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교육 차별하는 교육부
우리 애가 책을 좋아하지 않는 이유
[기고]“아이들 230명뿐이어서 차별 받아야 하나요!”
    2018년 08월 07일 11:49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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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미래”라거나 “책이 사람을 만든다”는 말은 공감대를 불러일으키며 널리 회자된다. 통찰력과 사고력을 키워주는 독서는 곧 그 사회와 사람의 저력이기도 하다. 창의력과 혁신의 아이콘 빌게이츠는 “오늘의 나를 있게 한 것은 우리 마을의 도서관이었다. 하버드 졸업장보다 소중한 것은 독서하는 습관”이라고 밝혔다.

세계경제포럼은 국가별 경쟁력 지수와 독서는 높은 상관관계가 있다는 조사결과도 발표했다. 특히 연구개발 등 혁신성 지수와 독서는 관련이 높다고 한다. 세계의 수많은 이야기와 연구들이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때문에 한국의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필사적으로 독서를 권한다. 그러나 한국 기성세대들은 독서교육을 할 주제가 못된다. 2015년 UN의 발표에 따르면 한국 성인의 독서량은 192개국 중 166위로 하위권에 속했다. 문제부가 조사한 국민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2012년 한국 성인 독서율(연간 1권 이상의 책을 읽는 성인)은 66.8%로 스웨덴(87%), 영국(82%), 독일(81%), 미국(81%), EU평균(71%)보다 크게 못 미치고, 2017년엔 59.9%로 더 떨어졌다. 성인 10명 중 4명은 1년에 단 한권의 책도 읽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어른들에겐 안쓰러운 구석이 있다. 책을 읽지 않는 이유로 “일 때문”이라는 답변이 많았다. 이들은 지지리 운도 없지 세계 최장 노동시간을 자랑하는 근면한 나라에 살고 있다.

학부모는 극한 직업, 되도 않을 사서노릇까지

어릴 적부터 책 읽는 문화와 가까워지고 독서습관을 키우는 교육환경을 갖춰주는 것이 필요하다. 더욱이 독서 활동은 교육의 기반이라는 점에서 필수적이고, 휴대전화와 인터넷게임이 아이들의 문화를 장악한 환경에서 독서교육은 균형적 성장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한국 학교의 독서환경은 상식 밖이다.

전국교육공무직본부가 시작한 1학교 1사서 서명운동에 동참한 한 시민도 “아직도 사서 배치가 필수가 아니라니 오히려 놀랍다”고 했다. 2017년 현재 62.4%의 학교도서관에 사서가 없으며, 사서선생님이 있어도 그 중 30%는 비정규직이다. 사서가 없으면 도서관도 도서교육도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런 학교들의 도서관은 겨우 책대여점 수준을 간신히 유지하거나 아예 자주 문이 닫혀 이용할 수도 없다. 그마저도 시간이 갈수록 관리가 안 돼 장서가 분실돼 서가가 비거나 때에 맞는 장서 구비도 거의 안 되는 상황이 된다.

사진=교육공무직본부

이런 상황을 메우는 게 또 학부모다. 사서 없는 학교들은 학부모들을 도서관 자원봉사로 동원하기도 한다. 한국의 학부모는 극한 직업이다. 거의 아이와 함께 학교에 다니는 것 같으며, 학교 밖에서는 엄청난 사교육 전쟁을 벌여야 한다.

학교도서관의 사서는 아무나 대체할 수 있는 역할이 아니다. 사서는 대학 이상에서 문헌정보학을 전공하고, 자격증도 갖춰서 도서관 및 정보기관에서 문헌 등 필요정보를 서비스해주는 전문인력이다. 도서 대출은 그 역할의 아주 일부일 뿐이다. 이들은 수험 준비 및 과제 해결, 심화학습을 위한 적절한 자료를 제공하는 등 학생들의 진로 탐색과 교사들의 수업을 풍성하게 만들고 돕는다. 또한 인쇄된 책뿐만 아니라 다양한 도서정보를 제공하고, 색인 및 검색 등 정보활용교육, 책을 이용한 각종 도서교육 기획 등 혁신교육의 첨병 역할을 맡기도 한다. 이건 건널목에서 깃발을 들어 등하교를 돕는 수준이 결코 아니다.

학교도서관진흥법 개정 취지 제한하는 교육부의 월권

한 학부모는 “사서선생님 없는 도서관은 개방시간을 제한하고, 방학 때는 학부모들이 봉사하는 시간으로 채운다”며 “(학교도서관은) 아이들이 언제나 드나들 수 있는 곳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상식에 조금이라도 부응하고자 학교도서관진흥법이 개정됐다.

법 제12조 2항은 학교도서관에는 사서교사·실기교사나 사서를 “둔다”라고 하여, 이전에 “둘 수 있다”고 한 임의규정을 의무규정으로 강화했다. 이에 따라 10곳 중 4곳이나 사서가 없는 학교도서관에도 사서가 배치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문제는 교육부였다. “학교에 두는 사서교사 등의 총정원을 학생 1,000명마다 최소 1명 이상으로 산정”하라는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 것이다. 즉 정원이 1천명이 안 되는 학교 도서관에는 여전히 사서를 두지 않아도 된다는 것인데, 사실상 학교도서관진흥법 개정의 취지를 교육부가 제한하고 나선 것이다.

물론 이전 1,500명 당 1명에서 1,000명 당 1명으로 배치기준을 낮춘 건 개선이다. 하지만 여전히 사서 없는 학교를 방치한다는 무책임과 불평등은 달라지지 않았다. 심지어 관련법이 개정돼 사서 배치를 의무화했음에도 교육부가 그러지 않아도 된다는 시행령을 만들었으니 반발이 없을 수 없다.

비정규직 사서선생님들이 가입된 노조인 전국교육공무직본부는 지난 7월부터 1학교 1사서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업무를 마친 사서선생님들이 짬짬이 시간을 내 거리에서 서명을 받았다. 8월 4일까지 4,241명이 참여했는데, 서명 중에 받은 시민들의 의견이 참으로 지당하다.

“전문가 없는 도서관에 시설만 현대화 사업해 놓으면 뭐합니까?”

“작은학교도서관에는 전문사서가 안 계셔서 학부모들이 돌아가며 자원봉사를 하고 있거나 그마저도 잘 안되는 곳이 많습니다.”

“출산률이 낮아져 1000명인 학교가 많이 없는데, 그런 학교 학생들이 받는 불평등은 누가 책임지나요?”

“성남시의 경우, 중학교는 전체 학생수가 300~400명도 안 되는 곳이 다수입니다. 그런 학생들에게 도서관을 접할 기회를 주지도 못하는 것이 과연 교육일까요?”

“학생 1,000명이면 시골학교 아이들은 전혀 혜택을 받을 수가 없겠네요. 모든 아이들이 차별받지 않는 환경이 되길 바랍니다.”

“아이 학교 230명뿐인데 차별 받고 싶지 않습니다!”

“내 아이가 다니는 학교엔 왜 항상 도서실 문이 닫혀있습니까?”

어느 학교의 도서관 모습(사진출처=http://m.blog.yes24.com/yyhome53)

책을 좋아하는 아이가 되는 건 어쩌면 모든 부모들의 꿈일지도 모른다. 비록 시험 성적이 월등하지 않더라도 책을 좋아하며 각종 정보를 잘 습득해 활용하는 아이는 어딘가 안심이 된다. 독서는 어쩌면 학교에서 하는 활동 중 교육의 본질에 가장 가깝다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독서교육이 없는 학교, 도서관이 없는 학교는 공교육의 공간으로서 자격이 있나 싶다. 공교육의 질도 문제지만 공교육에서 차별받는 아이들은 더 서글픈 일이다. 그 차별을 교육부가 나서서 용인하고 있다. 상식은 지지 받고 차별은 사라져야 한다. 교육부는 학교도서관진흥법에 맞게 시행령을 개정해야 한다. 모든 학교도서관에 전문인력(사서 등)을 배치해야 한다.

필자소개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정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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