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비협조, 개혁 저항 등
"사법농단 재판 관련 특별법 제정해야"
특별재판부 구성, 국민참여재판 의무화 등 담아야
    2018년 07월 31일 09:29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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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과 법조·시민사회계가 박근혜 정부 시절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피해자 구제를 위한 특별법 제정에 나선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양승태 사법농단 대응 시국회의, 서울지방변호사회는 30일 오후 국회에서 ‘사법농단 특별법 제정 공청회’를 개최했다. 공청회는 생전 사법개혁에 앞장섰던 고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도 공동으로 준비했다.

이날 공청회에서 제안된 법안은 책임자 처벌과 진상규명, 피해자 구제를 위한 내용을 골자로 한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기간 중 사법농단 의혹 사건에 관한 특별형사절차에 관한 법률안’과 ‘피해자 구제를 위한 법률안’이다.

두 법안은 대법원 사법행정권 남용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이 지난 5월 발표한 조사보고서에서 정부 운영에 대한 사법부의 협력 사례로 기재된 재판 사건과 법원행정처에서 작성한 ‘정부 운영에 대한 사법부의 협력사례’ 문건에 기재된 재판 사건, 판사 개인과 판사모임에 대한 사찰 등을 대상으로 한다.

사법부가 정부에 협력한 사례로 거론된 재판은 KTX 해고승무원 사건, 전교조 시국선언 사건, 철도노조 파업 사건, 통상임금 사건 등이 있다.

사진=유하라

“법원의 사법농단, 법원이 판단하게 할 수 없다”
사법농단 관여자의 형사재판을 위한 특별법 제정 필요성 강조
특별재판부 구성, 국민참여재판 의무화 등 제안

발제를 맡은 서울지방변호사회 프로보노센터 염형국 변호사는 “대법원 특별조사단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및 책임자에 대한 조사도 시행하지 못한 채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기 어렵다는 무책임한 결론을 내렸고,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특별조사단의) 조사보고서의 내용마저 부인하는 몰염치함을 보였다. 또 법원은 수사기관으로부터 요청받은 자료제공에 대단히 소극적”이라며 “더 이상 사법부의 독립이라는 미명 아래 더 이상 견제되지 않은 사법권의 전횡을 내버려둘 수는 없다”고 짚었다.

앞서 김명수 대법원장은 지난 6월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밝혔으나, 대법관들은 ‘재판의 독립에 관해 어떠한 의혹도 있을 수 없다’며 결백을 주장하는 취지의 입장문을 냈다. 현 대법원장이 수사 협조 공언을 한 지 불과 2시간 30분 만에 대법관들이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최근 법원은 사법농단 주요 관련자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 영장 청구를 줄줄이 기각한 바도 있다. 염 변호사는 “통상 압수수색 영장은 수사 단초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 발부율이 90% 이상에 이른다. 법원의 무더기 압수수색 영장 기각은 대단히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사법개혁에 대한 법원 내부의 이러한 저항은, 사법농단 관계자의 형사재판에 관한 특별법 제정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염 변호사가 제안한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기간 중 사법농단 의혹 사건에 관한 특별형사절차에 관한 법률안’은 진상규명과 책임자처벌을 중심으로 한다.

염 변호사는 “일부에서는 검사가 판사를 수사하는 것이 3권 분립에 위반된다고 주장하지만, 법치국가에서는 누구나 법을 지켜야 하고 판사라고 하여 예외일 수 없다”며 “문제는 법원의 셀프 사법농단 사태에 관한 법적인 판단을 해야 하는 곳이 법원이라는 것에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존에 구성된 재판부에서 사법농단 사건에 관한 재판이 이루어지는 경우 우리는 그 결과에 대해 승복하지 못할 것”이라며 “때문에 영장청구를 담당한 전담판사 선정과 심리를 담당할 재판부 구성과정에 있어 공정성과 민주적 정당성, 신뢰를 높일 수 있는 형사절차에 관한 특례를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법안은 특별재판부 구성과 국민참여재판 의무화를 골자로 한다.

구체적으로 대상사건의 1심 재판을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판사 3인으로 구성된 특별재판부를 설치하도록 규정했다. 외부인사가 관여하는 특별재판부추천위원회를 통해 추천을 받은 판사들이 특별재판부를 구성해 사법농단과 관련된 사건을 재판하도록 하는 것이다. 특별재판부 소속 판사 3인은 대한변호사협회(3인)와 판사회의(3인), 시민사회(3인) 등 9명으로 구성된 특별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의 추천에 따라 대법원장이 임명하도록 했다.

염 변호사는 국민참여재판과 관련해선 “사법농단 사건의 재판에 관해 어느 사건보다 공정성의 확보와 대국민 신뢰 확보가 필요한 상황인 만큼 사법농단 사건은 필수적인 국민참여재판의 대상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 제기되는 특별검사를 통한 수사의 필요성에 대해 인정하면서도 “지난 정부의 주축이던 야당 측의 극렬한 반대가 예상되기 때문에 자칫 정치권의 정쟁의 대상이 되어버려 시간이 소요될 우려가 제기된다”며 “특검을 도입하기 보다는 현 검찰의 수사를 지켜보고, 향후 특검의 필요성에 대해 다시 검토하는 편이 낫다”고 설명했다.

사법농단 피해자에 대한 재심 문턱 낮춰야

뒤이어 피해자들의 피해 구제를 도모하기 위한 사법농단 피해자 구제를 위한 특별법 제정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특별조사단 보고서 및 법원행정처 문건 등에 기재된 재판 사건의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한다. 특별법은 재심에 관한 특례, 소송비용 특례, 피해구제위원회 설치 등을 골자로 한다.

민변의 송상교 변호사는 “현행법상 확정된 민사소송의 재심은 매우 제한되어 있다”며 “재심사유의 특례 마련해서 사법농단 사건 피해자가 당사자인 사건 중 확정된 종국 판결에 대해서는 별도의 추가 증명 없이 재심 대상으로 간주하여 재심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재심 기간과 관련해서도 특례를 뒀다. 기존 민사소송법에 따르면, 재심 사유를 안 날부터 30일 내에 재심을 청구해야 하지만, 특별조사단 보고서 발표가 지난 5월에 있었던 만큼 준비 기간을 고려하여 법률 시행 후 90일로 정했다. 다만 법률 시행 후에 재심사유가 발견되는 경우엔 재심 사유를 안 날부터 90일 내에 재심을 청구할 수 있게 했다.

재심의 원인을 법원이 제공한 것이기 때문에 재심청구인이 내야 할 소송비용도 면제하도록 했다. 비용의 문제 때문에 재심 청구를 하지 못하는 경우를 막기 위함이다.

또한 “상대방 또는 제3자에게 지급해야 하는 감정비용 등 소송비용, 소송 패소 시 소송비용확정청구에 의하여 패소자가 지급할 변호사보수 등은 그 일체를 국가가 부담하도록 했다”고 송 변호사는 설명했다.

법원의 자정작용 더 이상 기대 어려워
입법조치로 신뢰 받는 법원 다시 만들어야···사법농단 특별법 중심엔 주권자 있어야

정치권과 법조계, 시민사회계는 사법부가 이미 자정작용을 상실했으며 법률로서 사법개혁을 강행해야 한다는 데에 뜻을 모았다. 특히 시민사회계에선 이날 제안된 두 법안이 정치권과 법조계 뿐 아니라, 주권자의 의견을 충실히 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주민 의원은 “대통령과 대법원이 ‘협력’하기 위해 누군가의 삶이 거래되고 희생 당하는 것은 정상적인 국가에서 벌어져선 안 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법원이 검찰의 수사에 협력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는데, 실제로 법원이 검찰의 영장 청구를 줄줄이 기각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우려가 더 심각해지기 전에 입법조치로 국민이 신뢰할 만한 법원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찬희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은 “국민이 선출되지 않은 권력인 법관에게 자신의 인생을 맡기는 것은 사법부가 공정할 것이라는 신뢰가 전제돼있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대법원이 상고법원 등 특정한 목적을 관철시키기 위해 스스로 외부와 재판거래를 하려고 했다는 의혹은 실행여부를 떠나 그러한 시도 자체만으로도 사법부에 대한 신뢰를 나락으로 떨어뜨렸다”고 비판했다.

이 회장 또한 법원이 사법농단 사태에 대한 검찰의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을 겨냥해 “법원의 자정작용을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스스로 개혁할 수 없다면 외부에서라도 개혁해서 국민의 사법부, 국민에게 신뢰받는 사법부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양승태 사법농단 대응 시국회의의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상임공동대표는 “사법농단 특별법 제정 논의의 핵심은 사법부 개혁을 요구하는 판사나 변호사들의 의견도 중요하지만 바로 더 중요한 것은 주권자인 국민을 중심에 놓는 안이 돼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준비된 특별법은 잘 마련돼 있지만 국회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야당들의 반대가 있을 수 있고 사법부 내 기득권층의 극렬한 저항이 있을 수 있다. 주권자인 국민이 힘 모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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