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파혁신 없이는 민주노총 '유령의 집' 전락"
        2006년 05월 04일 11:1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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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동운동의 퇴행적 정파구도가 계속되는 한 민주노총은 “노동자 없는 노동조합”, “권력투쟁 속에 구호만 난무하는 ‘유령의 집’”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조돈문 가톨릭대 교수는 4일 영남노동운동연구소가 발간한 <연대와 실천> 5월호 기고를 통해 “정파조직들이 생산현장의 호응성기제로서 긍정적 기능을 견지하며 이행의 정치를 위한 건전한 경쟁-협력관계로 발전하여 노동계급의 이데올로기적 형성의 주체로 거듭나지 못한다면, 민주노총은 노동자 없는 노동조합, 권력투쟁 속에 구호만 난무하는 ‘유령의 집’으로 전락하게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분파 갈등, 조직분열과 역량약화 초래

    조 교수는 “해방 60년 한국 노동계급 계급형성의 역사”를 분석한 글에서 “민주노조들의 호응성기제로서 노동자들의 의식화와 노동조합 결속력 증진에 크게 기여했던 현장조직들이 전국적 정파로 전환하는 가운데 노사정위 참여를 계기로 전투성 일변도의 게임에서 전투성-제도성게임의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심화된 분파간의 갈등은 민주노조운동의 조직분열과 역량약화를 가져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또 “정파조직의 부정적 기능은 민주노조운동의 지도력을 제약하고 국가-자본-보수언론에 의해 악용되어 민주노조운동이 분열과 폭력대결의 천덕꾸러기로 형상화될 수 있게 했다”며 “민주노조운동에 대한 시민들의 부정적 형상화는 민주노조운동의 도덕적 지도력과 계급헤게모니 확보에 걸림돌이 되며, 거듭되는 노동조합 부패사건 보도는 민주노조운동의 진정성까지 의심받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이어 “민주노조운동 마지막 보루는 민주노조운동에 대한 노동자들의 신뢰”라며 “노동자들에게까지 민주노조운동 지도부가 정파조직들의 권력투쟁과 부패·야합의 온상으로 인식되게 된다면 마지막 보루마저 위태롭게 되는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데올로기 공세 적극 대응해야…조사연구 역량 확충, 대안매체운동 전개 

    조 교수는 또 노동운동이 이데올로기 공세에 적극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대중-노무현 정권은 상대적으로 개혁적 성향을 지닌 정권이었지만 경제위기 극복이라는 국가적 당면과제를 내세우며 고통분담 이데올로기로 노동계급을 압박함으로써 신자유주의 경제정책과 노동시장 유연화정책에 저항하는 민주노조운동은 사회적 고립화를 피하기 어렵게 되었다는 것.

    국가와 자본은 물리적 강제력에만 의존하던 과거의 억압적 계급지배방식을 넘어서 물질적 포섭과 이데올로기적 공세도 적극적으로 추진하면서 경제위기론, 국가경쟁력론, 고통분담론, 구조조정반대 집단이기주의론, 대공장-정규직 이기주의론 등을 동원한 이데올로기적 공세는 노동자들의 주관성과 의식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됐다.

    조 교수는 “민주노조들은 국가와 자본의 탄압에 맞서 투쟁을 통해 조직을 보전하고 임금인상과 노동조건 개선, 노동기본권 확대의 성과를 쟁취함으로써 ‘힘의 논리’는 체득했지만 이데올로기적 공세에 대해서는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다”며 “특히 경제위기 하에서 전개된 정리해고와 구조조정 공세 속에서 노동자들을 투쟁에 동원하는 것조차 어려웠던 현실은 민주노조들로 하여금 노동자들을 향한 ‘동원의 논리’에 몰두하게 했으며 시민들을 향한 ‘설득의 논리’는 이차적인 문제로 치부하게 했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민주노조운동의 사회적 고립화와 부정적 국민여론은 다시 노동자들의 의식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민주노조들은 설득의 논리를 실천하고, 더 나아가 대항이데올로기를 생산·유포하는 적극적 대항헤게모니투쟁을 전개해야 할 것”이라며 “국가와 자본의 이데올로기적 조작에 맞서 경제·산업현상에 대한 대안적 분석과 전망을 생산하는 조사연구 역량을 확충하고, 대안매체 운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하는 활동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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