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상공회의소 박용만,
    해고자 양경규 복직시켜야
    2001년 조종사노조 파업으로 해고
        2018년 08월 01일 10:2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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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마도 이 정권이 끝날 때까지, 아니 그 후에도 “적폐청산”은 끝나지 않은 시대적 과제가 될 것이다. 그 뿌리가 해방 후 일제잔재를 청산하지 못한 것까지 거슬러 올라가기 때문이다. 노동부문에도 적폐가 켜켜이 쌓여 있다. 그 중 하나가 과거 노동배제와 억압 정책에서 비롯된 해고자들의 복직 문제다.

    철도공사와 건강보험공단 등 공기업에서 모범적으로 이를 해결하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철도공사는 2003년 6.28 파업으로 해고된 40명을 포함하여 그 후 2013년까지 각종 투쟁으로 발생한 98명 전원을 복직시켰다. 꼬이고 꼬인 KTX 승무원들의 복직도 해결해 냈다. 건강보험공단도 지난 2월 20일 과거 노조활동으로 해고된 6명을 전원 복직시켰다. 나머지 공기업들도 이런저런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런다고 될 문제가 아니다. 문재인 정부가 적극적인 의지를 보여야 한다. 이렇게 기관 개별로 풀 문제가 아니다. 여전히 눈치를 보고 있는 KAIST와 KIST, 발전사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풀라고 지시해야 한다. 더 나아가 민간부문에서 노조활동을 이유로 해고된 노동자들도 모두 복직시키도록 해야 한다. 대표적인 경우가 서울상공회의소 양경규 전 공공연맹 위원장의 경우다.

    양경규 전 위원장은 2001년 공공연맹 위원장이던 시절 대한항공조종사들의 파업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구속 수감되고, 이후 2005년 7월 11일 해고되었다. 그는 2002년 5월 1심에서 업무방해죄로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의 선고를 받고, 2005년 1월 28일 대법원에서 상고가 기각되었다. 이에 서울상공회의소는 “인사규정 제32조(해임)에서 적시하고 있는 사유 중 제1항 형사상 유죄판결이 확정되었을 때”에 해당한다며 해고를 단행했다.

    당시 서울상공회의소는 두산그룹의 박용성이 회장이었다. 그는 두산기계노조에 대한 무자비한 탄압은 물론 엄청난 특혜라고 이야기되는 한국중공업 인수를 거쳐 회사 이름을 두산중공업으로 바꾸자마자 악랄한 구조조정과 노조탄압으로 배달호 열사의 목숨을 빼앗은 사람이다.

    배달호 열사는 박용성의 가혹한 노동탄압에 대해 ‘피도 눈물도 없는 악랄한 두산’이라는 유서를 남겼다. 박용성은 두산인프라코어 출신의 금속연맹 전재환 위원장과 두산중공업 출신 김창근 금속노조 위원장 등 민주노총의 양대 축이라 할 공공과 금속의 최고지도부를 모두 해고하여 ‘노동계의 공적(公敵) 1호’라는 별칭으로 불리기도 했다.

    해고 당시에도 이런저런 논란이 많았다. 중앙노동위원회의 행정지도를 거부한 불법파업이 대한항공 조종사들의 구속사유였다. 그리고 양경규 위원장은 이런 불법파업을 지도했다고 구속되었다. 그러나 재판 결과 대한항공조종사노조가 행정지도를 거부한 것은 불법이 아니라며 파업에 대해서 무죄가 선고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경규 위원장에 대해서는 ‘업무방해죄’가 유지되었다.

    원인에 대해서는 무죄로 하면서도 재판부는 대한항공노종사노조의 파업이 ‘민주노총의 방침에 따라 시기를 조정한 파업’이며, ‘외국인 조종사들과의 처우문제를 제기함으로서 부당하게 경영권에 개입한 파업’이라는 엉뚱한 이유를 들어 노동조합 간부 및 조합원 5인에 대해 유죄 선고(징역 8월, 벌금 500만원)를 내렸다. 회사의 노동탄압을 법률적으로 정당화시켜주던 과거 법원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이다.

    인사규정의 당연면직 조항도 문제였다. 당시에도 이에 대한 항의가 있었다. 비슷한 시기에 공공연맹 산하 전국과학기술노동조합의 장순식 전 위원장 역시 구속되었었다. 그는 2000년 12월 과학기술원 구조조정 파업과 관련해 업무방해 혐의로 다음해 2월 구속됐다가 한 달 만에 풀려났으나 2003년 12월 대법원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형이 최종 확정된다. 서울상공회의소와 마찬가지로 원자력안전기술원은 사규에 금고이상의 형을 받은 자의 당연면직 조항을 들어 2004년 1월 장 전 위원장을 해고했다. 그러나 대전지법 민사4부는 2004년 11월 18일 해고무효 확인소송(사건번호2004가합1503) 1심 확정판결에서 “해고는 무효다”라고 판결했다. 법원에서조차도 “당연면직 조항이 해고의 근거가 될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상공회의소는 지금도 전가의 보도처럼 인사규정 운운하고 있다. 철도공사,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왜 대법원에서까지 패소한 노동자들을 복직시켰겠는가?

    글이 길었다. 박용만 회장은 박용성과 형제다. 그는 최저임금 문제를 비롯하여 각종 노동현안에 대해 가끔 바른 소리를 하기도 한다. 또 노-사-정 대화에 나서고 있는 경영계의 대표자이기도 하다. 문재인 정권이 과거 시기의 적폐 청산을 위해 해고자 복직에 적극성을 보여야 하지만 박용만 회장 역시 진정한 대화를 위한다면 자기 사업장에서부터 모범을 보여야 한다. 대기업도 마찬가지다. LG그룹에서 과거 투쟁으로 인해 해고된 민주유플러스 노조의 이학성 대협국장은 물론 동아대병원 석병수 공공운수노조 부산본부장과 그 외 수많은 버스와 택시 노동자들에게도 마찬가지 조치를 취해야 한다.

    양경규 전위원장은 지난 7월 2일부터 서울상공회의소 앞에서 복직을 위한 투쟁을 시작했다. 진정으로 노사의 생산적인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와 사용자가 저지른 과거의 잘못된 행위를 원상회복해야 한다. 그것이 출발점이다.

    왼쪽 세번째 양경규 네번째는 박태주 노사정위원회 상임위원

    1인 시위에 많은 사람들이 번갈아가며 연대하고 있다. 왼쪽 두번째 권수정 정의당 서울시의원 등

    양경규 전 공공연맹 위원장 해고 관련 일지

    2001년

    – 6월 12일 06:00 ~ 6월 14일 00시 공공연맹 대한항공조종사 파업. 대한항공조종사 14명 체포영장
    – 6월 18일 양경규 공공연맹 위원장 체포영장 발부
    – 8월 2일 공공연맹 양경규 위원장 명동성당에서 민주노총 단병호 위원장을 비롯한 간부들과 함께 자진출두
    – 8월 28일 양경규 위원장 구속 기소
    – 11월 20일 대한항공 조종사 관련 1심 판결
    “노조 및 노정법 제54조가 정한 기간을 경과함으로써 조정절차를 완료한 정당한 파업”으로 규정. 그러나 대한항공노종사노조의 파업이 ‘민주노총의 방침에 따라 시기를 조정한 파업’이며, ‘외국인 조종사들과의 처우문제를 제기함으로서 부당하게 경영권에 개입한 파업’이라는 엉뚱한 이유를 들어 노동조합 간부 및 조합원 5인에 대해 유죄 선고(징역 8월, 벌금 500만원)

    2002년
    – 5월, 양경규 위원장 1심에서 업무방해죄로 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 선고

    2005년
    – 1월 28일 양경규 공공연맹 위원장, 대한항공조종사노조의 2001년 파업과 관련해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선고 확정
    – 4월 15일 서울상공회의소 인사위원회 개최 : “인사규정 제32조(해임)에서 적시하고 있는 사유 중 제1항 형사상 유죄판결이 확정되었을 때”에 해당한다는 이유
    – 7월 11일부 해고 통보

    필자소개
    이근원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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