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쌍용차 파업파괴 비밀문서
    김득중 “2009년, 문서 그대로 집행”
    “직원을 '암·지방덩어리’ 표현···가장 치 떨리게 분노스러워"
        2018년 08월 06일 12:3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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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년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당시 파업 참가자의 ‘내부 붕괴’를 유도하고 경찰·검찰·노동부 등 정부 부처와 공조를 모색한 비밀문서의 존재가 드러난 가운데,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은 “언론사에 나왔던 그 문건 하나하나를 보면서 모든 장면이 2009년도가 오버랩됐다”고 말했다.

    김득중 지부장은 6일 오전 MBC 라디오 ‘이범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하나하나가 사실 그 근거에 문서에 따라서 진행됐다는 것을 다시 또 확인을 하게 됐다”면서 “(이번에 언론을 통해 드러난 것)보다 더 많은 분량의 문서가 존재하고 있을 것”이라고 이같이 지적했다.

    <한겨레>는 지난 4일 노조를 와해하기 위해 쌍용차와 관련 정부기관이 공조한 정황이 담긴 회사 측의 문서 100여 건을 입수해 보도했다. 이 문서엔 인력 구조조정 진행에 따라 생성·업데이트된 문서들 안에선 쌍용차가 정부·수사기관들과의 협업을 전제로 지휘 조직을 만든 뒤 파업 동력을 깨고 경찰 진압을 유도하는 과정들이 구체적으로 적시돼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쌍용차는 2009년 4월 9일 문서에서 “이런 기업(쌍용차)에 자금을 지원하는 것은 국고 낭비다. 구조조정이 필요하면 해야 한다”는 2009년 3월 26일 있었던 수원시 경기중소기업지원센터에서 열린 현장비상경제대책회의 및 자동차산업간담회에서의 이명박 당시 대통령의 발언을 근거로 제시하며 “수술대에 오른 이상 암과 지방 덩어리 확실히 제거하여 굳건한 체력으로 시장 경쟁에 대비해야 한다”는 내용의 ‘생산 부문 경영정상화 방안 보충자료’를 작성했다.

    이 당시 대통령의 ‘수원 발언’ 닷새 뒤(4월1일) 쌍용차는 ‘노동조합 단체행동 세부 대응방안’란 문서를 임원회의에 올리며 노조의 정리해고 반대에 맞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비상대책종합상황실’을 꾸렸다. 상황실은 ‘노사지원팀’(10명씩 5개조)과 ‘전문채증팀’(5명씩 5개조), ‘방어팀’(각 부문 전체 인원), ‘사설 경비대’(50명씩 6개조) 등으로 편재됐다.

    문서엔 수사기관과 정부기관이 쌍용차 사태에 공조한 정황도 명시돼있었다. ‘평택지방검찰청 공안담당검사’와 ‘평택경찰서 정보과’ ‘경인지방평택노동청 근로감독관’이 실명 없는 직함으로 유선번호와 함께 기재됐고, 한 자동차기업의 사내 비상기구에 수사·정부기관들까지 등장한 이 문서와 조직도는 이후 수차례 수정·보완되며 여러 버전의 파일로 재생산됐다.

    파업 하루 전(5월 20일) 쌍용차는 ‘희망퇴직 관련 설득 논리’를 문서로 만들었다. 직장폐쇄와 휴업조치의 장단점을 기술하며 “회사의 강력한 의지 표현으로 조합원들 심리적 위축”과 “선제적/방어적 직장폐쇄 선택 가능”을 각각의 장점으로 꼽았다. 두 조처의 마지막 단계는 모두 “공권력 투입”이었다. 세 번째 선택지로 문서는 “정상근무를 통한 편가르기”를 제시하기도 했다. 점거파업의 장기화가 예상되면서 회사는 6월 11일 ‘구조조정 대상자(976명) 대응방안’을 작성해 파업 동력을 무너뜨릴 구체적 전략들에 대해 “옥쇄파업 인원 대부분에 해당하는 구조조정 대상자(976명)를 옥쇄파업 거점에서 축출함으로써, 옥쇄파업 참여 인원의 내부 붕괴를 통한 현 사태의 해결”이라고 적었다.

    김득중 지부장은 이 문서 내용 중에 경영진들이 임직원들을 ‘도려내야 할 암·지방덩어리’로 표현한 것에 대해 “가장 치 떨리게 분노스럽다”고 말했다.

    김 지부장은 “실제 노조 와해를 시키기 위한 비밀문서다. 당시 조직실장으로 있으면서 그 상황을 공장 내에서 다 봤고, 또 실제 그렇게 진행됐다”며 “(당시 사측은) 경찰 진입을 유도하기 위해 불필요한 마찰을 계속 야기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당시 쌍용자동차지부는 함께 살기 위해서 정말 많은 양보를 하며 대화 교섭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섰다. 그런데 회사는 파업 전부터 직장폐쇄 계획을 수립하고 사실상 파업을 유도했다”고 지적했다.

    김 지부장은 “저희들(파업 참여자)이 잠든 저녁에 수면가스 살포한다는 내용의 문서가 발견돼서 당시 저희가 그런 것을 가지고 기자회견 한 바도 있다”고 전했다. 2009년 당시 회사 측은 파업 조합원들을 압박하기 위해 해고를 당하지 않은 직원들에게 “수면가스를 살포한 후 파업자 수면 상태에서 진압”하는 방안을 포함한 내용의 메일을 보냈고, 쌍용차지부는 이러한 메일을 확보해 폭로했었다.

    한편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은 지난주 오체투지를 시작으로, 매일 아침 대한문 분향소 앞에서 해고자 119명의 복직을 기원하는 ‘119배’를 하고 있다. 지난 6월 27일 날 김주중 조합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120명이던 복직 대기자는 119명으로 줄었다.

    김 지부장은 “정리해고 라는 것은 가정을 무너뜨리고 인간마저 파괴한다. 정리해고제가 사라져야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며 “공장 복직과 정리해고 철폐에 맞서서 투쟁하고 있는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에게 힘을 모아줬으면 좋겠고 지켜봐주고 끝까지 함께 해 달라”고 호소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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