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결국 ‘은산분리 규제완화’
    박근혜도 못해준 재벌의 숙원사업을···
    "고용효과, 경쟁력 강화, 핀테크 발전, 근거 없어”
        2018년 08월 07일 06:0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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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이 인터넷전문은행에 한정해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를 규제하는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뜻을 7일 공식적으로 밝혔다. 신산업 육성, 핀테크 발전, 시중은행 경쟁력 강화, 고용증대 등의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추진하는 근거다. 그러나 일부 정치권과 시민사회·학계 등은 “아무런 근거가 없는 주장”인데다 “실제 얻을 수 있는 실익도 없다”고 반대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서울시청 시민청에서 열린 ‘인터넷 전문은행 규제혁신 현장 방문’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은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도 금융시장에 정착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규제가 발목을 잡았다”며 “은산분리는 우리 금융의 기본원칙이지만, 지금의 제도가 신산업의 성장을 억제한다면 새롭게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은산분리라는 대원칙을 지키면서 인터넷전문은행이 운신할 수 있는 폭을 넓혀주어야 한다”면서 “물론 대주주의 사금고화 등의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주주의 자격을 제한하고 대주주와의 거래를 금지하는 등의 보완장치가 함께 강구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규제혁신은 은산분리라는 기본원칙을 확고히 지키면서 혁신을 가능하게 하는 일“이라며 ”규제방식 혁신의 새로운 사례가 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인터넷전문은행에 한정한 은산분리 규제완화의 효과에 대해선 “혁신기술과 자본을 가진 IT기업의 인터넷전문은행 참여는 인터넷전문은행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며 “이는 국민의 금융 편익을 더욱 확대할 뿐 아니라, 인터넷전문은행, 더 나아가 IT, R&D, 핀테크 등 연관 산업의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규제혁신 효과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며 “인터넷전문은행의 활성화는 금융권 전체의 경쟁과 혁신을 촉진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국민들은 금융 혁신을 절실히 바라고 있다”며 “인터넷전문은행 활성화를 통해 국민과 산업발전을 지원하는 금융, 독자적인 부가가치와 고용을 창출하는 금융으로 우리 금융 전체의 혁신속도가 높아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결국 ‘은산분리 규제완화’로 가나
    박근혜 정부도 못해준 재벌의 숙원사업을 문재인 정부가…
    참담함과 비통함 오간 토론회의 모습

    문 대통령이 인터넷전문은행에 한정한 은산분리 규제완화 정책을 공식화하기에 앞서 같은 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은산분리 규제완화의 문제점 진단 토론회’에 참석한 시민사회와 학계 관계자들은 문재인 정부에 대한 깊은 실망감과 참담한 심경을 감추지 못했다.

    경실련 재벌개혁위원장인 박상인 서울대 교수는 “문재인 정부에서 이런 세미나를 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너무나 참담하다”며 “인터넷전문은행에 한정한 은산분리 규제 완화는 박근혜 정부가 추진했고 당시 민주당은 당론으로 반대했다. 그런데 지금에 와서 아무런 근거 없이 입장을 바꿨다”고 개탄했다.

    박 교수는 재벌대기업이 아니면 인터넷전문은행에 진출할 기업이 없다면서 “결국 (나중엔) 산업적 목적에 한해 재벌대기업에 또 풀어주겠다는 것이다. 논리적으로 생각했을 때 그런 방향으로 가겠다는 것으로 밖에 해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수출 약화로 경쟁력이 떨어진 재벌대기업 숙원사업은 은산분리 완화와 의료민영화”라며 “박근혜 정부도 못한 은산분리 규제완화를 문재인 정부가 하겠다는 거다. 정말 믿어지지가 않는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엔 은산분리 규제완화를 논의할 정부관계자를 초청했으나 참석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교수는 “인터넷전문은행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통해 낼 수 있다는 고용효과, 은행 경쟁력 강화, 핀테크 발전 모두 근거가 없다”며 “근거를 댈 자신이 있다면 금융위원장이나 경제부총리가 저희와 공개토론을 하길 바란다. 그런 자신도 없이 언론플레이만 하는 정부관계자들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은산분리 규제 때문에 인터넷전문은행이 자본 확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주장에도 “카카오뱅크가 자본 확충에 성공적이었던 것에 반해 케이뱅크가 자본 확충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은산분리 규제 때문이 아니라, 가계신용대출시장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케이뱅크의 존속 가능성에 대한 시장의 회의 때문”이라며 “은산분리 규제 완화와 인터넷전문은행 성공은 무관하다”고 짚었다.

    이어 “인터넷전문은행과 핀테크가 가장 발전한 미국도 은산분리라는 기본 원칙을 철저히 지키고 있다”면서 “그럼에도 정부와 금융위는 계속해서 은산분리 규제 때문에 인터넷전문은행이 발전하지 못한다는 억지논리를 국민에게 세뇌시키고 있다”고 질타했다.

    박 교수는 인터넷전문은행에 한정한 은산분리 규제완화가 결국엔 재벌대기업 사금고화 문제로 불거질 것이라고 거듭 우려를 표했다.

    그러면서 “총수일가가 산업자본의 힘을 이용해 금융업에 진출하게 되면 심각한 경제의 왜곡이 벌어질 수 있다”며 “삼성그룹이나 SK그룹이 은행을 하게 되면, 계열사나 하청업체들만 거래하게 해도 사업이 된다. 한마디로 땅 짚고 헤엄치기고, 이건 경쟁력에 기초한 게 아니라 은행산업의 경쟁 질서를 무너뜨리는 불공정 행위”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은산분리 규제를 약화해서 은행의 경쟁력이 늘어날 것이라는 것 또한 굉장히 나이브한생각”이라며 “오히려 경쟁을 죽이며 산업 뿐 아니라 은행업의 경쟁력도 약화시키고 더욱이 산업자본의 위기가 은행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은산분리 관련 토론회(사진=유하라)

    “은산분리 규제완화, 경제이론으로 납득할 수 없는 정책”
    “4차산업혁명·인터넷전문은행·중금리대출 활성화, 고용증가, 가능하지 않은 주장”

    문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산업자본의 은행소유를 규제하는 현행법 하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을 활성화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토론회 발제자로 나선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한 은산분리 규제완화에 관한 오늘 발제에선 어쩔 수 없이 정치적인 얘기를 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왜냐하면 금융·경제 이론으론 아무리 생각해도 납득을 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인터넷전문은행 은산분리 규제완화를 하지 않겠다고 대선공약을 내고, 금융위원회도 은산분리를 하지 않겠다면서 명시적으로 약속까지 회신까지 했음에도 추진하는 것은 결국 다른 이유가 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에선 은산분리 규제완화 이유로 4차 산업혁명과 인터넷전문은행 활성화, 중금리대출시장 활성화, 고용증가, 재벌의 사내유보금 활용을 꼽고 있다. 전 교수는 “규제 완화를 한다고 천국이 오느냐”면서 이런 주장에 근거가 없다고 조목조목 반박하고 나섰다.

    전 교수는 “인터넷전문은행이 4차 산업혁명 이슈와 동떨어진 이야기라는 것이 금융권 전문가들의 주된 이야기다. 4차 산업혁명 활성화는 인터넷전문은행의 전유물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고용이 증대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아무리 300인의 전사가 세상을 바꾼다고 하지만, 케이뱅크는 300명 정도의 회사다. 300인을 고용하는 회사가 고용 촉진의 첨병이 될 수 있느냐”며 “작년 스탠다드차타드 은행처럼 인터넷전문은행 한다고 점포 줄이고 직원 전부 자를 가능성이 없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비대면 거래 활성화를 하면 파급효과로 고용이 늘 것이라고 하는데, 이는 대부분 거짓말이다. 경제학의 기본은 1차 효과가 언제나 파생효과보다 더 크고 강하다는 것”이라며 “오히려 은행이 IT투자를 늘이면 그 파생효과는 더 크다”고 부연했다.

    전 교수는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인터넷전문은행 은산분리 규제완화가 재벌대기업의 사내유보금 활용하는 방안이라고 한 것에 대해서도 “말도 안 되는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전 교수는 “만약 재벌의 사내유보금을 갖다 쓰기 위해 (재벌대기업이) 원하는 은산분리 완화를 해줘야 한다는 논리라면 말이 되지 않는다”며 “사내유보금은 누구의 희생에 의해 조성된 돈인가. 대기업이 하청업체 기술 탈취하고 납품단가 후려치기로 만들어진 돈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사내유보금은 하청업체의 변제능력 늘이고 하청업체 노동자들에게 최저임금이라도 제대로 줄 수 있도록 쓰는 것이 맞다. 그게 왜 은산분리 완화와 연결되느냐”고 반문했다.

    대기업, 대주주 대출을 막는 등 보완대책을 마련했기 때문에 재벌의 사금고화 부작용은 없을 것이라는 정부의 항변에 대해 “소유 규제는 개별적 행위규제로 통제할 수 없을 때 사용하는 매우 뭉툭한 규제다. 무슨 짓을 할지 모르기 때문”이라며 “소유규제 완화 논거로 ‘한두 개 막아놨으니 괜찮지 않냐’고 하는 것은 규제의 ABC도 모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우리나라 재벌대기업은 규제를 준수하는 게 아니라 돌파하는 것이라는 기업문화를 가지고 있다. 현행법 하에 인가를 받은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이제 와서 ‘증자 능력 없다고 법 바꿔달라’고 하고 있다”면서 “금융규제는 준수하는 게 아니라 로비해서 바꾸겠다고 하는 기업의 그 힘을 우리 사회가 통제할 수 없다. 산업자본이 은행을 가져선 안 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전 교수는 이런 문제점이 각계에서 지적되고 있음에도 문재인 정부가 인터넷전문은행 은산분리 규제완화를 추진하려는 것에 대해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케이뱅크 부실 가능성 은폐 ▲케이뱅크 최대주주로 있는 우리은행의 금융지주회사 전환과 대주주 적격성 충족 문제 ▲케이뱅크 인허가 비리 관련한 금융위원회 감사를 기각하며 케이뱅크의 건전성 문제를 보증해 주는 등 문재인 정부의 금융정책 실패를 은폐하기 위한 것이라는 의구심을 제기했다.

    그는 “상식적으로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을 이해하기 어렵다. 금융위원장이야 조직보호를 위해 그럴 수 있다지만 대통령까지 나서서 할 정도의 일이냐”면서 “(문 대통령은) 특혜와 정책 실패를 가리기 위한 은산분리 완화 시도를 즉각 중단하고 케이뱅크 인허가 및 은행법 시행령 삭제에 연루된 관계자는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엄중 문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는 추혜선 정의당 의원과 정의당 정책위원회, 경실련,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가 주최했다. 토론회 좌장은 경실련 공동대표인 권영준 한국뉴욕주립대 경영학부 교수가 맡았고, 발제자 외에 토론자로는 고동원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백주선 변호사·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위원장, 김경율 회계사·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소장, 정명희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정책실장, 조대형 입법조사처 금융공정거래팀 입법조사관 등이 참석했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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