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무사, 대통령도
수백만 민간인도 도·감청
임태훈 “기무 개혁의 핵심, 관련자 모두 방출시키고 새로 뽑는 것"
    2018년 07월 31일 03:17 오후

Print Friendly

기무사가 박근혜 정부 당시 계엄 문건을 작성한 데 이어, 광범위한 민간인 사찰을 주도하고 노무현 정부 시절 대통령과 국방부 장관의 통화도 감시하는 등 도·감청했다는 폭로가 나와 파문이 일고 있다. 기무사의 전면 개혁에 대한 요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31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기무 개혁의 핵심은, 단 한 명도 남김없이 이들 모두를 다 방출시키고 새로 뽑는 것”이라고 말했다.

임 소장은 “규모도 선진국처럼 500명에서 700명 단위로 가야 한다”며 “업무도 방첩, 간첩 잡는 활동과 대전복, 쿠데타 방지만 하도록 해야 한다. 이 두 개 이외에는 수사권, 동향 관찰권 모두 다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송화면 캡처

김형남 군인권센터 팀장도 이날 오전 KBS 라디오 ‘최강욱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기무사는 기본적으로 국민이나 어떤 사람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권력을 바라보고 움직인다”며 “기무를 활용하고 예뻐해주고 기무라는 곳이 계속해서 성장해 나갈 수 있는, 조직을 확장시켜줄 수 있는 권력을 자신들에게 필요한 권력이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무사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굉장히 많은 사람들의 정보를 들여다보고 있고 국민을 첩보의 대상으로 간주하고 있다”며 “기무사를 개혁하고 또는 해체를 하게 되더라도 지금 기무사에서 근무를 하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원대에 복귀시키고 다시는 이런 정보·첩보 업무에 투입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앞서 군인권센터는 전날인 30일 서울 마포구 이한열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군부대 등을 방문했던) 누적 수백만에 이르는 국민들의 개인정보를 사찰해온 충격적인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군인권센터는 기무사 계엄문건 의혹을 최초로 제기한 시민단체다.

민간인이 군부대 면회, 군사법원 방청, 군병원 병문안 등 군사시설을 방문할 때 위병소에 신분증을 제시하는데 이렇게 확보한 개인정보를 기무사가 수합해 사찰해왔다는 것이다. 센터는 “군인 친구를 만나러 간 면회객, 부대에 취재차 방문한 기자, 군병원에 위문을 온 정치인 등을 기무사가 모두 사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센터에 따르면, 기무사는 1개월 단위로 위병소에서 확보한 민간인 개인정보를 모아 경찰망 회선 50개를 활용하여 민간인들의 주소, 출국정보, 범죄경력 등을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열람했다.

특히 이 중 진보 인사, 운동권 단체 활동 대학생, 기자, 정치인 등 특별한 점이 있는 인사들에게 갖가지 명목을 붙여 대공 수사 용의선상에 올리기도 했다.

센터는 “가령 중국 여행을 다녀온 출국정보가 있는 경우에는 ‘적성국가 방문’을,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범죄경력이 있는 경우에는 ‘범법행위자’ 등을 명목으로 갖다 붙인 뒤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용의선상에 올렸다. 그렇게 한 뒤 대공 수사 명목으로 감시, 미행, 감청, SNS 관찰 등의 갖가지 사찰을 자행했다”며 “군부대에 방문한 전력이 있다 하나, 관할권도 없는 민간인을 수사 명목으로 사찰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행위”라고 비판했다.

대통령과 국방부장관의 통화도 감청하는 기무사

기무사는 첩보 수집 및 대공수사를 위한 감청을 빙자해 대통령의 통화내용까지 감시했다. 이는 전·현직 기무사 요원들이 제보한 내용이라고 한다.

센터는 “제보에 따르면 기무사는 노무현 대통령이 윤광웅 당시 국방부장관과 당시 민정수석(문재인 대통령)과 통화하는 것까지 감정했다”며 “대통령과 장관의 지휘를 받아야 할 기무사가 지휘권자까지 감시하는 실태라면 기무사가 벌이는 도·감청의 범위는 짐작조차 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기무사가 벌이는 도·감청은 주로 군용 유선 전화와 군 회선을 이용하는 핸드폰을 상대로 이뤄진다. 2007년부터는 팩스와 이메일도 감시하고 있으며 군용 컴퓨터로 이용하는 인트라넷, 인터넷도 다 들여다 볼 수 있다고 한다.

센터는 “전화 감청은 부대 내 통신단에서 선로를 따서 녹음하는 형태로 이뤄지며 최근에는 기기 성능이 업그레이드되어 통화 내용이 모두 자동 녹음 되며, 도·감청으로 확보한 첩보 중 중요한 사안은 보고서로 작성되어 상부에 보고된다”고 설명했다.

센터는 기무사가 민간인 사찰 외에도 군인 사찰을 통해 군 부대 내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무사는 군인 사찰 행위를 ‘관리’라고 표현하며 기본관리와 중점관리라고 나뉜다.

이 중 기본 관리는 군 간부에 대한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평가항목에 따라 존안자료를 작성하는 것이다. 평가항목은 충성심, 도덕심, 사생활, 음주, 업무충실도 등이다. 기무사가 작성한 존안자료는 군인 인사에 활용된다.

센터는 “기무사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하거나 우호적이지 않은 간부에 대한 존안자료는 감정적으로 작성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똑같이 주량이 2병일 경우, 기무사에게 잘 보인 간부는 ‘주량이 2병으로 세서 술을 마시고도 실수가 없다’고 쓰지만, 기무사의 미움을 받는 간부는 ‘주량이 2병이나 되는 폭주가로 술 먹고 사고를 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작성하는 식이다.

센터는 “충성심이나 도덕심 같은 기준이 모호한 영역, 사생활이나 주량 등이 인사에 반영되는 것도 어이없는 일이지만, 정보기관에 의해 소설처럼 쓰인 검증 안 된 자료가 인사 주요 검토 사항으로 반영되는 것은 매우 전근대적이고 미개한 일”이라며 “사실 상의 군 인사권을 기무사가 틀어쥐고 있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특이한 첩보를 입수한 경우는 중점관리 대상이다. 센터는 “횡령, 비리 등의 불법사항을 감시하기도 하지만 불륜 등 사생활 영역을 감시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대체적인 제보 내용”이라고 밝혔다.

센터는 기무사의 이념편향 문제를 지적하며 “다른 제보에 따르면 2009년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했을 당시 속보를 본 기무사 요원들이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고 한다”며 “기무사에서 전직 대통령을 이적 인사로 보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며 충격적”이라고 밝혔다.

자유한국당, 기무사 개혁에 저항?
김성태, 임태훈에 “성정체성 혼란 겪는 자…” 원색비난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임태훈 소장을 겨냥해 “이분은 성 정체성에 대해 혼란을 겪는 분이 군 개혁을 주도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성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자가 군을 대표해서 군 개혁을 이야기하는 시민단체의 수장으로서 목소리를 내는 것을 우리 60만 군인이 과연 어떻게 받아들이겠느냐”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또 “(임 소장은) 양심적 병역 거부를 선언하고 구속된 전력이 있다”며 “문재인 정권과 임 소장의 관계가 어떤 관계인지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고도 했다.

군인권센터가 잇따라 기무사의 실태를 폭로하며 개혁을 요구하자 사태의 본질과 동떨어진 문제를 제기하며 임태훈 소장에 대한 인신공격을 하고 나선 것이다.

김 원내대표는 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성정체성 언급은 부적절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나같은 사람도 군대 생활을 35개월을 했다. 대한민국에서 군 생활을 직접 체험하고 경험하고 군대 생활 중에 애환과 고충, 군대 조직을 아는 것 하고 다르다는 것”이라며 “군인권센터 소장이 마치 군 개혁의 모든 것을 대변하는 것처럼 나서는 부분은 적절하지 않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어제 밤 군인권센터의 입장이 텔레비전 뉴스를 통해 화면으로 나오고 많은 국민들이 우리 당에 연락이 왔다”며 “양심적 군 병역 거부라는 입장이었지만 사실상 화면에 비춰진, 화장을 많이 한 그 모습 또 그런 전력을 가진 사람이 지금 기무사 개혁과 군 개혁을 이야기하는 게 맞느냐”고 주장했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