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거제도 개혁 본격화
    문제는 민주당, 침묵 일관
    정의당·민주평화·바른미래 이어 자유당도 긍정적, 민주당만 묵묵부답
        2018년 08월 08일 05:5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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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에서 선거제도 개편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정의당·민주평화당·바른미래당 등이 논의를 주도하는 동시에 자유한국당도 비례성을 강화하는 선거제도 개편 문제에 긍정적인 입장으로 돌아섰다. 일부 야당들은 더불어민주당의 적극적인 태도를 요구하고 있다.

    민심을 그대로 반영하는 선거제도 개편은 원내정당 가운데선 정의당이 가장 먼저 요구해온 사안이다. 고 노회찬 원내대표는 생전 마지막 일정이었던 미국 방문에서도 각 정당 원내대표들에게 선거제도 개혁의 필요성을 가장 중요하게 언급할 정도였다고 한다. 이처럼 정의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중심으로 한 선거제도 개편을 당의 숙원과제이자 정치개혁의 핵심으로 보고 있다.

    이정미 대표 역시 8일 오전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선거제도 개혁에 대해 “20대 국회의 사명”이라고까지 표현했다.

    민주평화당 역시 정동영 의원이 신임 대표로 선출되면서 선거제도 개혁을 정책 과제의 1순위로 두고 있다. 정동영 대표는 당 대표 수락 연설에서 “다양한 국민들이 자신들의 대표를 국회로 보낼 수 있는 다당제의 선거제도 개혁을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고 밝히며, 올해 안에 선거제도 개혁을 이뤄내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선거제도 개혁 의지가 있다는 뜻을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6일 정 대표와 전화통화에서 “선거제도 개혁은 시뮬레이션을 해보면, 자유한국당도 손해를 볼 일이 없다”, “저는 이미 몇 차례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의지를 표명했다”, “정치개혁은 여야 합의가 관례이니 국회의 뜻을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9.2 전당대회 중인 바른미래당도 선거제도 개편에 ‘사활을 걸겠다’는 당 대표 후보자들이 나오고 있다.

    8일 당대표 출사표를 던진 손학규 바른미래당 상임고문의 출마선언문은 “선거제도를 비롯한 잘못된 정치제도를 바꾸겠다. 이것이 손학규의 마지막 소명”이라는 문장으로 시작했다. 손 고문은 정의당과 같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철학으로 삼고 있다.

    그는 “우리의 미래를 가로막는 것은 바로 승자독식의 정치제도, 선과 악이라는 이분법적 정치대결, 제왕적 대통령제”라며 “다원주의 민주사회의 특성을 살려서 다당제 정치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를 위해서는 선거제도의 개혁이 필요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제안한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그것”이라며 “다양한 정치세력이 타협하고 합의를 이루는 정치를 통해 사회통합을 이루고 경제발전과 복지사회를 건설해야 한다”고 밝혔다.

    여당 시절 비례성을 강화하는 선거제도 개편에 극렬하게 반대했던 자유한국당도 미온적이지만 비교적 긍정적인 입장으로 돌아섰다. 현행 선거제도로는 차기 총선에선 소멸할 수도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비대위원장 및 비대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자유한국당은 새로운 권력구조와 정부 형태에 부합하는 선거제도를 마련하기 위해서 국민 대표성과 비례성을 확보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앞서 국회 대표연설에서도 선거제도 개편에 대한 긍정적인 뜻을 밝힌 바 있다.

    반면 김병준 비대위원장은 선거제도 개편 논의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김 비대위원장은 8일 정동영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자유한국당과 민주평화당이 선거제도 개혁의 우당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정 대표의 말에 “정치혁신소위원회에서 당의 공천문제 등을 주로 논의하겠지만 일단 선거구제까지도 이야기할 수 있는 흐름을 열어두었다”며 “(하지만) 어떤 결론이 날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저도 당의 개혁에 1차적으로 방점을 두고 있지만 전체적인 방향으로의 정치 혁신 그 부분에, 선거제도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서도 “제1야당으로서 현안 문제들도 시급한 것들이 많다”고 말하며, 끝내 선거제도 개편에 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진 않았다.

    문제는 민주당이다. 민주당은 비례성을 강화하는 선거제도 개편을 해야 한다는 당론을 가지고 있지만 단 한 번도 이 문제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인 적이 없다. 여든 야든 현행 선거제도 하에서 거대정당으로서의 기득권을 놓지 않겠다는 뜻인 셈이다. 당대표 경선 과정에서도 후보들은 선거제도에 대해 좀처럼 언급하지 않고 있다.

    문제는 민주당, 대통령 입장 표명에도 묵묵부답

    문재인 대통령까지도 선거제도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6일 정동영 대표와 전화통화에서 “저는 이미 몇 차례 선거제도개혁에 대한 의지를 표명했고, 그 내용을 개헌안에 담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에선 이와 관련해 대변인 브리핑이나 지도부 입장 등 어떤 것도 내지 않고 있다. 야당에선 연일 민주당의 전향적 태도를 촉구하고 있다.

    장병완 민주평화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청와대와 여당이 협치를 제안했는데 협치의 전제조건은 선거제도 개혁”이라고 밝혔다.

    최경환 최고위원도 “선거구제 개편이 정치권의 제1화두”라며 “하지만 유일하게 더불어민주당 집권여당만이 머뭇거리고 있다. 이제 집권여당이 분명한 태도를 보여주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특히 “이번에 민주당 당 대표로 나온 이해찬, 김진표, 송영길 세 후보는 선거구제 개혁에 대해서 어떤 입장인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최석 정의당 대변인도 지난 7일 국회 브리핑에서 “무엇보다 대통령이 선거제도 개혁 의지를 확실히 드러낸 마당에 대통령을 뒷받침해서 국정을 끌어가는 여당이 요지부동인 모습은 안타깝다”며 “특히 지금 진행되는 당 대표 경선에서 3인의 후보 중 누구도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얘기는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 대변인은 “지금이야말로 선거제도 개혁의 적기”라며 “단기적이고 당파적인 이익에만 치중해서 이 기회를 또 다시 날려버린다면 그것은 역사와 국민 앞에서 큰 죄를 짓는 것”이라며 여당의 적극적인 행동을 촉구했다.

    김철근 바른미래당 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내고 “민심 그대로 선거구제가 도입되어야 협치가 제도화되고 우리 정치 발전의 초석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미 민주평화당과 정의당 역시 선거구제 개편에 동의하고 있다. 바른미래당은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에도 민심 그대로 선거구제에 동참해 이번 정기국회에서 선거법 개정안을 통과시킬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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