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대응하는 건물 디자인
[에정칼럼] 역대 최고기온 경신이 예상되는 오늘
    2018년 08월 01일 09:4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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덥다. 너무 덥다. 밖에서 돌아다니는 게 고역이다. 1994년 이후 최악의 폭염이라고 한다. 피서를 산이나 계곡, 바다로 멀리 나가기보다 집 근처의 대형 쇼핑몰에서 쇼핑을 하거나 에어컨이 틀어져있는 시원한 카페에 가는 일이 일상이 되었다. 그런데 문득 요즘 가는 카페들의 인테리어의 공통점이 보이기 시작했다.

공사가 덜 끝난 듯한 마감. 콘크리트 벽. 어지러이 붙어있는 전선들. 네온사인. 얇은 유리창.

인*그램에 들어가 요즘 뜨는 듯한 카페 사진을 보면 대부분 비슷한 분위기를 내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처음에는 별 문제의식 없이 “왜 이런 게 유행할까?”하는 마음뿐이었는데 어느 순간 그 수많은 카페들이 왜 이리도 미장을 하지 않고 마감을 제대로 하지 않는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또 문을 열고 영업하는 수많은 상가들과 더운 날이면 사람들이 더욱 몰리는 대형 쇼핑몰은 제대로 지어진걸까?

커피를 마시다 문득 올려다본 카페의 마감과 창호

“미장이 덜 된” 인테리어가 단지 “힙하기” 때문에 확산되고 있는 걸까? (‘에정칼럼’에 어울리는) 더 큰 질문은, 이런 인테리어가 ‘건물 에너지 효율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이다. 기후변화로 인해 날이 점점 더워지고 추워지면서 대부분의 카페들은 전기로 가동하는 에어컨으로 냉난방을 하고 있다.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영업을 하며 내내 냉난방을 가동해야 하는 상업용 건물들은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해 어떤 기술을 적용하고 고려하는지 궁금해졌다.

카페와 전기요금 두 가지 키워드로 검색을 해보았다. 카페에서 사용하는 머신들과 냉난방을 동시에 가동할 때 사용하는 전기요금이 누진제 폭탄을 맞을까 우려하는 모습이 보이긴 했지만 다수는 아니었고, 몇몇은 생각보다 적게 나오는 전기요금에 놀라고 있는 모습이었다.

카페와 같은 상업시설은 대부분 일반용 전기를 쓰고 있기 때문에 가정용 전기와는 달리 누진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업주들이 에너지효율에 큰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될 수 있다. 역시 대부분의 업주들이 카페를 개업할 때 인테리어는 “예쁘고 힙한” 것에 중점을 두지 단열이나 에너지 효율에 중점을 두는 것 같지 않다.

정부는 얼마 전 ‘2030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 수정(안)’을 발표하면서 신축건축물 허가기준 강화, 그린리모델링 활성화,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등의 제도를 통해 건물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을 BAU 대비 32.7% 감축하겠다고 했다. 서울시에서는 원전하나줄이기 정책의 일환으로 BRP(건물에너지효율개선) 사업을 진행하는데 에너지 다소비 건물, 중대형 건물, 단독주택, 공동 주택, 업무용 건물, 공공임대주택, 시립 사회복지시설, 학교 등이 그 사업 대상이다. 서울시는 건물에너지효율화 사업 신청자에게 융자를 지원해준다.

그런데 이 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우리나라, 특히 서울시 인구의 반 이상이 전‧월세 세입자라는 점에 있다.

자기 집도 아닌데 자기 돈을 들여서 건물의 창호 교체나 단열 시공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특히 카페 같은 경우 대부분이 월세를 내며 장사를 하는 분들이다. 이들이 추가적인 금액을 부담해가면서 에너지효율 조치를 취하기는 굉장히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단열과 에너지 효율화를 이야기하는 것은 사실 사치스러운 일일지도 모른다.

에너지 효율화는 건물 자체가 에너지를 덜 쓰게 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건물이 쓰는 에너지를 보다 청정한 에너지로 사용하도록 하는 데 의의가 있다. 특히 태양광 패널이 설치된 건물은 폭염이 심한 날에는 오히려 발전량이 더 늘어나 건물의 조명, 냉난방 등에 사용 가능하다.

섭씨 40도를 오르내리는 짐바브웨의 이스트게이트 쇼핑센터는 에어컨이 없다. 그래도 건물은 항상 섭씨 24도 정도를 유지한다. 건물 외벽에는 식물을 심어 직사광선을 막고 일층에는 팬을 둬 시원한 공기가 곳곳으로 순환되게 했다. 이 건물에서 냉방을 위해 사용하는 전력은 동일한 규모 빌딩의 약 10% 만을 사용한다고 한다.

짐바브웨 쇼핑센터 공기 흐름도(위키피디아)

앞으로 여름의 폭염은 더욱 심해질 것이고 겨울의 혹한 추위 역시 더 심해질 것이다. 연일 더워지고 추워지는, 기후변화가 나날이 심각해지는 이 시점에, 에어컨을 펑펑 틀어서 추울 정도로 시원한 온도를 유지하는 데 집중하기보다 건물 자체의 효율을 높여서 기후에 적응하기 위한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건물 부문은 산업, 수송 부문과 함께 상당한 양의 에너지를 사용하는 부문이다. 건물주에게 건물 에너지 효율화 사업 참여를 의무화하거나, 사업자 등록 시 건물 에너지 사용량 인증 등을 받게 하는 방안을 시행한다면 어떨까? 그렇다면 태양광 패널을 건물 옥상에 설치하고 그 전기를 사용하려는 사람들도 더 많아지지 않을까? 짐바브웨의 쇼핑센터 같은 과감한 상상력이 우리에게도 필요하다.

필자소개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상임연구원(econy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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