며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IT, ICT 기업이 인터넷 전문 은행의 경영을 주도하고 그 기술을 바탕으로 핀테크 산업을 육성하고 더 나아가서 금융의 혁신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업 사금고 우려에 대해서도 “(산업자본이 인터넷은행의) 지분을 (34%까지) 소유하게 하더라도 총수가 있는 대기업 집단은 대주주가 되지 못하게 하고 있고, 대주주 대출 제한, 대주주 발행 증권 취득 제한 등 은산분리 원칙을 훼손했을 때 나타나는 부작용이 없도록 입법에 반영을 했다”고 했다.

대기업 말고 ICT 기업에만 대주주 자격 부여? “말장난”
카카오·네이버 등 모두 인터넷은행 할 수 없는 상황
남는 건 “SK텔레콤, 삼성SDS”…사실상 재벌 위한 규제완화

그러나 은산분리 완화에 반대하는 정의당은 민주당의 이런 주장이 ‘말장난’에 불과하다고 맹비판하고 있다.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이날 오전 같은 매체에서 “은산분리 원칙을 깬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며 “나중에 일반 은행이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면서 ‘우리도 규제 풀어 달라’고 하면 그때는 어떻게 할 건가. 작은 구멍 하나가 둑 전체를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추 의원은 ‘ICT 기업에 한해서만 인터넷전문은행을 갖도록 허가해줄 것’이라는 여당의 주장에 대해 “K뱅크는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은산분리를 완화해도 3년 동안 투자가 어렵고, 카카오는 이미 그룹 규모가 은행 떼고도 8조가 넘어서 카카오뱅크를 편입하는 순간 10조 턱밑까지 오는 상황이다. 네이버는 현재 그룹 규모가 7조가 넘기 때문에 3조 이내에서만 은행 업무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인터넷은행을 해도 이윤을 낼 수 없고, 인터넷파크는 개인 정보 유출로 문제가 된 기업”이라며 “정부 여당 주장대로 대주주 자격 요건 반영해서 진입할 수 있는 ICT 기업은 SK텔레콤, 삼성SDS밖에 남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SK·삼성그룹이 인터넷은행업을 할 순 없지만 계열사를 따로 떼어내서 보면 대주주 자격이 주어진다는 것이다. 사실상 재벌대기업에 인터넷은행의 길을 터주기 위해 은산분리를 완화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은산분리 완화로 일자리 창출까지 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선 “금융당국 책임자에게 일자리 창출 등 은산분리를 완화를 해서 받는 긍정적인 파급 효과에 대해 물어봤다. ‘일자리에 대한 부분들, 당장 묻지 마라’는 답변만 돌아왔다”면서 “불확실성을 두고 은산분리라는 금융 정책의 대원칙을 무너뜨리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내에서도 이견
외촉법, 투자·고용 예측 다 틀려…은산분리 효과는 검증됐나
당내 토론 없이 당론 변경에도 반발

은산분리 완화에 대해선 당내에서도 이견이 첨예하다. 은산분리라는 대원칙 훼손에 대한 비판도 있지만, 당내 소통 없이 당론을 뒤집은 것에 대한 반발이 강한 것으로 보인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전 MBC 라디오 ‘이범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야당 시절에 줄기차게 은산분리 완화에 대해 반대해왔다”며 “인터넷은행이 들어오는 것에 대해선 여야 할 것 없이 다 찬성했지만 대주주의 지분율을 높이는 부분과 관련해선 민주당은 ‘특례법이라도 은산분리 원칙을 위배하는 것이다’, ‘한번 열어놓게 되면 여러 가지 문제점이 생길 수밖에 없다’, ‘ICT기업이든 뭐든 대주주의 모기업이 재무적인 큰 위기가 있었을 경우 사금고화 하기 위한 유혹 떨치기가 쉽지 않다’, ‘다 감시할 수도 없다’는 것에 우려를 표했었다”고 전했다.

박 의원은 당 지도부가 당내 의견 수렴도 없이 당론을 변경한 것에 대해서도 우회적으로 불만을 표했다. 그는 “정당이 적절한 토론, 합의 과정을 통해서 당론 변경하는 건 충분히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런데 몇 가지 쟁점사안들에 대한 이견이 해소되지 않거나 시민단체나 전문가집단의 우려가 존재할 땐 충분히 토론하고 이견을 해소하는 등 정당 안에서의 민주주의를 충분히 집행한 후에 진행해야 한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 처리된 외국인투자촉진법 사례를 들며 인터넷은행에 대한 은산분리 완화 정책의 효과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박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3년 국회 시정연설을 하러 와서 외국인투자촉진법을 통과시켜 달라고 하면서 ‘이 법이 통과 되면 2조 3000억 원의 투자가 있을 것이고 무려 1만 4000명이 일자리가 생긴다. 왜 반대하느냐’고 했다. 이 법은 다음 해 1월 1일에 통과가 됐다”며 “2015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정부 측에 (투자와 일자리가 얼마나 늘었는지) 확인한 결과, 직접고용은 170명, 투자도 1조 2300억의 반토막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 당시 SK종합화학과 GS칼텍스 등 대기업을 위한 특혜 아니냐고 했던 논란을 불러일으키면서까지 했는데, 결과가 이렇게 나왔다고 하면 관료들이 예측하고 주장하는 통계들이 틀릴 수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부분을 돌이켜 보면 인터넷은행의 일자리 효과 등등에 대한 예측이 과연 맞는지에 대해서도 꼼꼼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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